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건강을 위한 책읽기 - 『내가 알던 그 사람』

2021-07-17     조성주 건강넷 총무 

고마워요. 웬디!

웬디, 오늘은 기분이 어떤가요? 
머리의 반에 목화솜이 든 기분이었다고 했을 때, 나에겐 문득 사방에 안개가 잔뜩 끼어 조마조마하며 운전을 했던 어떤 날이 떠올랐습니다. 교차로라도 지나는 순간이라면 정말이지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목화솜이라니 공기조차 잘 드나들지 못하는 답답함에 숨이 찼어요.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억력으로 일을 처리해왔고, 부지런하고 즐겁게 매일 살아가던 당신의 일상에 미세한 균열들이 생기고, 쉰여덟 살에 초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었지요. 당신과 닿지도 않는 머나먼 땅에서 활자로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나마 치매 초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겨우 5%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이 아파서 조심스럽습니다. 

 어떻게 믿어질 수 있겠어요? 뇌와 다리가 대화하지 않는다는 표현처럼 순식간에 넘어지거나,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다가 우회전이 안 되는 일이 그냥 일어나다니 말입니다. 마지막 조깅, 마지막 케이크 굽기, 마지막 운전하기, 예고도 없이 하루하루 잃어가는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이 늘어가는 대목을 읽을 때는 함께 낙담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쩔쩔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쓴이가 바로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당사자라는 사실도 호기심을 일으켰답니다. 경험하는 사람의 힘이 가득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책입니다. 요즘 나는 이제야 나를 알아가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는데, 그래서 살아간다는 것은 나를 향한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웬디는 자신 안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삶이라는 것은 참 다양하면서도 불친절한 미로같이 느껴집니다. 

웬디는 달려들지도 않지만 지치지도 않고 다가오는 진행성 질환의 두려움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용감하게 대처합니다. 그리고 치매 관련 연구와 치료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자 많은 연구와 강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갑니다.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책 끝에 나온 블로그를 찾아보았습니다. 2014년에 진단을 받았으니 꽤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당신의 글이 올라올지 두근거렸습니다. 역시 웬디입니다. 생기 넘치는 글과 사진들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치매는 어디선가 시작되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말기뿐 아니라 초기와 중기도 있다고, 삶은 계속된다고 말했지요. 잃어가는 과거 기억의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도 빛을 잃지 않는 선명한 ‘지금’을 사는 웬디의 삶이 오래오래, 오래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오늘의 나는 어떤 나일까?’라는 웬디의 블로그에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 각국의 표지 사진을 올린 글이 있었습니다. 다양하며 재미있어 보여 양해를 얻어 사진을 싣습니다. 고마워요. 웬디 !!

조성주 건강넷 총무 

 

『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소소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