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꼬고 이엉 엮어 “밤가시초가 지붕 올려주세~”
일산 밤가시초가 이엉이기 작업
주민·유튜버 초청 전통기술 시연
세월 이겨낸 고양 대표 향토문화재
전통재료·방식으로 ‘원형대로 관리’
[고양신문] 겨울을 앞두고 일산 밤가시초가의 지붕을 새로 엮어 올리는 이엉이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5일부터 시작된 작업 개시에 발맞춰 고양시는 밤가시초가 마당에 시민들을 초청해 ‘2020(이영이영) 이엉이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엉이기 전통기술 보유자들의 시범과 참가자들의 체험이 이어진 이날 행사에는 밤가시초가가 자리한 정발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석했고,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과 유튜버들도 찾아와 흔히 접하기 힘든 초가지붕 올리기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행사 시범을 보인 전통기술 보유자들은 새끼꼬기, 이엉이기에 이어 초가지붕 공사의 하이라이트인 용마름엮기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차례차례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짚더미의 다채로운 변신을 호기심과 감탄 섞인 눈으로 살펴보다가, 직접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새끼꼬기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어릴 적 초가집에 살았었다는 한 참가자는 “오래간만에 새끼를 꼬니 옛날 실력이 잘 안 나온다”면서도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훈훈해진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기도 민속문화재 8호인 일산 밤가시초가는 수도권에 4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전통 초가지붕 건축물로서, ㅁ자형 구조를 지니고 있는 중부지방의 전통적인 서민 농촌주택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어 미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밤가시초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전통 초가는 수원, 화성, 이천 등 모두 한강 이남에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90년대 초반 일산지역이 신도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지켜내 고양의 향토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또아리모양으로 얹어진 초가지붕은 밤가시초가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로 평가받는다.
김성호 문화유산관리팀장은 “밤가시초가는 10겹의 두툼한 초가이엉을 얹고 있는데, 비에 젖는 상부 3단은 매년 교체하고, 전체를 교체하는 전면 보수작업은 5년 주기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가지붕 올리기는 재료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트랙터로 벼 수확을 하기 때문에 초가지붕을 이을 만한 긴 짚더미 자체를 구할 수 없었던 것. 결국 하회마을 등 비교적 전통초가가 많이 남아있는 안동지역에서 초가지붕용 짚더미와 기술 보유자들을 섭외해야 했다.
문화유산관광과 윤병렬 과장은 “전국적으로 몇 개 남지 않은 초가 건물들이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하나 둘 인조 볏짚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민이 사랑하는 밤가시초가만이라도 원형 그대로 관리하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재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초가 이엉 올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규모를 줄여 개최했지만, 오늘 시연된 장면들을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밤가시초가 이엉이기는 일주일 일정으로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