흉물 같던 고가도로 아래, 이제 머물고 싶은 곳으로

고양시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용 본격 추진

2020-07-20     남동진 기자
[고양신문] 고가도로 하부공간은 한동안 시민들에게 흉물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년간 고양시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도로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가도로 설치를 늘려왔지만 그 결과물로 파생된 하부 공간 노후화·슬럼화 문제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결과 고양시 고가도로 하부공간의 대부분은 불법쓰레기 투기, 대형화물차량 불법주차, 적치물 방치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민선7기 이후 도시재생이 주요 시정목표로 대두됨에 따라 이러한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생활권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백마교 하부공간의 경우 주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여기에 국내외 차원에서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재생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최근 고양시정연구원에서 발표한 ‘고가하부 등 방치된 유휴공간 활용방안 연구’를 통해 고양시가 구상하고 있는 유휴공간 활용방안의 밑그림을 살펴봤다.
고양시가 계획중인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용대상지 6곳에 대한 위치도. 이중 백마교 하부와 원당대교 하부는 이번 3차추경에 설계예산이 반영돼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마교 등 6곳 활용계획안 마련
4월 말 시정연구원 활용연구 마쳐
7월 설계예산 반영, 주민의견 반영
성동구 다락옥수 등 사례 본보기


현재 시에서 검토 중인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용 대상지는 대략 6곳이다. 풍동지구 인근에 위치한 백마교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비롯해 ▲토당~원당 국도대체우회도로 원당대교 하부공간 ▲강매배수펌프장 인근 수변공간 ▲서울~문산고속도로 원당5교 하부공간 2곳 ▲토당~원당 국도대체우회도로 토당대교 하부공간 등이 있다. 이중 백마교와 원당대교 하부공간은 이번 7월 추경에 설계예산이 반영돼 주민의견수렴을 거쳐 세부계획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연구를 총괄한 김리영 시정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은 “6개 대상지를 크게 생활권에 밀접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으로 분류해 각 현황과 입지특성에 맞춘 활용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근접형인 백마교, 원당대교 등에 대해서는 커뮤니티 시설 등 주민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제시하는 한편 강매펌프장이나 서문도로 하부공간의 경우 체육공원, 예술공간 등 복합문화공간 활용방안을 모색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스마트 가로, 스마트 공원 같은 새로운 기반시설 모델도 구현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백마교 하부공간 활용계획이다. 이곳은 마침 풍동주민자치회에서도 작년 말 주민총회를 통해 별도의 활용방안을 고민해온 상태였다. 최효숙 전 주민자치회장은 “그동안 고가하부공간이 노후화되고 지저분한 탓에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들이 많았다”며 “마침 주민총회를 통해 이 공간에 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통과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총회를 통해 모아진 의견은 주민커뮤니티공간을 비롯해 창업공간, 수익사업공간, 청소년 쉼터 등이었다. 시에서 준비해온 계획들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내용들이다.

보고서는 백마교 하부공간을 ‘청년창업공간+주민자치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김리영 연구원은 “방치된 시설물 정리와 환경개선 등을 통해 기존 어두운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청년창업을 위한 사무공간, 회의공간, 교육프로그램,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와 함께 마을관리소, 예술활동 공간 등 주민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공공시설 활용도 함께 추진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풍산동 주민자치회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인 만큼 공간 조성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역여건을 고려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한 재생사례는 국내외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동구 옥수역 하부공간에 마련된 ‘다락옥수’다. 지하철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에 위치한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해 만든 공유공간으로서 현재 다양한 문화공연과 북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 수영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한 비콘그라운드의 경우 도로로 인한 지역단절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어린이 마당, 익스트림 스포츠 마당, 문화복합 컨테이너, 청년 점포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 복합생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 하부공간에 마련된 ‘다락옥수는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한 대표적인 국내 재생사례로 꼽힌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리고 북카페로 꾸며져 시민들의 안식처로 환영받고 있다.
암스테르담 ‘A8ernA’ 고가 하부공간 활용 사례

해외로 눈을 돌리면 좀 더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런던 ‘Westway Development Trust’는 당초 런던시가 하부공간을 버스주차장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에 맞서 지역공동체인 ‘Westway’를 조직해 별도의 활용계획을 제시해 관철시킨 사례다. 이곳은 현재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비롯해 교육기관, 지역 소상공인 임대공간, 다양한 이벤트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암스테르담 ‘A8ernA’ 하부공간 활용, 도쿄 아키하바라역과 오카치마치역을 연결한 ‘2k540 aki-oka artisan’사례 등도 고가하부공간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리영 연구위원은 “특히 유럽사례의 경우 하부 공간 활용에 있어 주민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되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간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양시 또한 백마교 하부공간의 경우 풍산동 주민자치회 자율적 수익사업을 통해 운영관리까지 주민들이 직접 맡는 모델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리영 연구위원은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용을 위한 정책제언으로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 도입 ▲관리 및 운영방안 마련 등을 이야기 했다. 특히 주민참여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주민들과 함께 공간에 대한 혁신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보는 ‘Living Lab’운영도 제안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마침 LH측으로부터 지역상생협력 차원에서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다”며 “고양시와 LH가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거나 연구원간의 MOU체결 등을 통해 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