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기획한 여행상품… “전기차 타고 역사·자연 즐겨요”
행주산성 열린관광지 조성사업 어떻게 진행되나
주민들의 삶 녹아있는 해설
전기차 셔틀, 무장애 동선
자연생태·역사공간 테마별로
“배우고·쉬고·즐기고·먹고”
[고양신문] 고양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문화 관광지 중 하나인 행주산성 일대가 내년 봄 새롭게 변모한다. 전기차를 도입해 행주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동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곳곳에 준비될 예정이다. 대를 이어 살고 있는 마을 토박이들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 거대한 박물관과 같은 행주마을 구석구석의 역사와 행주산성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한강의 마지막 어부인 행주어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할 예정이다.
열린관광지 공모, 행주동 1위
내년부터 진행될 행주동의 새로운 사업들은 올해 정부가 실시한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가능해졌다. 공모사업 선정으로 확보된 사업비 15억원을 들여 시설을 보강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실시한 이번 공모사업에서 고양시 행주동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국 17개 지자체에서 54개 소를 신청했고, 그중 20곳이 최종 선정됐는데 행주동 세 곳(행주산성·역사공원·김박물관)이 1위를 차지했으니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번 공모사업의 핵심내용은 ‘무장애 동선’이었다. 정부는 장애인, 영유아 동반가족 등의 이동 취약계층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지를 발굴한다는 목표로 이번 공모사업을 시작했다.
주민주도로 관광활성화 추진
행주동이 높은 점수를 받았던 이유는 알차게 준비한 사업 내용에도 있었지만 더 주목받았던 것은 그 내용들을 주민들이 직접 주도해 채웠다는 데 있다. 국비를 지원받는 매칭사업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도해 사업을 가져오기 마련인데, 고양시는 행주동 주민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사업계획이 알차게 꾸려졌다. 협동조합 등의 마을공동체와, 행주동에 둥지를 튼 기업들이 하나로 뭉친 결과다. 행주산성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서은택)와 행주토성(이사장 장희진)이 마을주민들을 결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기업으로는 해찬송학 김전시관(대표 나혜원)과 행주아트홀(대표 이준철)이 중심이 됐다. 협동조합 행호유람(대표 이옥석)과 대한궁술협회(대표 연익모)도 빠질 수 없다.
장희진 협동조합 행주토성 이사장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마을답게 이곳 행주마을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며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사업을 한다고 하니 기대감 또한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예산이 투입되면 각종 관광프로그램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마을기업이 직접 운영하게 되니 앞으로의 주민참여가 더욱 중요해졌다.
장 이사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들 간의 화합과 소통이다. 행주동 4개 마을이 똘똘 뭉쳐 각 마을의 애로사항도 돌보고 참여기회도 동등하게 가지려 애쓰고 있다”며 “마을기업을 꾸리려면 상근직원과 마을 봉사자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잘 조율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핵심관광 거점 3개소 제안
행주산성·역사공원·김박물관
행주동이 내세운 3곳의 관광거점은 각기 역할과 성격이 다르고 나름의 특색을 갖췄다.
행주치마로 대표되는 민초들의 희생으로 큰 승리를 거뒀던 행주산성에서는 ‘배우는’ 관광, 낙조로 유명한 한강변 역사공원에서는 자연과 함께 ‘보고, 쉬는’ 피크닉 공간으로, 마을공동체 거점 역할을 하는 김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기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마을 곳곳의 맛집들도 행주관광의 핵심 콘텐츠다.
정현영 행주아트홀 프로듀서는 “이번 공모사업은 행주동의 공간적 특징을 잘 반영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가 깊은 전통마을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주민들이 직접 들려준다면 관광객들도 더 흥미롭게 공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희진 이사장은 “행주동을 임진왜란, 항일독립운동 등 역사책에만 등장하는 동네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행주동은 근현대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가지고 있는 동네다. 해외여행을 못 가던 시절, 결혼식이 끝나면 행주동에서 결혼식 뒤풀이를 하고 하룻밤 자고 갔던 곳이었다. 그땐 동네에 여인숙도 있었다. 김포공항과 행주동은 연결되는 지점이 참 많았다”라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민참여로 아이디어 풍성
이번 사업에서 전기차는 핵심 아이템이다. 김박물관에서 전기 셔틀차량을 타고 행주산성과 역사공원으로 편하게 이동하며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보게 된다. 셔틀차량에는 마을 도슨트(해설사)가 동행해 눈앞에 보이는 행주동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크닉 장소로 안성맞춤인 역사공원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식이었다. 주변에 음식점은 많지만 배달이 안 되다 보니 아쉬웠는데 이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서은택 행주산성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주말에 피크닉 즐기는 분들이 앞으로 개발될 저희 전용앱을 통해 주변 식당에 주문을 하면 역사공원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피크닉 전용 도시락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식당주인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관광사업과는 별개로 마을 방송국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마을 소식을 주민들과 나누고 행주동의 관광지도 전국에 소개하는 유튜브채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은택 위원장은 “행주동의 구석구석을 보여줄 수 있는 홍보의 주체가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마을주민들이 직접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에 유튜브를 생각하게 됐다”며 “맛집을 소개하는 먹방코너, 피크닉 즐기기 노하우, 행주어부들의 이야기 등을 담으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모사업 준비에 참여한 정판오 시의원은 “공모사업 예산은 내년에 모두 소진되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고양시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행주동이 고양시 대표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과 시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