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쟁력 높이는 ‘최고의 농부’
이종철 농업경영인 지도지구회장
2018년 새농민상 수상, 아내도 인정하는 열혈 농민
농업 수익·균형 위해 노력, 농업의 정석은 성실과 학습
“몸이 10개라도 부족해요. 지금 열무가 한창 나올 때고 못자리에 물도 줘야 해요. 경영인회장이 되면서 더 바빠졌습니다. 그래도 해야죠.”
이종철 농업경영인 고양시연합회 지도지구회장은 구릿빛 피부에 하얀 이를 보이며 웃었다. 농업경영인 회원으로만 활동하다 회장 감투를 쓰니 두 배가 더 바빠졌다고 했다.
그의 바쁨엔 이유가 있다. 타고난 성실함과 부지런함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농협은 2018년 4월 새농민상(像)을 안겨줬다. 농협이 선진농업인임을 증명해주는 가치 있는 상으로 농업에 능력 있고 성실한 농민에게 주는 상이다. 새농민상은 농협중앙회가 1966년부터 농가소득 증진과 영농 과학화 등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선도농업인을 선정해 시상한다.
1976년 고양군 지도면 강매리에서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행주초등학교와 능곡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회장은 한국농수산대학교 1회로 입학했다. 그에게 농업 관련 대학으로의 진학은 자연스러웠다. 스스로도 공부를 더 해보고 싶었다. 대학은 그동안 부모님을 따라 하던 관행 농업과는 다른 것을 알려줬다. 새로운 지식이 생겼고 이론과 실무를 경험해보니 농업은 수익이 될 수 있다는 감을 잡았다. 평생 직업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며, 성인이 되기까지의 농촌 생활은 전문농업인으로 성장하게 했다.
“지금 농사는 농수산대학교에서의 배움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론을 배우고 선도 농가를 방문해 선진기술까지 경험하는 등의 다양한 교육은 새로운 농업의 길로 안내했습니다”라며 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선진화된 농법과 방식에 더욱 관심을 가졌고, 수경재배와 양액재배를 처음 알게 했다. 이 회장은 농업도 산업의 한 분야로 충분한 경쟁력이 되겠다고 판단했고 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군 복무기간을 제외하면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강매동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이종철 회장. 2006년 봄 결혼을 하면서 분가했고, 행신동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현재는 아내와 딸 아들, 네 가족이 생활하며, 강매동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부모님의 안부도 눈으로 확인하는 효자다.
“아버지는 농사를 물려주시고 지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하세요. 계절별로 노지에서 자란 고추와 가지 마늘 등등이에요. 일도 하시고 건강도 챙기시며 가끔 아들의 농사도 봐주는 부모님이 그저 고마울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행신동과 능곡동에 있는 이종철 회장이 경작하는 8000여 평의 농장에서는 일산열무로 대표되는 열무와 각종 엽채류 등이 자란다. 그는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꾼들을 농장에 데려다주고 밭에 물을 주고 농장을 둘러보며 하루를 계획한다.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날에는 일산열무를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 준비하느라 비닐하우스 안 일꾼들의 손놀림이 빠르고 남달랐다.
“이분들이 아니면 매일 가락동에 출하하기 힘들어요. 정말 열심히 해주시고 꼼꼼하게 작업해주세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라며 가족같은 일꾼들을 고마워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해질녘이라고 일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또다시 시작이다. 오후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당일 생산된 농산물을 싣고 서울 가락동으로 출발한다. 도착하면 저녁 7시경이 되고 단골 상회를 방문한다. 1시간이 지나 8시가 되면 농산물 경매가 시작된다. 일산열무는 품질이 좋아 다른 생산지 열무보다 가격이 더 좋다. 거기에다 크기와 품질은 거의 일정한 이회장의 열무는 그중에서도 가격이 상위권이다. 일산열무도 이종철 열무도 이미 시장에서는 신뢰의 브랜드가 됐다. 그렇게 경매까지 마치고 행신동 집으로 향한다.
부인 석수민씨는 “농업과 본인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편 자랑 같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농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성실하고 정직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농민이자 가장이자 남편으로서 존경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현재 한국농업경영인 고양시연합회 지도지구회장이기도 한 이종철 회장은 2001년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지역에서 농업 활동을 해온 지 20년 만인 2021년 1월 회장이 됐다. 오랫동안 활동은 해왔지만 리더로서 책임감이 생겼고, 25명의 지도지구회 회원과 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해 출발은 했다. 화합과 소통의 농민단체로 방향을 맞췄고, 회원들의 애로점과 의견 수렴을 통한 농업성장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농촌은 현재 인력 수급이 가장 힘들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많은 농민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출국한 분들이 많죠. 그분들이 없으면 농업을 이끌어 나가기 힘들 정도로 인력이 부족합니다. 경영인들과 안정적인 인력수급에 대해서도 논의하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라며 걱정했다.
이종철 회장은 지도농협 조합원으로 지도농협에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농가들에 전화하고 방문해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고, 현장 위주의 참여와 관심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농민과 상생의 길을 걷고 있어 농민의 한 사람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열심히 배우고 성실하게 일한다면 농업은 충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종철 회장. 직업으로서 농업이 전부인 그는 관리와 생산, 출하, 판매의 중심을 현장에 두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흙과 함께해온 그는 대지의 솔직함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농업을 이어왔는지 모른다.
막연하게 농업은 육체노동이라 생각했던 그는 아버지로부터 올바른 농민의 안목을 배웠고,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학습을 통해 알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했고, 그것을 통해 수익의 농업을 스스로 구축했다. 압도적인 농민 마인드가 있는 그에게 농업의 미래는 맑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