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의 기업들 “철거 전 현실적 이주대책부터 내놔라”
고양창릉지구 기업비상대책위원회 입장과 요구사항
은평·지축·향동개발에 밀려나
350~500개 업체 창릉에 정착
벤처·지식기반산업 조성되면
또 쫓겨날 판, 이전부지 절실
“타신도시 부지 확정에 기대”
[고양신문] 창릉신도시 예정지 내에는 약 350~500여 개의 업체가 흩어져 있다. 대부분 종사자수 4인 이하의 영세한 업체다. 고철·파지 수거업, 금속가공업, 기계·장비수리업, 생활용품도매업, 레미콘공장, 의류봉제업, 화훼업 등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 타 지역에서 이주한 업체다. 서울이라는 시장을 상대로 한 물류 도매업이 70%를 차지한다. 이들 업체들은 은평뉴타운개발, 지축·향동지구 택지개발 등 주위에서 이뤄진 개발 때문에 밀리고 밀려서 창릉에 정착해 생업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은 창릉신도시 개발로 다시 밀려나게 될 처지로 몰렸다. 전체의 50% 정도 업주들은 땅을 임차해 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에 보상금만으로는 다른 곳으로 이주해 정착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설사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몇몇 업종의 경우 그곳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야 한다. 따라서 궁지에 몰린 창릉지구 내 업체들은 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조직한 것이 ‘고양창릉지구 기업비상대책위원회’다. 현재 230개 업체가 대책위에 가입해 있다.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문해동 위원장은 창릉에서 22년째 가구도매업을 하고 있다. 향동지구 택지개발 때문에 내몰리다시피 해서 창릉으로 정착한 최창섭 부위원장은 도서 도매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만나 기업비상대책위의 입장과 요구하는 바를 들었다.
▍ 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게 된 계기는.
이곳 업체들은 소규모인데다 다른 곳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창릉에 정착하며 그럭저럭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정부는 갑자기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물론 국민을 위해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생업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먼저 여기 업체들의 이주대책을 보장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라는 것이 우리 요구사항이다. 이미 쫓겨서 창릉으로 밀려왔는데 다시 쫓겨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선이주, 후철거’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창릉신도시 발표 한 지 두 달 후인 2019년 7월 25명이 모여 대책위 발기인대회 겸 첫 모임을 가졌다.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는 230개 업체가 대책위에 가입해있다.
▍ ‘선이주, 후철거’를 좀 더 설명하자면.
창릉지구에는 벤처기업, 연구소 중심의 지식기반사업, R&D 특구 등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되고 있다. 우리 같은 업체들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창릉지구 안에 둘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위가 국토부와 LH에 요구하는 것은, 지구 내 모든 업체들을 철거하기 전에 먼저 지구 바깥의 이전부지와 이주대책을 약속하는 확약서다. 만약 이전부지와 이주대책 마련이 늦춰진다면, 마련될 때까지 지구 내에 임시부지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훼업은 특성상 다른 곳으로 이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창릉지구 내에는 약 50개 화훼업체가 있다. 이곳의 화훼업체들 역시 대부분 영세하다. 이곳의50% 정도의 업주들은 땅을 임차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내에든 바깥이든 이전부지가 마련된다 해도 작은 보상금을 가지고는 비좁은 땅을 얻거나 아예 구할 수도 없다. 도저히 지구 바깥으로 이전할 수 없는 업체의 경우에는, 지구 내 지식산업센터 식의 건물을 지어서 분양을 통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른 3기신도시 예정지의 업체들도 처지가 비슷한데.
같은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지구에 있는 업체들은 재정착할 땅을 이미 약속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남 교산의 경우 2군데로 나눠 기업 이전 부지가 확정됐다. 지구와 인접한 곳으로 두 군데를 합쳐 약 16만평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창릉지구에 대해서도 LH가 기업 이전 부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창릉신도시 지구지정을 취소하라는 대책위도 있던데, 이곳 대책위는 어떠한가.
수용이 되면 다들 부자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데, 여기 있는 업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적인 이주대책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도 창릉신도시 지구지정이 취소되는 것을 원한다. 보상 자체도 시세가 반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도세로 많이 뜯겨나가기 때문에 받은 보상금으로는 땅값이 오른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한다. 또한 땅을 임차한 업체에 대한 영업보상은 1000만원 이상 받을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놨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적으로 용도변경한 자가업체는 아예 영업보상이 없다. 설사 이전 부지를 마련해준다고 해도 그곳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보상액의 2~3배 정도 더 필요하다. 창릉신도시 개발은 여기 기업체들을 빚더미에 앉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