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은 고양시… 도시‘팽창’에서 도시‘성장’으로  

1992년 일산입주 후 30년, 이제부터는 좀 살만해질까

2021-05-28     이병우 기자
올해는 일산신도시 첫 입주가 시작된 1992년으로부터 30년을 맞는 해다. 대대적인 택지개발로 인구수는 108만으로 늘어지만 도시성장 측면에서는 거의 정체된 세월이었다. 그런데 정치적 구호에 머물렀던 '자족기능 확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대단위 계획들이 하나둘 축적되고 있다. 고양시는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덕양구 삼송신도시 항공사진. 

도시 - 창릉신도시·테크노·방송영상밸리 개발
교통 - GTX·인천2호선·신분당선·트램 구축  
행정 - 특례시로 행정·재정·자치 권한 확대
환경 - 장항습지 람사르등록으로 ‘생태도시’
자족기능 확보 위해 ‘수정법’ 극복은 과제 

[고양신문} 고양시에서는 현재 전례 없이 도시성장을 위한 대대적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양시는 이제 108만 명의 인구와 약 45만호의 집만 빼곡한 베드타운을 벗어날 수 있는 전환기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1992년 일산동구 백송마을을 시작으로 입주를 시작한 지 딱 30년 만의 일이다.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약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 이러한 기회는 도시개발, 교통, 행정, 환경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열리고 있다. 

우선 오는 12월부터 사전청약이 이뤄지는 3기신도시 창릉은 일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덕양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9년까지 813만㎡(246만평)의 땅에 3만8000호의 주택 외에 자족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3기신도시를 발표하면서 기존 1·2기 신도시에 비해 자족용지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고양시도 “판교테크노밸리보다 2.7배 넓은 41만 평의 자족용지 확보했고 창릉신도시를 벤처기업, 연구소 중심의 지식기반 산업 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릉신도시가 덕양의 도약에 기여하려면 극복해야 하는 점도 있다. 부지의 17%인 135만㎡가 자족용지임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공업지역 물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자족기능의 핵심은 기업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에 있는데, 이는 공업지역 내에서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창릉신도시 부지에 공업지역 물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과제다.  

창릉신도시에 비해 일산테크노밸리는 전체부지 87만㎡(약 26만평) 중 10만㎡의 공업지역 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현재 고양시는 10만㎡에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 절차를 밝은 후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제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공업지역이 아닌 곳에 고양시가 주력산업으로 정한 메디컬‧바이오클러스터, 미디어‧콘텐츠클러스터를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과제다. 고양시 관계자는 “6개 병원들의 모임인 병원실무협의체와 방송실무협의체가 구성되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 협의체는 테크노밸리 내 어떤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최근 국가 대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이 일산테크노밸리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했다. 

 

경기 서북부 방송・영상・문화기능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사업인 고양방송영상밸리는 지난 20일 착공에 들어갔다. 2023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장항동·대화동 일원 70만1984㎡(약 21만평)에 조성된다. 고양방송영상밸리 전체면적의 약 24%인 16만8000㎡(5만820평)가 방송시설용지로 주요 방송국과 제작센터가 입주해 개방형 스튜디오 등이 조성될 수 있도록 했다.

교통 분야에서도 여러 계획이 발표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GTX- A노선 외에 지난달 22일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발표로 4개의 굵직한 노선이 고양시에 놓이게 되다. ▲인천2호선 연장(인천서구~일산서구)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용산~삼송) ▲일산선 연장(3호선 대화~파주금릉) ▲고양은평선(새절~고양시청)이다. 또한 작년 12월 국토부 발표에 따라 식사선 트램추진이 확정된 이후 고양시에서 ‘트램(노면전차)’ 추진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3일 트램 도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도시개발과 교통망 건설 등 당장 눈에 보이는 개발뿐만 아니라 행정 측면에서 도약도 기대된다. 고양시가 인구 100만을 넘어서면서 ‘특례시’ 도입이 마침내 실현 된 것. 하지만 특례시라는 이름에 걸 맞는 ‘특례의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거쳐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특례시’라는 이름이 허울뿐이 아니라 준(準)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특례’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지난 21일 ‘장항습지’가 드디어 람사르습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고양시 생태활동가들에게 모처럼만에 분 ‘훈풍’이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고양시가 생태도시를 추구하는 도시라는 점을 환기시킨 일이었다. 재두루미·저어새 등 여러 종의 천연기념물과 큰기러기·붉은발말똥게 등 다수의 멸종위기동물을 포함해 1066여 종 이상의 생명체가 서식하는 장항습지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밖에 CJ라이브시티, 킨텍스 제3전시장, 장항공공택지지구, 고양시 신청사 이전, IP융복합클러스터 등 고양시의 변화를 이루게 하는 일련의 계획들이 있다.    

하지만 자족기능을 갖추고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기업과 산업을 유치해야 하는 일인데, 아직까지 계획단계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크나큰 제약조건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고양시가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과밀억제권역이 가하는 규제를 완화하든지, 아니면 규제의 틈 사이에서 기업과 산업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유치를 위한 고양시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의 이용우 국회의원은 “고양시가 특례시로 제대로 발전하려면 기업유치에 있어 마인드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고양시에 어떤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는 자기중심적 공급자 마인드를 바꿔 수요자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 즉 기업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서 들어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아가 수도권과 경기도에서 고양시가 어떤 위상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 파주, 김포 등 서북부에서 고양시가 허브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고양시의 교통망 계획도 중앙정부가 하는 광역·간선망에 더해 스스로 지선망 확충 계획을 세워 집행계획을 짜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