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여행·아나바다… “상상력만 더하면 돼요”
마을공동체 동아리, 덕이동 초·중생들의 ‘별다즐’
자치공동체지원 프로그램 선정, 덕이중 1학년 주축, 8명 참여
북촌가상여행 등 프로젝트진행, 9월 ‘거리두기 아나바다’ 계획
천개의 마을꿈이 이루어지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해 덕이동 초·중 학생들이 뭉쳤다.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에서 자란 학생들로 구성된 마을봉사단 ‘별다즐’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양시 자치공동체 지원 프로그램인 ‘천개의 마을꿈 프로젝트’에 선정돼 활동한 별다즐은 “별걸 다 즐겨보자”며 탄생했다.
별다즐은 덕이중학교 1학년 장승재(대표)·김단영(회계)·박규민·윤예빈·최동진·최예진·강민서 학생과 백송초 5학년 장가이 학생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가 지연되고, 오랫동안 자유롭지 못한 생활로 친구들과 만날 수도 없었고, 늘 해왔던 등·하교라는 일상이 그립기도 했다. 그래도 무언가 해보자며 시간을 즐기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버킷리스트 세 가지를 생각해냈다.
장승재 별다즐 대표는 “처음에는 봉사로만 생각했고 우왕좌왕하며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친구들과의 공동 작업이 새롭고 즐거웠어요. 친구들이 함께 도와줘 고맙기도 하구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막내 장가이양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어린데 ‘이걸 해도 될까’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 것이 많았어요. 정해진 시간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별다즐은 버킷리스트1을 온라인 가상 여행으로 정하고 단톡방에서 로드맵을 구상했다. 다수결로 온라인 서울 북촌 나들이가 결정됐고, 인터넷을 검색해 북촌 8경을 찾았다. 예쁜 장소가 많았고, 가보고 싶은 곳을 서로 나누어 더 자세히 찾아봤다. 북촌 공방 골목길부터 가회동 언덕, 포토 스팟, 북촌의 위치와 역사, 지도, 관련 사진과 돌계단 길, 창덕궁 전경, 드라마 ‘라이더스 ’촬영지, 가회동 한옥 골목길을 조사했다.
각자 조사한 내용은 지난 3일 오후 1시부터 마을 주민회의실에서 최종 로드맵으로 완성했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다 보니 실제로 친구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나들이 하면서 찰칵찰칵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직접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서울 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시기를 미뤘다. 김단영 학생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한 것을 진행하니 좋았어요. 온라인 가상여행도 즐거웠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인지 진짜로 친구들과 가보고 싶고 추억도 남기고 싶어요”라며 북촌 8경을 꼭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예빈 학생은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주제가 되었고, 틀에서 벗어나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북촌도 알아보고 손 소독제도 만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버킷리스트2는 지금 시기 가장 중요한 모두의 손소독제 만들기였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먼저 알코올과 글리세린·증류수·알로에 젤을 적절하게 섞어 용기에 담고 예쁜 스티커를 붙여 완성했다. 별다즐은 등교하는 날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스티커를 붙였다.
박규민 학생은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그 전에 몰랐던 것도 알게 됐고, 우리의 창작물을 만들어서 좋았어요. 마스크를 잘 쓰고, 손소독을 잘하면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마스크 꼭 쓰세요”라며 활짝 웃었다. 강민서 학생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낯설기도 했는데 서로 도와주며 해 즐거웠다”라며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버킷리스트3은 ‘사회적 거리 두기 아나바다’로 교복 물려주고 물려받기, 코스프레하고 사진 찍기를 계획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 반 아쉬움 반이다. 오는 9월 19일 오전 10시~오후 5시 덕이동 일산아이파크1단지 잔디광장 일대에서 예정된 ‘한 가족 공동체 행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 중이다.
최예진 학생은 “동네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나바다를 조금 기대하고 있어요. 폭풍 성장기라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동복(교복)이 벌써 작아진 것 같아 너무 아까워서 아나바다 장터에서 교복을 교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별다즐은 이번 마을행사에서 교복만 교환하기엔 너무 밋밋한 아나바다가 아닐까 생각해 코스프레를 준비하고 있다. 즉석 사진을 찍으면서 중학교 생활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9월 마을행사는 얼마 안 남았는데 코로나19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최동진 학생은 “아나바다에서 사용할 손소독제를 만들어 뿌듯해요.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교복 아나바다와 코스프레가 정말 기대돼요. 개인적으로는 장기자랑도 계획 중인데 솔직히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신나게 준비한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별다즐 공동체는 2007년생 7명과 2009년생 1명이 활동하는 마을공동체 학생 동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