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나무로 의자 만들었죠

김영찬 목이공방 대표 작가

2021-07-15     박영선 기자

[고양신문] 김영찬(51세) 목이공방 대표작가는 “공방 한 켠에 방치되어 있던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이 어느 날 저를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었더니 행운을 가져다 주더군요”라고 말했다.

행신동 가라뫼 사거리에서 목공방을 운영하는 김 작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공방이 위기를 겪고 있을 무렵, ‘산림 문화 작품 공모전’을 알게 되었다. 때마침 오랫동안 공방 한 켠에 방치되어 있던 깨지고 갈라진 판자 형태의 벽조목이 눈에 들어왔다. 덕지덕지 묻어 있던 두꺼운 니스들을 긁어내고, 온전하지 못한 나무 상판을 다시 정상으로 살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그의 손끝에서 다듬어진 나무를 공모전에 내기로 결심했고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잘 다듬어진 벽조목 나무판자에 호두나무로 등받이와 다리를 붙였더니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의자가 완성됐다.

작품은 공모전에서 목공예 부문 대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으로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긴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벤치는 “10년 동안 방치됐던 벽조목에 언제나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의자라는 옷을 입혀주었다”는 작가의 설명대로 나무 고유의 모양과 색을 살려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산림 문화 작품 공모전’은 매회 1만점 이상의 작품이 접수되는 국내 최대 산림분야 작품 공모전으로 산림청이 주최하고 산림조합중앙회가 주관하고 있다. 올해에도 이달 28일까지 접수가 진행된다.(문의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 02-3434-7244)

김영찬 작가는 혼자 취미로 시작해 목공에 발을 디디게 됐다. 자영업을 하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 퇴근 후 뚝딱뚝딱 나무를 잘라서 못을 박고 페인트칠을 하곤 했는데, 더 잘하고 싶어서 목공 관련 외국 서적을 보며 수백 번 반복 작업해 스스로 독학으로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마두동에서 작업실을 2년 정도 할 때도 회원을 받아 주문제작까지 했다. 15년 전 쯤에 지금의 행신동 가라뫼 사거리 인근 지하 50평 남짓한 공방을 열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김 작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온전히 본인의 것을 만들어 내는 목수가 좋아서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만드는 생활가구들은 똑같은 모습이 하나도 없다. 세상 하나뿐인 가구이며 숨결을 불어넣어 제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김 작가는 “십여 년 전 대구에 사는 분이 제작해 간 거실에 놓인 가구는 햇살 한 줄기에 또 다른 모습으로 주인장을 감동시켜 힘을 받게 됐다”고 한다. 2011년 서초동 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기획전, 가구전을 해왔고, 2020년 10월 제1회 고양시 수제품 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2018~19년에는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경기공방학교, 경기대표공방’으로 선정되어 물품과 지원금으로 공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기도 했다.

이곳 공방에는 개방감을 위한 한쪽 팔걸이 의자, 우아한 곡선이 들어간 가구 등 대부분 감성이 깃든 원목가구들이 제작되어 놓여 있다. 김영찬 작가는 “시간이 지나도 정겹고, 오랫동안 쓰임 받는 가구를 앞으로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