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6명 나온 생활관… 직원 셋 “온몸에 알코올 바르고 끝까지 견뎌냈다”

[28일간의 코호트격리,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어떻게 버텼나?]

2020-10-15     이성오 기자
▲ 28일간의 코호트격리 기간 중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남성생활관 3층. 격리된 직원들이 업무준비를 하고 있다.

 

270여명 생활하던 정신요양시설
한 달 간의 피말리던 코호트격리
3층 남성생활관에서만 36명 감염
하루 2~3시간 자며 입소자 보살펴


[고양신문] 코로나19 감염으로 200명이 넘는 정신질환 입소자들이 집단격리(코호트)됐던 일산동구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이곳은 격리 28일째인 이달 12일에야 코호트격리가 해제됐다.

박애원은 지난달 15‧16일 직원과 공익요원 등 3명이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입소자 37명이 줄줄이 감염됐다. 박애원 관련 전체 확진자 40명 중 대부분의 확진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입소자들이었다. 특히 3층 남성생활관에서만 36명의 입소자가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3층을 관리하던 3명의 박애원 직원들은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약 한 달간의 코호트격리를 견뎌내야 했다.

“집단격리가 결정되면서 직원 3명이 57명의 입소자를 돌봐야 했어요. 그런데 검사를 할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확진자가 나왔지요. 격리가 시작되고 약 10일 만에 3층 입소자 57명 중 36명이 감염됐습니다. 3분의 2가 병원으로 실려 갔으니 직원들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어요. 육체적 고통도 힘들었지만 정식적인 고통이 더 컸습니다.” - 3층 직원 유재운씨

입소자 222명이 생활하고 있던 박애원은 생활관 건물만 3개 동으로 규모가 꽤나 큰 편이다. 그중 한 건물인 누리관 3층은 이번 코호트 기간 중 특별관리 대상이었다. 이곳에서만 연달아 환자가 발생하면서 3층 코호트격리 직원 3명은 개인방역을 철저히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어제 씻겨드린 입소자가 다음날 확진되는 것을 보고는 매 시간마다 소독을 했습니다. 입소자와 접촉하고 나서는 온몸에 알코올을 바르고 하루에 샤워를 여섯 번씩 했어요. 격리 초기엔 방호복이 지급되지 않아 비닐장갑과 마스크만으로 몸을 보호하고 입소자들을 돌봤습니다.”

박성은 박애원 원장은 누리관 3층에 투입된 3명의 직원(황정남‧박승정‧유재운)을 ‘전사들’이라 불렀다. 박 원장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싸움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보건소 관계자들도 ‘28일간 이런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처음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말했다.

▲ 코호트격리 기간 중 시설에서 나온 쓰레기를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3명의 직원들은 처음 10일간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자 쉴 여유가 없었다. 하루 수면시간은 2~3시간이 전부였다. 입소자의 목욕, 식사 등을 도와주는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이송 준비, 소독, 환자 물품을 챙기느라 한밤중에도 일해야 했다. 또한 안전사고를 대비해 직원 중 누군가는 항상 깨어있어야 했다.

직원 유재운씨는 “처음엔 잠도 못자고 식사시간도 부족해서 모두들 몸무게가 4~5㎏씩 빠졌다”며 “알코올을 너무 사용한 나머지 온몸이 갈라졌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가족과 연락한 후였다. 특히 격리기간 중 생일을 맞았던 황정남씨는 어린 자녀들이 보내온 생일축하노래 영상을 보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닫았다고 한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질까봐 못 보겠다. 이 영상은 아껴뒀다가 격리가 해제되는 날 봐야겠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박성은 박애원 원장은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쪽잠을 자고, 화장실에서 몸을 닦으며 한 달을 버텨준 직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집단발병이 여기서 멈출 수 있었다”며 “코호트격리 기간 함께 싸워준 모든 직원들과 입소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코호트격리 기간 중에는 시설 내에서의 음식조리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가져온 간편식(빵, 우유)과 도시락만 먹을 수 있었다. 도시락을 준비 중인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