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상생이냐 경쟁이냐

일산테크노밸리-파주메디컬클러스터 '사활'

2021-04-20     이성오 기자
▲ 고양시는 일산서구 ‘일산테크노밸리’에 바이오의료산업을, 파주시는 심학산 인근에 ‘파주메디컬클러스터’를 준비 중이다. 조성 완료시점이 비슷한 두 산업단지는 차로 15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일산테크노밸리-파주메디컬클러스터 사활
가까운 두 개 산업단지 ‘차로 15분’ 거리
조성완료시점 비슷, 지자체 경쟁 시작

바이오 앵커기업 누가 선점하느냐 관건
경기북부 바이오집적단지 성장 기대


[고양신문] 고양시와 파주시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양시는 일산서구 대화·법곳동 일원 ‘일산테크노밸리’에 바이오의료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파주시 또한 서패동 심학산자락 앞에 대학병원 유치와 혁신의료연구단지를 조성하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를 준비 중이다.

고양·파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바이오클러스터는 고양-파주 두 지자체간의 협의를 통해 추진되는 사업은 아니다. 각자가 구상한 사업계획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두 산업단지의 위치가 차로 15분 거리로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목표하고 있는 부지완공 시점도 2024년으로 비슷해 경쟁 또는 상생관계로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두 산업단지 모두 의료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규모와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일산테크노밸리는 부지면적 87만㎡로 파주메디컬클러스터(46만㎡)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전체 규모 면에서는 일산이 앞서지만 파주는 바이오산업만을 육성하기 위한 특화부지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고양시는 일산테크노밸리 내에 바이오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첨단산업을 유치해야 하는 만큼, 의료바이오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부지의 크기는 두 곳이 서로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고양, 경기도가 지정한 산업단지
파주, 민관합동법인 설립해 추진

사업의 주체도 차이가 있다. 일산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지정한 산업단지로 경기주택도시공사가 65%의 지분을, 고양도시관리공사가 35%의 지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지원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산테크노밸리는 올해 상반기에 토지보상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부지착공, 24년 준공 예정이다. 고양시는 전체 사업면적 85만㎡ 가운데 약 7만㎡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받았는데, 이 부지에 대해선 세금감면과 함께 조성원가 이하 부지공급이 가능하다.

파주메디컬클러스터는 경기도나 정부의 도움 없이 파주시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파주도시관광공사는 하나은행(재무출자)과 현대엔지니어링(건설출자)이 함께하는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는데, 이 법인이 기업유치와 전반적인 사업관리를 책임진다. 파주시 관계자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는 22년 부지를 착공해 24년 준공할 예정이며, 대학병원 등의 시설건립은 28년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일산테크노밸리는 주변에 킨텍스1.2.3전시장, CJ라이브시티, 방송영상밸리 등의 산업인프라와 시너지가 가능하다.


국립암센터, 고양·파주 모두에 관심

두 산업단지의 부지조성 완료시점이 2024년으로 같기 때문에 현재 어떤 기관과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향력이 큰 기관(기업)의 입주가 먼저 확정되면 관련 중소기업도 자연스럽게 유입되기 때문에 기업유치가 훨씬 수월해진다. 현재 두 지역에 모두 관심을 가진 대표기관은 바로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다.

국림암센터는 작년부터 ‘암 빅테이터센터’를 일산테크노밸리로 이전·확장하는 논의를 고양시와 진행 중이다. 암 관련 임상데이터를 수집해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역할을 하는 암 빅테이터센터와 함께, 항암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양성자 치료기를 운영하고 있는 ‘양성자치료센터’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양시는 남북 보건의료협력의 중추 시설로 ‘한반도평화의료교육연구센터’를 일산테크노밸리에 건립하기 위해 이달 9일엔 건립·운영방안 연구용역을 착수했다. 테크노밸리에 추진 중인 연구센터는 작년 국립암센터에 개소한 ‘평화의료센터’의 확장개념으로,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료기관들이 남북의료협력을 위한 교육과 연구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림암센터는 파주시에도 손을 내밀었다. 작년 6월 파주시는 국립암센터와 ‘파주메디컬클러스터 내 혁신의료연구센터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파주메디컬클러스터 전체면적 46만㎡ 중 심학산 방향 서남측부지에 7만㎡ 규모로 조성되는 혁신의료연구센터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연구센터 내 입주 제약사 등 민간연구소와 바이오기업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파주시는 이 외에도 단지 내에 항암신약개발을 위한 제약업체 중심의 바이오융복합단지, 의료바이오기업이 입주할 의료바이오R&D센터 등으로 나눠 ‘파주메디컬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고양시가 아직까지 국립암센터에만 기대는 것과 달리 파주시는 대학병원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주시에는 바이오산업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그렇다 할 대형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작년 8월 아주대병원과 ‘파주메디컬클러스터 내 아주대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파주시의 핵심 역점사업은 ‘대학병원급 종합병원’ 유치였다. 파주시는 TF를 구성,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유치활동을 전개했는데 작년에 업무협약이라는 결실을 거두게 됐다. 아주대병원은 평택시와도 병원건립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2개 병원을 한꺼번에 개원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임상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바이오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대학병원 유치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파주메디컬클러스터는 운정3지구와 심학산 사이에 조성된다.

고양 ‘병원·인프라’, 파주 ‘직주근접’ 장점

파주메디컬클러스터의 장점은 신도시 개발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다. 주변에 대단위 택지개발인 운정3지구가 동시에 개발되기 때문에 ‘직주근접형 산업단지’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가까운 교하 연다산동에 ‘운정테크노밸리’(47만㎡)가 예정돼 있는데, 완공 시점이 파주메디컬클러스터와 엇비슷한 4~5년 뒤다. 고양과 인접한 파주시 남부에 조성되는 이 2개의 산업단지가 첨단산업 유치에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고양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양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수의 ‘종합병원’과 100만 대도시가 가진 다양한 ‘인프라’다. 고양시에는 대학원대학교를 거느린 세계 최고수준의 암전문기관인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이 있다. 여기에 명지병원, 동국대병원, 일산백병원, 차병원까지 6개의 대형 종합병원이 바이오신약과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의료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고양시의 마이스산업 또한 큰 장점이다. 고은정(고양9) 도의원은 “수출상담, 마케팅 등에 유용한 대형전시장인 킨텍스가 있어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만들어졌다”며 “고양시에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암센터와 동국대병원에서는 산학협력으로 의료관련 스타트업 육성지원이 현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원 광교에 있는 경기바이오센터. 경기 서남부지역은 바이오·의료산업이 전국에서도 가장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녹록지 않은 ‘바이오클러스터’
경기남부, 인천송도 등과 경쟁

고양과 파주의 바이오클러스터 경쟁은 경기북부에 신산업을 육성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접 지자체간 경쟁이 무색할 만큼 바이오산업은 전국적으로 이미 여러 개의 단지가 조성돼 있다.

수도권에만도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한 경쟁은 권역별로 무척 치열하다.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는 2005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내 조직으로 ‘경기바이오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수원·성남·부천·안산·화성 등 경기 서남부지역은 바이오·의료산업이 전국에서도 가장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인천시 또한 송도를 중심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세계적인 바이오기업들의 생산기지이며 외국기업들도 다수 입주해 있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도 ‘서울바이오허브’가 있다. 수도권 외 지역으로는 충북 오송에 2009년부터 국가주도 바이오보건의료산업 특화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대구, 대전, 원주에도 바이오단지가 운영 중이다. 오송과 가까운 충주는 작년 ‘충주 바이오헬스 국가산단’이 예타를 통과해 조성을 기다리고 있다. 아주대병원과 유치협약을 맺은 평택시도 브레인시티 산단에 연구개발 중심의 의료복합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이렇듯 바이오클러스터는 수도권 서남부와 충북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세계적인 바이오산업단지라로 할만한 곳이 국내에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양, 파주에도 기회는 충분히 있다.

고양시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힘쓰고 있는 이용우(일산서구)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앵커로 삼을만한 우량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산테크노밸리에 들어올 AI·VR이 접목된 콘텐츠기업이 의료기업과 만난다면 자연스럽게 융복합산업으로 발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고양시와는 유사 산업에 대한 유치경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경쟁관계 일수도 있지만 기업유치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선 협업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고양·파주가 각자 가진 장점을 살려 바이오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