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닮은 책 한권 맛있게 내렸습니다

『커피, 그리는 남자』 출간한 김상남씨

2020-08-14     유경종 기자

10년째 동네카페 운영하는 친근한 이웃
짬짬이 그린 손그림에 소박한 글 보태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도시 자유인’
일상의 소중함 돌아보는 따뜻한 감성  

커피, 그리는 남자라는 제목을 단 작고 예쁜 손그림 에세이책이 출간됐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김상남씨는 일산서구 대화동 골목에서 작은 동네카페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인상 좋은 바리스타다. 커피 내리는 남자가 어쩌다가 커피 그리는 남자가 됐을까.
카페 일을 하며 짬짬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매일 30분씩 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양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시민작가양성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게 됐고, 출판사(도서출판 행복에너지)와 연결돼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따뜻한 커피잔, 작은 화분, 가족의 얼굴 등을 소재로 삼은 그림에선 소박한 정감이 묻어난다. 글 역시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쌓인 경험과 감상들을 따뜻하고 유쾌한 문장으로 옮겼다. 김상남씨의 그림과 글에서는 일관된 메시지가 읽힌다.
조금 일하고, 많이 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제 삶의 모토입니다. 한 마디로 도시 자유인이죠.”

김상남씨는 도시 자유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은근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손재주도 좋고, 예술적 감성도 뛰어나고, 사람들의 마음을 금방 열어내는 친화력도 가졌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순위를 매긴다면, 그는 상위 1% 부자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타이틀도 다양하다. 카페 사장님이자 바리스타 강사는 기본,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음원을 팔기도 하고, 학교와 모임의 초청으로 라이프 코칭 강연도 한다. 여기에 책까지 내며 작가라는 직함을 하나 더 보탠 셈이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는 바쁠 게 하나 없다는 표정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비밀의 열쇠를 찾아보자.
제가 운영하는 카페는 도시 자유인의 생계공간인 동시에 창작공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생활비도 벌고, 책도 읽고, 작곡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납니다. 내가 누리는 자유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시켜주는 곳, 그래서 카페 이름도 리버티입니다.”

리버티에는 여느 카페와는 다르게 웬만해선 손님들에게 양보하지 않는 주인장만을 위한 테이블이 있다. 김상남씨가 읽는 책이 펼쳐져 있고, 작업을 위한 노트북과 아이패드, 메모지와 필기도구도 놓여있다. 그는 자신만의 테이블을 아직 해 보지 못한 일들을 꿈꾸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에도 김상남씨는 단호하다. 그는 10시에 카페 문을 열어 낮 동안 장사를 한 후 오후 5, 아무리 늦어도 6시에는 카페 문을 닫고 퇴근한다. 퇴근 후의 시간은 철저히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 공부, 글쓰기, 작곡에 대한 열망도 카페에 남겨두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적인 시간을 충만히 누리는 것이다.

일인 자영업자가 다섯 시에 퇴근을 하면서도 10년 동안 망하지 않은 비결이 궁금했다.
물론 저도 초기에는 열두 시간씩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곧 들더군요. 생각을 바꿨습니다. 문을 일찍 닫는 대신 다른 생산적인 분야를 개척하는 게 길게 볼 때 남는 장사라고 말입니다.”

그는 스스로의 방향 전환을 대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찾아서 하고, 가족과 재밌는 시간을 넉넉히 보내고, 여기저기서 얻는 작은 수입으로 카페 운영 단축의 손실도 채워지기 때문이란다. 낮 시간만 장사를 하는데도 카페 리버티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손님으로 왔다가 주인장과 마음을 튼 후 친구마냥 지내기도 한다. 최근 맞은편 건물에 초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지만, 김상남씨는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작은 것을 단단히 지킴으로써 큰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 이쯤 되면 그를 최고수 도시 자유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는 도시 자유인으로서의 내공을 라이프 코칭이라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하기도 한다.
하나의 단면을 강화하는 컨설팅과 달리 라이프 코칭은 가족, 직장, 대인관계, 그리고 나 자신, 이렇게 네 가지 요소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일상을 좀 더 소박하고 단순하게 재구성해야 하고, 그럴 때 비로소 재밌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남씨의 이러한 생각이 실제로 구현된 곳이 있다. 바로 그의 가정이다. 김상남씨는 아내와 세 자녀들과 함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930분에 한 자리에 둘러앉아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시간을 3년째 갖고 있다고 한다. 일요일 오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를 한다는 약속도 아주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첫 책을 기분 좋게 낸 김상남씨는 내친 김에 조금 일하고, 많이 쉬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삶을 주제로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책이 빨리 나오려면 첫 책이 많이 팔려야 할 것 같아 셀프 홍보 기회를 드렸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손님들이 말하더라구요. 오늘 이 순간의 감성을 담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읽기에 딱 어울리는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