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시선 - 코로나 백신과 고열
[고양신문] 4월 마지막 날 오후 4시10분경 코로나 백신을 맞고 그 날은 컨디션이 좋아 아파트 경내를 산책을 하고 10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쯤 온몸이 쑤셔오면서 자근자근 아파오기 시작하고 눈을 뜨니 밤 1시 반. 계속 몸이 무거우면서 몽둥이로 맞은 듯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습니다. 그 다음날 진료가 있어 출근했더니 몸은 계속 처지고 힘들었습니다. 점심 때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는데 일어나도 아프고, 무겁고⋯. 퇴근하자마자 저녁을 거른 채 뜨거운 황토침대에 이불을 감싸고 누웠습니다. 낮에 무리해서인지 열은 계속 오르고 몸은 힘들고, 결국 40℃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병원에 가든지, 해열제를 복용하든지 해야 하지 않느냐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열이 오르면서 몸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그 열의 오름이 인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발산하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마치 감기 걸리면 땀을 내서 낫는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밤 아홉시 반쯤 일어나니 거의 다 나은 것 같이 몸이 가볍고 상쾌해지는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땐 몸이 평소처럼 가볍고 좋았습니다.
2시간 누워있던 초저녁의 고열은 무엇일까요? 한의학에 정기(正氣), 사기(邪氣)란 용어가 있습니다. 정기는 우리 몸을 살리고 이겨내는 힘을 말합니다. 즉 면역력입니다. 사기는 삿된 기운으로 우리 몸을 해치는 나쁜 힘을 뜻합니다. 세균·바이러스 같이 몸을 무너뜨리는 독성을 얘기합니다.
우리 몸이 열이 난다는 것은 정기와 사기가 부딪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정기와 사기의 만남이 전쟁처럼 크게 싸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기가 우세해도, 사기가 우세해도 나타납니다. 정기가 강해 나타나는 고열은 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합니다. 반대로 사기가 강하면 해열제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열이 아니라 열이 나는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정기가 강해 열이 나는 것은 우리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사기가 강해 열이 나는 것은 무너짐의 표징입니다. 같은 열이라도 그 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결론은 사람입니다. ‘객관’이란 이름 아래 39~40℃이면 해열제를 투여해 열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반응으로 열을 판단해야 합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방학이 오면 집을 떠나 할머니 집에 가고 개학이면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학교에 갔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쯤 할머니는 조금씩 키도 작아지고 몸무게도 줄어들면서 왜소해지는 것입니다. 땔감을 마련하려 산에 갔는데, 그때 지게를 진 할머니의 뒷모습이 그렇게 초라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왜 몸이 작아지는지 몰랐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성장한다는 것은 습기와 열기의 상승입니다. 반대로 늙어간다는 것은 습기와 열기의 하강입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옷을 단단히 입고 바닥을 덥히는 난방을 많이 찾습니다.
인간의 습기와 열기가 생존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성장이란 습기와 열기의 충만이요, 노화란 습기와 열기의 쇠락입니다. 습기로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열기로 대사작용하는 인체의 면역력은 길항적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코로나 주사로 열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몸의 습기가 열을 내려주어 짧은 아픔을 겪었지만 오히려 면역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현대의 많은 기계장비들이 사람을 재단하고 진단합니다. 많은 나무들이 습기라는 수분으로, 열기라는 햇빛으로 생존하듯 인간도 원초적 생명력의 습기와 열기로 삶을 이어나고 있습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원초적 생명력의 힘, 마지막은 ‘사람’이라는 원초적 진실이 문명 속에서 더 크게 살아있길 기원합니다.
윤승형 건강넷 지엘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