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 기슭 정든 도서관… 몰라보게 달라졌네!
[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리모델링 거쳐 재개관한 마두도서관
1999년 개관한 일산신도시 첫 도서관
리모델링 마치고 27일 다시 문 열어
답답한 벽 없애고 자료실·열람실 통합
층마다 햇살 비추는 머물고픈 공간
[고양신문]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곳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이자 오래 머물고 싶은 복합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정발산 자락, 전경이 빼어난 마두도서관이 1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27일 정식으로 개관한다. 그동안 도서관이 다시 문 열기를 고대했던 지역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마두도서관은 일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가장 먼저 생긴 상징적인 도서관이다. 고양시 최초의 도서관 타이틀은 행신도서관이 가지고 있지만, 1999년 5월에 문을 연 마두도서관은 ‘일산의 첫 번째 도서관’으로 지역주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지역주민 의견 반영한 개방형 공간 구성
이번 리모델링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 마두도서관 재개관 준비를 총괄한 고양시도서관센터 고은실 팀장은 “기본적으로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했다”면서 “지역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공간을 나누던 벽을 없앤 자리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공간을 넓혔고, 열람실과 자료실이 같은 공간 안에 배치된 개방형 구조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안내 데스크와 컴퓨터실, 종합자료실도 역할별로 통합해 공간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도서관 내부에는 책 표지가 보이는 진열대를 곳곳에 만들어 이용자들이 책을 고르기 쉽게 했다. 큐레이션을 담당한 김은정 사서는 “시대별, 주제별로 요구하는 책을 각각의 컨셉트에 맞춰 선택했고, 이용자들의 눈길이 머물도록 예쁘게 꾸몄다”면서 “우리 도서관만의 독특한 북큐레이션을 체험해 보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석구석 참신한 북큐레이션
개관 당시 마두도서관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의 비중이 높았다. 공간을 리뉴얼하며 예전 독서실 형태의 열람실은 사라졌지만, 도서관 어디에서든 독서와 학습이 가능하도록 곳곳마다 좌석을 많이 마련했다. 도서관 어느 곳에서든 와이파이가 연결돼 노트북 작업이 가능하다. 채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창가 쪽에는 바 형태의 좌석을 배치했다.
3층 종합자료실1의 초입에는 ‘종이약국’이라는 시민참여형 코너를 마련했다. 시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적어서 제출하면, 도서관 측에서는 맞춤형으로 처방한 후 다음 달에 관련 책을 진열한다. 한 권의 책으로 전하는 마음의 처방전인 셈이다. 안쪽 ‘우리동네출판사’ 코너는 아이템하우스, 애플북스, 푸른영토 등 고양시에 있는 출판사 25개의 신간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출판사가 참여해 상생을 모색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자료실의 기다란 테이블에는 개인 스탠드가 비치되어 있고, 고도가 높은 천장에는 은은한 조명을 밝혀 세련된 느낌을 전한다.
보다 친근해진 향토문화자료실
향토문화자료실에는 『고양시사』, 『일산신도시 개발사』 등 고양시의 역사 안내서와 관내에서 발간된 자료를 모아 진열하고 있다. 현재 첫 기획전시로 고양시도서관센터가 진행했던 책 잔치 관련 포스터와 기념품, 시민참여 독서 프로그램 발간책자 등을 진열 중이다. 다음 전시로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북한산 관련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2층 종합자료실2의 입구에는 ‘21년 주목해야 할 젊은작가 10인’의 작품을 진열했다. ‘책 시간여행’ 코너에는 도서관 개관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베스트셀러들을 전시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마두도서관에는 총 17만 권의 방대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서가에는 절반 정도만 진열을 했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공간을 보다 여유롭게 연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머지 절반의 책들은 별도의 수장 서고에 보관해놓고, 이용자가 대출 신청을 하면 책을 찾아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시대 흐름 포착한 유튜버 창작공간
1층 안내데스크 앞쪽에는 어린이자료실이 자리하고 있다. 리모델링 이전에는 지하에 있던 어린이자료실을 빛이 들어오는 이곳으로 옮겨 접근하기 쉽게 꾸몄다. 안쪽의 ‘이야기방’은 유아들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책을 보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창가 쪽에는 봄의 색깔인 노란 색상으로 컨셉트를 잡아 표지가 노란 책들을 진열했다.
신문과 잡지가 있는 연속간행물실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청소년 자료와 DVD 자료도 비치해 다양한 세대가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지하 1층의 ‘미디어 창작실’은 1인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마련한 교육공간이다. 온라인 콘텐츠 교육이 진행될 강의실 바로 옆에는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이 잘 구비된 스튜디오도 마련됐다. 청소년들의 진로교육과 연계해 체험 기회를 주고, 창의적인 시민 유튜버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은실 팀장은 “교육을 받은 유튜버들이 책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업로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원, 도서관, 카페거리 이어지는 느긋한 산책 코스
이전에 어린이자료실이었던 장소는 북카페로 변신했다. 좌석 배치는 북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커다란 자작나무 책상은 다수의 인원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자연광을 향유할 수 있는 지하 1층 썬큰 공원까지 녹색의 자연이 이어지는 느낌을 살렸다.
층마다 햇살이 잘 비치는 창가 쪽으로 좌석을 배치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특히 3층의 탁 트인 통유리창 앞 쉼터 자리에선 도서관 맞은편 보넷길과 밤가시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은 멀리 북한산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아름다워 계속 머무르고 싶어진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나무마다 연두색 물이 올라온 정발산 공원을 산책한 후 도서관에 들러 책도 보고, 길 건너편에 있는 카페나 맛집에서 느긋한 시간을 즐겨봐도 좋겠다.
주소 :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355
문의 : 031-8075-9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