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운동
김태화 파라북스 대표의 '나의 보약'
[고양신문] 10여 년 전에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과가 좋지 않아 수혈을 받았답니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피로 살아난 것이지요. 그 후 보답하는 마음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헌혈을 했습니다. 과거 예비군 훈련장에서 빠른 귀가를 바라던 마음과는 달리 온전히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5~6년 전 오십 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헌혈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150을 넘어 거부를 당한 것이지요. 저는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헌혈 중에 헌혈자에게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담당자가 설명하더군요. 헌혈하기 위해서는 혈압 조절이 필요했지요.
집 근처 내과의원을 갔더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하였습니다. 고혈압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더 나빠진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런 경우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한두 달에 한 번씩 처방받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약을 먹은 지 1년쯤 지나자 혈압은 정상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혈압 수치도 높지 않으니 약을 끊어도 되지 않겠냐고 문의했습니다. 이 두 가지 약이 혈압과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주니, 보약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먹으라고 했습니다. 보약이구나 싶었지요.
4년 전 즈음에 인문학 단체인 ‘귀가쫑긋’에서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든다기에 참여했습니다. 주로 기초 과학과 건강에 관련된 책을 매월 1권씩 정해서 읽었지요. 그런데 20여 권의 책을 읽었을 때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먹는 것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은 화학적으로 만든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 처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약을 처방하기 전에 먼저 식이요법과 운동을 권하지 않았는지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체중을 15% 정도 줄이고, 근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요. 때마침 모임에서 식습관 관리 전문가인 류은경씨가 쓴 ≪완전소화≫라는 책을 읽었는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일단 아침 식사로 사과 두 개 정도를 먹고 간식으로도 주로 과일을 먹어, 전체적으로 먹는 양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일종의 간헐적 단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한 술을 완전히 끊지는 못할지라도 소주 한두 잔만 마시는 정도로 자제했습니다.
근력운동은 팔굽혀펴기나 턱걸이와 같은 철봉운동을 하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만보 걷기를 하였지요. 6개월 만에 몸무게가 10% 정도 줄고 체지방 지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체중 감량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정상치로 내려갔습니다.
내 나름의 건강관리 프로젝트 성공 요인을 생각해보면, 병을 원천적으로 고칠 수 없고 단지 증상만을 다스리는 대증 요법에 대한 각성이 큰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책에서 읽은 고지혈증 약에 관련된 부작용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50여 년 동안 맘껏 먹고 마셨으니 이 정도쯤이야 참을 수 있다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김태화 건강넷 ·파라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