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점점 동안, 구운 마늘과 쑥뜸 덕분
어르신 인터뷰 - 88세 홍안, 건강전도사 고광현 어르신
나이들수록 점점 동안, 구운 마늘과 쑥뜸 덕분
혼자라도 세끼 잘 챙기고… 정성으로 몸 돌봐야해요
어르신 인터뷰
88세 홍안, 건강전도사 고광현 어르신
미세 먼지가 걷히고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던 토요일 오전, 고양시청 앞에 있는 고양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밝고 활발한 성격이신 고광현 어르신은 고양신문사가 있는 4층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단번에 올라오셨다. 가벼운 인사를 마친 후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우리가 무엇을 물을지 이미 알고 계신 듯 질문보다 먼저 말씀을 시작하셨다.
“요즘 사람들은 여백이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요. 자기 몸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요. 그러면서 아프면 병원이 가 치료받고 약을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약에 의존하면 안돼요. 우물에 물을 퍼내야 새 물이 고이듯이 몸속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병이 치유되고, 병에 걸리지 않아요.”
▍어르신, 예전에 중풍이 심하게 온 적이 있었다면서요.
30년 전이니까 58세 때인데, 동탄신도시 건설할 때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큰 공사장이다 보니 신경을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몸 왼쪽에 마비가 왔어요. 자전거를 잘 타고 다녔는데 못 타게 되었고,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아 침을 계속 흐릴 정도로 심한 중풍이 왔어요.
▍바로 병원으로 가셨겠네요.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하려고 했는데, 동생과 친지들이 달려와 억지로 한방종합병원에 억지로 입원을 시켰어요. 어쩔 수 없이 입원했지만 병원에서 주는 약은 먹지 않고 퇴원시켜 달라고 일주일간 졸랐어요. 결국 동생이 보호자가 되어 각서를 쓰고 집으로 와 바로 뜸으로 치료를 시작했지요.
▍보통 사람들은 병이 나면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데,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뜸을 뜬 이유가 있나요.
그 전에 아내가 수술을 다섯 번 받고도 갔어요. 그때 여러 가지 일이 있어 병원에 대한 불신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심지어 30년간 건강검진도 받지 않았어요. 만약에 감기가 오면 따뜻한 물에 무엿과 죽염을 넣어 마시고 쉬지요.
▍뜸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외할아버지가 한의사였는데,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어깨 너머로 배웠어요. 덕분에 뜸과 약초에 대해 많이 알았지요. 근래에는 동의보감과 건강 관련 잡지(인산의학)를 보고도 많이 배웠고요. 뜸은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가 같은 봄가을에 떠야 하는데, 너무 어렵고 참을성이 필요하기에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또 가르쳐준 대로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중풍은 어떻게 치유하셨어요.
퇴원해 집으로 와 혼자 뜸을 떴어요. 뜸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먼저 거울을 보고 혼자서 팔에 뜸을 떴지요. 하루 종일 떴더니 밤늦게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입 주위에 뜸을 뜨고, 배의 중천과 명치, 단전, 다리의 족삼혈에 뜸을 뜨니 온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아무튼 한 달 보름 만에 중풍을 잡았어요. 그러나 일반인들은 따라하기 힘들 거예요. 어지간히 굳은 결심이 아니면 견디지 못해요.
▍또 다른 건강비법이 있으신가요.
구운 마늘이 좋아요. 피를 맑게 해주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높여줘요. 구운 마늘을 열심히 먹는 것도 정성이 있어야 돼요. 식사를 준비할 때 먼저 통마늘 서너 통을 전자레인지용 세라믹 옹기에 넣고 물을 조금 부어 4~5분 정도 구워, 밥과 같이 먹으면 돼요. 밥은 조금 적게 먹는 게 좋아요.
▍구운 마늘을 어느 정도 먹어야 되나요.
구운 마늘을 먹을 땐 하루에 열 통 정도는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10일이면 한 접을 먹는 것이 되지요. 제가 먹은 마늘을 전부 합치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제 형제가 5남 2녀인데, 다들 제가 알려준 방법대로 먹고 있어요. 작고한 누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하고요.
▍어떤 마늘이 좋은가요.
5월 중순이면 강화도에서 벌마늘이 나오고, 6월말이면 서산의 황토에서 자란 육쪽마늘이 나와요. 좋은 마늘을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와요. 방귀는 몸의 독성이 빠져나가는 것인데, 처음에는 많이 나오지만 차츰 줄어들어요. 50대에 쑥뜸과 구운 마늘을 먹으면 참 좋아요.
▍코로나19 이전에 어떤 운동을 하셨나요.
집에서 역기를 들어요. 그래서 팔 근육이 이 나이에도 단단해요. 다리 근육이 단단한 것은 춤을 좋아해서 혼자서라도 꾸준히 추고 있어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운동 삼아 춤 연습을 해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 보면 제각각 독특한 운동법이 있던데요.
가끔 집에서 하는 운동이 있어요.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손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온몸에 힘을 줘 가만히 있으면 온몸이 시원해져요. 또 자고 일어난 후 빨래방망이로 발바닥 가운데를 세게 두드리면 시원해집니다.
▍식사로 주로 어떤 음식을 드시는지요.
텔레비전에 보면 기름기가 번지르르한 보기 좋은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절대 좋은 음식이 아닙니다. 잘 먹고, 잘 소화되고, 잘 싸는 음식을 먹어야 해요. 밥과 물김치를 주로 먹고, 많이 먹지도 않아요. 밥에 콩을 많이 넣어 먹어요. 혈액순환에 좋은 강낭콩과 서리태, 백태를 하루 동안 불렸다가 백미와 반반씩 섞어 밥을 해요. 혼자 살면서 먹는 것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 번에 밥을 많이 해서 1인분씩 냉동실에 보관해요. 먹을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편해요.
▍먹으면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은 어떤 것일까요.
된장국과 청국장, 오리고기가 좋아요. 특히 유황오리는 몸에 있는 독소를 빼주는 역할을 해서 좋아요. 그리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요. 북어국은 해독제와 같아서 많이 끓여 먹으면 좋아요. 닭고기와 하얀 설탕, 밀가루는 피하는 것이 좋아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피부가 깨끗하고 몸이 따뜻하고 잠도 잘 자요.
▍하루에 몇 시간 주무시나요.
저녁을 먹으면 곧바로 잠이 오지요. 보통 8시에 자면 5시에서 6시 사이에 깨요. 거의 9~10시간은 자요. 낮잠은 절대 안 자요.
▍평소 삼시세끼 다 챙겨 드시나요.
혼자지만 당연히 세끼를 꼭 먹어요. 친구들과 같이 식당에서 먹기도 해요.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지요. 하지만 위장을 생각해서 과식을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소식을 하는데, 과식을 했다고 생각이 들면 그만큼 운동을 하지요. 정성으로 몸을 돌보아야 돼요. 간식으로는 과일류를 조금 먹어요.
▍코로나19 이전에 어떤 소일거리가 있었나요.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소일거리가 없지만, 이전에는 요양원에 이발 봉사를 많이 했어요. 젊은 시절 이발사를 했는데 서울의 삼정 호텔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정도로 솜씨를 인정받았지요. 대체로 요양원을 한번 가면 스무 명 정도에게 봉사를 해요. 많은 요양원에서 봉사 요청이 왔는데, 시간이 되면 늘 가서 이발봉사 했어요. 머리카락이 깨끗해지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그런데 코로나19 땜에 못 가서 너무 안타까워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수축기 혈압이 120이고 혈당도 120이었어요. 얼마 전에 덕양보건소에서 피검사를 한다고 피를 뽑았는데, 나이든 간호사가 피만 보고도 청년 피 같다고 어떤 운동을 하시냐고 물었어요. 남편에게 그 운동법을 알려주려고 한다면서요.
▍시력과 청력은 어떠세요.
안경이나 돋보기는 쓰지 않아요. 시력 검사를 했더니 0.7이더군요. 내장과 피가 깨끗하니 눈도 나빠지지 않고 귀도 깨끗하게 들리는 듯해요. 단, 유전이어서인지 부모와 형제가 모두 이는 좋지 않아요. 술과 담배도 어릴 적에 한 번했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난 후에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요즘 혼자 계시니 외롭지 않으세요.
새벽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으면, 세상이 이런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요. 덧없는 세월을 뜬구름처럼 흘려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예전 서울 쌍문동에서 이발소를 할 때 나이든 좋은 여성 면도사가 있었는데 붙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죠. 그때는 아내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도 아직 피가 살아 있으니까, 말동무할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고양시에서 진행한 123세대 결연사업에 참여하셨는데 어땠나요.
이시현군 가족이 너무 잘해줘 고마웠지요. 그런데 그때 같이 시작한 사람이 현재까지 이어진 가정은 없어요.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결연이 끊어진 거죠.
▍얼굴이나 피부가 너무 깨끗해요.
깨끗하기보다는 동안이지요. 5, 6년 후가 되면 더 동안이 될 겁니다. 구운 마늘과 유황오리 먹고 쑥뜸을 꾸준히 하면 피가 맑아져 검버섯도 없어지고 허리도 꼿꼿해져요. 동생들이 저에게 붙인 별명이 ‘만에 한 명도 아니다’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동안이 되어 신선이 될 것 같다고 해요.(웃음)
▍평소 부지런하시고 청결하실 듯해요.
저는 집을 늘 깨끗하게 청소해요. 하루는 화장실을, 하루는 부엌을, 하루는 창문과 먼지를 닦는 식으로 날짜를 정해 청소해요. 행주나 수저도 3일 간격으로 삶아 소독해요. 한번만 깨끗하게 청소하면 다음에는 별로 청소할 것이 없어요. 냄새가 나지 않게 하루에 평균 서너 번 정도 창문을 활짝 열고 통풍을 하고요. 그래서 어떤 이는 저 보고 결벽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해요. 사실 제가 건강하고 부지런한 성격이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사는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식당으로 옮기려 자리를 정리하려는 순간 고광현 어르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미 4층 계단을 내려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제야 앉아서 인터뷰할 때는 보지 못한 청년만큼 굵고 탄탄한 어르신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태화 건강넷. 파라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