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무관, 울분 토하며 병학서 집필한 이유는?

2021-03-04     유경종 기자

북한산성 사료총서5풍천유향출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발행

조선 후기 군사방어 위한 종합 병학서
군사사 전공자의 꼼꼼한 번역·각주·해제

경기문화재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산성 사료총서 제5권 『풍천유향』

[고양신문] 경기문화재단(대표 강헌) 산하 경기문화재연구원이 북한산성 사료총서 제5풍천유향을 발간했다. <풍천유향>18세기 조선의 무관을 역임한 송규빈이 당대의 도성방위체계를 정리하고 군사개혁방안을 담은 저술이다. 이번에 발간된 풍천유향은 김병륜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원이 송규빈의 원본을 변역하고, 꼼꼼한 각주와 해제를 보태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를 높인 책이다. 책 앞부분에는 도성연융북한합도를 비롯해 10여 장의 고지도와 <풍천유향>, <방수잡설> 등의 고문서에 실린 진도(陳圖), 검차, 독륜차 그림이 선명한 도판으로 수록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휩쓸고 간 조선후기 사회에서 무관을 역임한 송규빈은 전란을 사전에 막지 못한 울분을 토하며, 군사적 대안으로 상승진의 새로운 진법과 검차라는 신무기를 고안한다. 또한 서북방어에서부터 해안방어에 이르는 전국의 방어책과 함께 최종적으로 한양도성-연융대(탕춘대성)-북한산성을 포괄하는 도성방어체계를 고찰한다. 이처럼 <풍천유향>은 당대의 군제, 무기, 축성, 군사지리는 물론이고 진법도 함께 논한,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종합 군사방어 병학서로 평가받는다.

조선후기 송규빈이 저술한 '풍천유향' 원본. [이미지제공=경기문화재연구원]

장덕호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풍천유향번역과 관련해 그동안 관방분야의 번역이 한문학 전공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이번 번역은 군사사전공 연구자인 김병륜 선임연구위원이 맡아 보다 깊이 있는 주석과 내용이해가 담길 수 있었다면서 향후 이러한 시도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남한산성과 수원화성 등 2건의 성곽관련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고양 북한산성, 오산 독산성 등 국내 성곽유산의 옛 사료를 발굴, 연구, 번역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발간하는 북한산성 사료총서는 국가사적 제162호 북한산성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연구 기반을 제공하고, 향후 세계유산 등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모으기 위해 발간하는 출판물 시리즈다. 2017년 제1고지도·옛사진 모음집을 시작으로 2018년 제2다시 읽는 북한지와 제3북한산성 유산기, 2020년 제4북한산성 인물총서를 연차적으로 발간한 바 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산성 사료총서' 시리즈.

북한산성 사료총서 제1고지도·옛사진 모음집은 경기도와 고양시, 경기문화재단의 협조로 2011년 신설된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이 7년여의 자료 수집과 관련기관 협조를 받아 북한산성 성곽과 관련된 고지도와 옛 사진을 집대성한 책이다. 2다시 읽는 북한지는 숙종 37년 북한산성 축성을 시작으로 30여년을 산성에 거주하며 관리·운영을 지휘했던 팔도도총섭 계파 성능이 1745년 북한산성에 대한 유일한 종합지리지로 저술한 <북한지(北漢誌)>를 새롭게 해제·교감·역주한 책이다.

3북한산성 유산기는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유람한 선조들의 기록을 통해 북한산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으며, 고려~조선시대 선인들이 북한산성을 유람하고 남긴 기록 중 100여 편을 발굴하고, 그 중 18~19세기 조선시대 후기 작품 10편을 선정하여 번역 및 감수를 완료해 수록했다. 4북한산성 인물총서는 북한산성 축성, 운영, 관리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그 해제를 수록했다. 특히 북한산성 축성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북한축성별단을 수록하고, 축성 후 북한산성을 관장하였던 총융사, 경리사, 대장, 무위도통사 등 관련 인물들을 총망라했다. 아울러 또한 관련 전문가의 논고를 실어 북한산성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북한산성 사료총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경기문화재연구원 누리집(https://gjicp.ggcf.kr/)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문의 031-231-8523(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

『풍천유향』에는 '도성연융북한합도'를 포함해 10여 장의 고지도가 선명한 도판으로 수록됐다.
『풍천유향』에 실린 검차 그림. [이미지제공=경기문화재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