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 연구’로 박사됐어요
심철재 전 건강보험공단 부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다양한 제안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다가 올해 ‘고양시 지역의 소득수준별 건강불평등에 관한 연구(덕양구·일산동구·일산서구 건강검진결과와 장기요양서비스 이용률을 중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화제의 인물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파주지사에서 재직하다 지금은 공로연수 중인 심철재(61세) 부장이다.
고양신문 기사, 논문 주제로 정해
심 부장은 56세에 석사과정을 시작해 올해 2월 인제대학교 고령친화산업정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만학도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건강불평등을 가져온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그는 논문에서 실제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신문의 오랜 독자이기도 한 그는 2018년 10월 5일자 고양신문 보도에 주목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 발표에 따르면, 건강수명이 덕양구는 전국 지자체 252개 중 107위(66.6세)인 반면, 일산서구는 15위(70.2세), 일산동구는 16위(70세)를 나타내어 지역 간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는 2019년 말 기준 고양일산지사와 고양덕양지사의 지역건강보험료 차이가 2만8211원으로, 고양덕양지사 보험료의 4분의 1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소득과 재산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건강보험료인 점에 착안해 논문 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지역 간 건강불평등 해결안 제시
연구대상은 2018~2019년 고양시 건강보험가입자 48만7804명의 일반건강검진결과와 장기요양등급판정자 1만5616명이다. 고양시 지역 간 건강불평등이 존재하는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지자체와 공단에 정책 시사점과 보건의료계획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시작한 연구다.
연구결과, 덕양구와 일산동구·서구 간에 뚜렷한 건강불평등 현상이 확인됐다. 그는 논문을 통해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지역별·소득수준별 주요 만성질환 유병률과 건강행태의 감소와 개선을 중점사업으로 정하고 맞춤형 지역보건사업을 전개할 것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인지기능장애검사결과와 장기요양 치매등급자 정보를 치매안심센터에서 활용하고, 건강검진 및 의료이용지표를 보건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공단 근무경험을 통해 나온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여러 제언이 있어 고양시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격증 11개, 은퇴후 계속 도전
심 부장은 제도 개선을 위한 각종 제안으로 상도 많이 받았다. 보건복지부장관상 3회, 공단 이사장상 6회(제안상 4회 등) 제안평가에 따른 호봉승급 2회, 경인지역본부 베스트 직원상 등을 받았고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여 모범가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안을 많이 하고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꼼꼼함과 기록하는 습관 덕분이다.
평소 독서를 생활화하는 한편, 2006년부터 개인블로그 운영을 시작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 정책을 홍보하고, 독서와 학습을 통해 알게 된 내용 등을 꼼꼼하게 남기고 있다. 관심사를 따라 하나씩 따기 시작한 자격증이 ‘사회복지사’, ‘웰다잉심리상담사’를 비롯해 11가지나 된다. 앞으로 은퇴하면 공익적 사회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공단에서 업무를 하며 SNS를 통해 공단과 건강보험제도를 홍보하고 메르스확산방지 프로그램 개발과 관리를 지원했던 일, 장애인 보조기기 급여확대와 수리급여 시범사업을 추진했던 일이 보람있었다”고 말한다. 심철재 부장은 34년 넘게 근무하면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한번도 후회하거나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공직에 있으면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컸어요. 웃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공단 배지를 항상 차고 다녀요.”
그만큼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애정이 컸기에 일하면서 제도가 미비하거나 국민 불편이 많은 사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고 개선하고자 제안활동을 활발히 하게 된 듯하다. 그의 정신적 멘토는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이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전날 메모해 놓은 할 일을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하셨어요. 양조장을 운영하면서도 총무처행정상담위원과 군 행정자문위원장 등을 맡아 지역사회발전에 앞장서셨던 분이셨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
“스스로 평가했을 때 저는 부족한 면도 많지만 열정과 도전정신은 좀 있는 편이에요. 어느 강사의 나이 들수록 공부하고 협업하고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은퇴 후에도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