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잇기 위한 전수교육관, 고양시에 꼭 필요”  

김권수 고양시 전 국악협회장 

2021-04-22     이병우 기자
김권수 전 고양시국악협회장은 전수교육관 건립 현실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 협회장은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에 번듯한 전수교육관 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에서 가장 많은 국악인 살아”
예능 보유 전승·교육·공연 기능
4개 단체 협업할 수 있는 공간
천명 이상 전수관 탄원서 서명

[고양신문] 고양시에는 국악 관련 4개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단체가 있다. 고양송포호미걸이, 경기소리휘몰이잡가, 고양상여회다지소리, 경기도당굿시나위춤 등이다. 이들 4개 단체의 회원수만 175명이다. 회원수 외에 4개 단체의 예비전수자 수는 400명을 훌쩍 넘는다. 이렇듯 고양시는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에 비해 국악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다. 

그런데 지역의 국악인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에 번듯한 전수교육관 하나 없다는 것이다. 전수교육관은 국악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나 보유단체의 전승, 교육, 공연을 위한 시설이다. 지역 국악인들의 안타까움은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의 국악 저변과 비교되면서 점점 커져가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과천·수원·군포·파주·안성·양주 등 12개 지자체는 이미 전수교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천·포천·광명은 전수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수교육관 건립을 지역의 많은 국악인들이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바람을 현실화하는데 가장 앞장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권수 전 고양시국악협회장이다. 경기소리휘모리잡가 보유자로 경기도 인간문화재이자 현재 고양시국악협회 고문이기도 한 그를 만나 전수교육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코로나 때문에 공연문화가 타격을 받고 있다. 지역의 국악인들도 어려울 것 같은데.   

모여서 공연연습을 하는데, 이제 모이지 못하니 국악협회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겨우 공연 영상을 찍어 비대면으로 보여주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연은 관객 앞에서라도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예비전수자들이 국악을 통해 일정 수입을 얻어 생활을 해야 하는데, 지금 코로나 상황은 모든 국악 활동을 막고 있다. 이들이 커피숍에 알바를 하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공연이나 외부 심사 일정이 많았던 저 같은 경우는 작년 한 해 이 일정이 거의 없었다. 

▍고양시 국악인들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고양예총이 창립되던 1993년인데. 그해 말에 고양시국악협회가 창립됐으니 28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고양시국악협회에 가입해 있는 정회원만 100여 명이 넘는다. 국악 관련 4개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과 예비전수자를 합하면 600명 가까이 된다. 분명한 것은 고양시는 경기도에서 국악인구가 가장 많다. 

▍최근 탄원 서명도 진행하면서 지역 국악계에는 전수교육관 설립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지역의 국악인, 국악인 가족, 지인 등 1136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전수교육관을 바라는 탄원서에 서명했었다. 지역의 많은 국악인들이 전수교육관을 바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수교육관 시설은 무형문화재 전승 활동을 위한 필수적 공공시설이다.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는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고양시도 이를 인식하고 마냥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시는 전수교육관을 건립할 장소를 물색하려는 자세는 보이고 있다. 시장님도 전수교육관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관계부서와 협의해서 어느 곳이 적당한지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수교육관이라면 어떤 형태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부지 위에 독립적인 전수교육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모델이 과천의 전수교육관인데 독립적인 하나로 건물로 운영된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고양시에 있는 기존 건물 내에 1~2개의 일부 층을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다. 다만 4개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단체가 독립된 곳에서 연습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해당 층의 공간이 넓어야 한다. 전수교육관 내에서 공연물을 제작하고 공연해서 일정 정도 수입을 내고 싶다. 따라서 전수교육관에는 주차 시설도 필요하다. 

김권수 전 고양시국악협회장은 경기소리휘모리잡가 보유자로 경기도 인간문화재이자 현재 고양시국악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단체 4개 국악 단체가 함께 교육하고 교육하는 공간을 원하는가.  

안성이나 양주처럼 하나의 지자체에 무형문화재별로 여러 전수교육관을 갖추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여건상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고양에 있는 4개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단체가 협업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전수기능은 독립된 공간에서 각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4개의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공연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큰 공간 외에 전수기능을 할 별도의 4개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수교육관에서 공연을 한다면 어떤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가. 

고양시의 특화된 국악 공연을 관광과 연계해 타 지역 사람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진다. 안장왕과 한씨 미녀, 밥 할머니, 송강정철과 강아 등 고양시에서 오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창극화하는 할 수 있는 소재가 많다. 창극은 민요, 판소리, 춤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이런 여러 소재를 공연물로 만들어 호응이 좋으면 매주 상설공연도 할 수도 있다. 

▍전수교육관을 건립하는 데 시는 무엇을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는가. 

예산의 문제도 있지만 시가 전수교육관을 건립하거나 마련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양에 있는 4개 단체에 있는 여러 사람이 연습할 수 있는 큰 공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필요하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공간을 시는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성사혁신지구 한 건물 일부에 전수교육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러 요인에 의해 여의치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