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일산테크노밸리사업을 위한 제언

2020-12-01     한승호 고양평화미래포럼 공동대표

[고양신문] 지난 11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지역 국회의원과 관련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열고 함께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정책을 논의했다는 고양신문 특집기사를 읽고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토론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4차산업혁명, 즉 디지털전환 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간 산업간 융합이 대세로 등장한 지 오래되었다. 21세기는 플랫폼경제 또는 디지털경제가 이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형 전략은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4차산업혁명에 맞추어 산업정책 패러다임도 수요자 중심형으로 달라져야만 한다.
 
토론회의 또 다른 아쉬움은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인한 시민들의 행동패턴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에 이어 발생한 글로벌 전염병 위기는 ‘언택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보편화 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선진국 의료시스템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K-방역은 기존 의료시스템과 디지털기술의 결합이 보여준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은 계속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향후 바이오메디컬산업의 변화가 언택트 기반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이 있다.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이미 디지털헬스케어는 우리 가까이 다가왔고 4차산업혁명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21세기형 성장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을 재현하기 위해 일산테크노밸리사업을 결정했다. 판교의 성공요인은 한마디로 민간투자 유치였다. 경기도가 부지를 조성하고 민간이 건물을 짓고 기업들이 모여든 것이다. 경기도는 다만 기업들이 뛰어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었을 뿐이다. 매력적인 입지여건과, 테헤란로 기업들의 대이동으로 판교테크노밸리는 단기간에 1300여 개 기업이 6만5000명을 고용하고 56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한국의 대표적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다.
 

▲ 고양 일산테크노밸리 위치도


한편 일산테크노밸리의 최대 약점은 판교에 비해 뚜렷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민간투자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고양시에 킨텍스와 6개 대형병원이 존재한다는 점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전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직접적인 성공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일산테크노밸리 완공까지는 아직 수년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된다. 일산테크노밸리의 성공은 앞서 얘기한 메가 트렌드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합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에, 고양시 주도의 단지조성사업과 병행하여 중요한 플랫폼경제 사전 준비작업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해외 의료관광사업을 일산테크노밸리의 브랜드 프로젝트로 먼저 출범시켜야 한다. 해외 의료관광이야 말로 언택트형 디지털헬스케어의 모든 기능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국내에서는 기존 법제도 때문에 디지털헬스케어의 도입에 제약이 많다. 원격진료는 시작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해외 의료관광을 일산테크노밸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자체간 경쟁이 시작되었다. 고양시 6개 대형병원과 해외 고객을 연계하는 의료관광 디지털헬스케어는 첨단 바이오메디컬 플랫폼으로서 일산테크노밸리의 글로벌 브랜드파워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브랜드 프로젝트를 앞세워 민간투자와 기업유치 전략을 풀어나가야 한다.
 
둘째, 지역벤처투자펀드 조성이 시급하다. 벤처투자는 뒤이어 민간투자를 유발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산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의 주력인 바이오산업의 특성은 타 산업과 달라 장기간 막대한 자본투자가 필요한 고위험도 산업이다. 창업 후 수년간 전적으로 투자유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일명 ‘금융산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역의 자본시장 규모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교에는 테헤란로의 창투사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일산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이다. 지난 해 충청북도는 벤처투자펀드 1500억원을 조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송지역에 더 많은 우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펀드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임을 깨달은 특단의 조처였다. ‘1500억원 빌딩 지어 특정 민간단체에 무상임대’라는 고양시의 현주소는 너무 실망스럽고 막막하기만 하다. 고양시가 500억원, 중기부(모태펀드)에서 500억원, 창투사 등 민간 500억원으로 총1500억원의 벤처투자펀드조성을 긴급 제안한다.
 
셋째,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여 상설 사업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있듯이 구슬을 꿰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브랜드 프로젝트나 기업유치는 위원회나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창투사가 일부 대신할 수도 있으나 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조건이다.
 
끝으로 너무 ‘클러스터’라는 개념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바이오메디컬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특성이 매우 강하다. 국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일산테크노밸리도 전 세계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부터 이미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해외 기업과 활발하게 협업을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면 연구는 영국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임상은 동유럽에서 이런 식이다. 4차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지리적 물리적 공간개념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간다. 많은 비즈니스가 이미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디지털경제 시대는 데이터를 소유하는 자가 승자독식하는 세상이다. 클러스터보다 데이터 파워가 더욱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대는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바이오메디컬산업의 지평을 바꾸는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다. 

= 한승호 고양평화미래포럼 공동대표/ 넥스트벤처파트너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