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엽1동은 풍부한 인적자원이 가장 큰 자산”
김영식 주엽1동 주민자치회 회장
주민자치회장 인터뷰 제 2탄. 이번 호는 주엽1동 김영식<사진> 회장을 만났다. 알콩달콩 재미난 사업을 많이 하던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2020년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되어 10월 주민자치회를 구성했다. 일산서구 유일의 주민자치회를 이끌어갈 김영식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인터뷰 내내 마스크를 벗지 못해 관상(?)은 볼 수 없었지만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만큼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주민자치회를 이끌어갈 것은 분명해 보였다.
주민자치위원으로 ‘퇴직 연착륙’
김영식 회장은 평생을 몸담았던 교직을 은퇴하면서 주민자치위원이 됐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료함도 달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일이요. 그래서 퇴직하기 전에 주민자치위원 신청서를 내고 퇴직 후 위원으로 봉사를 시작했지요. 말하자면 ‘퇴직 연착륙’을 한 거지요.”
기획운영분과장을 맡아 활동하다 2020년 10월 16일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후 회장으로 선출됐다. 주민자치위원으로 시작해 3년 만에 회장에 오른 것. 교직 경력에서 다져진 행정력과 ‘민주적 개방성’라는 철학에서 출발한 리더십이 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문화가 있는 공원길
주엽1동은 10월 주민자치회로 전환하고 11월 30일 첫 주민총회를 마쳤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상태. 김 영식 회장은 잘 해낼 자신에 차있다.
그는 일산역에서 호수공원까지 이어지는 공원길을 중심으로 문화 예술을 승화시켜 사회문화적 도시재생을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공원길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다면 문화를 통해 이웃이 생기고 공동체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면서 지역상권이 살아나는 확장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것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주민참여가 필요한데 주민들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자치회가 주엽1동의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참여를 이끌어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엽1동은 주민 대다수가 아파트 입주자다. 물론 오피스텔 두 동과 상가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외되기 쉽다는 것이다. 풍부한 인적자원이 주민자치회에 들어와서 봉사하고 함께 일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되겠지만 베드타운으로 인식하고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은 풍부한 인적자원이 마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회원들과 함께 모색 중이다.
주엽1동은 일산신도시 초기 입주 단지라 오래되어 슬럼화되기 쉽다는 요인을 안고 있다. 새로 조성되는 단지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주엽1동 주민자치회는 이런 문제를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린이·청소년·중장년·어르신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공연예술분야의 재능기부도 받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소질을 계발하고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아파트에서 소음이라고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작품전시, 기타연주, 색소폰 연주, 버스킹, 돗자리 영화제 등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많은 일들이 취소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컸다는 그는 “고민을 해보니 인터넷, 유튜브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라고 말한다.
우선 2021년 주민자치회 예산이 확보되면 주엽1동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 동에는 경기영상과학고가 있어서 협력하면 좋은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는 실습의 기회가 되고, 마을은 수준있는 기술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지요. 지역공동체 안에서 최대한 자원을 모아 재미난 마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다양성 실현되는 과정 공유하고파
주엽1동 주민자치회는 39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주민자치위원에서 20%만 자치회로 이어지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다. 신청자가 많아서 추첨을 통해 선발했고 예비위원도 5명이나 있다. 그만큼 주민자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회원 구성은 4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초기라서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만나지 못하니 줌을 통한 비대면 만남을 수시로 하고 송년회도 비대면으로 치렀다. 위원수 39명. 다 모이기도 어렵고 의사결정도 쉽지 않을 듯하다.
“위원회 활동하면서도 2대 8 원칙을 경험했어요. 10명이면 2명은 열심히 8명은 대충하지요. 인원이 많아지면 더 책임지려 하지 않고 묻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모든 활동은 분과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김 회장은 주엽1동 주민자치회는 버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당분간은 39명 회원이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분과별로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을 찾아내 모은 후 지향점을 찾아내 진행할 계획이다. 2021년은 필수사업만 남겨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요구와 자치회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2022년에는 사업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는 “민주, 자율, 참여, 공공성, 다양성, 이 모든 것이 실현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민자치회실이 동네 사랑방이 되어 항상 마을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일을 도모하는 공간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토바이 타고 도로를 달리는 교통경찰을 꿈꾸던 소년. 그는 국어교사가 되었고, 은퇴 후에는 마을활동을 하는 주민자치회장이 되었다. 교직에서의 원칙인 민주적 개방성을 철학으로 사회문화적 도시재생을 이루려는 꿈. 문화가 있는 동네,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 가고 싶은 동네로 만들겠다는 꿈, 김영식 회장이 주민들과 함께 꾸는 꿈이 실현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