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이면 동네의원에서 치매 무료검진... 치매는 조기검진 중요, 가까운 의사 자주 찾으세요

2021-07-17     노미화 건강넷 / 심리상담전문가

건강넷·고양신문 공동진행 건강도시 심층기획- ‘어떻게 나이들어야 할까’ 

전문가 인터뷰 
전국 최초 치매조기검진제도 만든 
심욱섭 고양시의사회 회장 


요양원 치매환자들 보고 놀라
7~8년 전부터 치매 공부하며 
고양시의사회 같이 하자 제안
150여 명 주말 공부하며 준비 
동네병원 무료검진 제도 제안 

 
[고양신문]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심각한 사회적 난제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것이 치매이다. 고양시도 총인구 104만 4189명 중 12.12%인 12만 6572명이 노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시는 전국 최초로 만 70세 이상 어르신이 동네 의원에서 치매 조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검진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큰 주목을 받은 이 사업은 고양시의사회 심욱섭 회장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심욱섭 회장은 대학병원까지 가서 치매 검진을 받는 상황이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심 회장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치매 검진을 받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치매의 진행을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아과 의사지만 치매 문제에 뛰어들어 하나의 정책을 만들기까지 고된 시간을 보낸 그는 치매 환자에게 따듯한 가족들을 보면 의사인 자신이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옆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기 때문이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신데 치매에 관심을 끌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내가 치매에 관심을 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 7~ 8년 전쯤이에요. 그 당시 우리나라의 치매 인구가 50만 명을 넘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요양원도 가봤어요. 가서는 깜짝 놀랐죠. 치매 환자들이 이렇게 누워있는데 ‘이거 정말 심각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치매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정부에서 하는 ‘치매 진단 전문화 과정’에서 강의도 듣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나가겠구나’ 하는 문제의식이 생기게 된 거죠. 제가 먼저 교육을 받고 그 프로그램을 가지고 우리 회원들(고양시의사회)을 교육했어요. 치매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렇게 한 번 해결해 보면 어떻겠느냐, 도와주시겠느냐”, 그랬더니 우리 회원들 150명 정도가 좋다고 해서 주말을 이용해서 강의 듣고 교육받고 준비를 했어요. 동네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치매를 진단하지 않으면 조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치매 치료는 어렵다고 하던데요? 
치매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예요. 빨리 발견해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나빠지는 속도를 줄여줄 수가 있으니까요. 치매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 정신 상태 검사)가 있어요. 그게 30점 만점인데 1년에 보통 3점씩 떨어지는 거로 되어있어요. 우리가 조기 진단을 해서 치료를 빨리하게 되면 떨어지는 속도를 반 정도 줄일 수 있어요. 3점 속도를 1.5점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데 차이가 크지요. 환자 입장에서 보면, 좀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몇 년을 더 사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정신없이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지는 거죠. 가족들의 삶 또한 보장되는 것이고요. 치매 등급이 4단계 정도만 돼도 가족들이 견딜 만하잖아요. 그렇지만 조금 더 심해지면 가족 중 한 사람이 붙어있지 않으면 해결이 안 돼요. 그런 상황이 되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요. 중증 환자 한 명이 생겨서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면 최소한 1년에 2000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해요. 고양시도 치매 환자가 만 명이 넘어요. 전국적으로 따지면 얼마나 많겠어요. 이런 사회적 경제적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거죠.

심욱섭 원장은 조기 치매 검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할 ‘생산적 복지’정책이라고 한다. 만오천 원의 검사비용으로 치매 환자에게 소요되는 1년의 비용 2000만 원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같은 비용이 든다고 계산하더라도 수천만 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조기 검진을 동네 의원에서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치매 검사를 받으시라고 하면 보호자가 노인분들을 모시고 대학병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요. 대학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하다 보면 최소 100만 원 이상 비용이 나오거든요. 경제적으로 부담되니까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다 몇 년 사이에 확 악화되고…. 치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그런 부분이더라고요. 자치단체에서 검사비용 일부를 부담하면 70세 이상 어르신들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서도 보이듯이 의료시스템이 탄탄해서 동네 의원에서 빠르게 진단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정책을 제안한 거예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고혈압 당뇨도 누가 제일 많이 봐요? 동네 의사들이 제일 많이 봐요. 대학병원 가서 받는 약이 우리가 주는 약이랑 다르지 않거든요. 치매는 더 심한 거예요. 치매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에 치매를 보는 의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한사람이 하루에 환자를, 치매 환자 검사를 몇 명이나 하겠어요. 그 숫자를 따져보면. 동네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서 빨리 진단을 하고 약을 빨리 투여하는 게 최고의 치료예요. 

 ▍초기 치매 환자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초기 환자를 찾아내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그래서 동네 의사들한테 하라는 거에요. 70세가 넘어가면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으시라고. 1년에 한 번씩, 빠르면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면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거나 발견할 수 있어요. 초기 치매 환자를 찾아내면 악화하는 것을 막고 속도를 줄여 줄 수가 있어요. 그게 핵심이에요. 동네 의사가 고정적으로 노인환자를 진료하면 ‘작년에 이 환자분 점수가 이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떨어지네. 아하 지금 뭔가 달라’ 얼른 느끼거든요. 

제가 본 환자분이셨는데, 진료 중에 조금 이상해요. 계속 다니시던 분이니까. 제가 검사하고 약을 드시자고 했어요. 그런데 대학병원에 가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학병원에서 별문제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내다가 6개월 후에 오셨는데. 보호자가 그러시는 거예요. 환자분이 완전히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진단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어요. 그렇지만 정기적으로 점검하다 보면 빨리 발견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동네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치매는 가족들이 더 힘들다고 하던데요? 
며느님이 “어머니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해요. 근데 남편은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괜히 어머니 가지고 그러네”라고 하는 거예요. 이 단계가 4단계쯤이에요. 아주 초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지요. 경제적인 부담도 있겠지만. 가정 파괴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더 그래요. 치매 환자를 모시고 와서 환자에게 따뜻하게 하는 걸 보면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제가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그래요. 그 말이 저절로 나와요. 그만큼 옆에 있는 사람들은 힘들거든요. 치매는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남편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편 이름을 잃어버렸다든지, 가족을 부를 때 이름 대신 ‘야야 너너’라고 부른다든지.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중요한 대상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거는 쉽지 않거든요. 같이 사는 가족들이 이런 거를 눈치채는 게 중요하죠. 

▍치매 환자나 가족의 건강은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는 분이 대개 와서, 몸에 좋은 주사를 놔달라던지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러면 제가 그런 말씀을 먼저 드려요. 잘 잡수세요? 잠은 잘 주무세요?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세요?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 않으세요? 기본적으로 4가지를 물어봅니다. 잘 안 먹었는데 건강하신 분 없고요. 요새 사람들 운동을 많이 해서 훨씬 더 건강해졌잖아요? 스트레스는 예전보다 많아졌으니까 또 잘 관리해야 하고요. 잠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제일 중요한 거예요. 치매만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자기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죠. 이러한 것은 본인이 아니면 누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치매에는 술을 많이 드셔서 오는 알코올성 치매도 있어요. 한 환자분이 오셔서 자신이 자꾸 깜빡깜빡한다는 거예요. 제가 “요즘도 술을 그렇게 많이 드세요?” 그랬더니 자기는 술을 먹지 않으면 너무나 재미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술을 많이 드신다고. 그래서 제가 “조금 있으면 아주 완벽히 잊어버리시겠는데요?”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 그렇게 술을 드시면 알코올성 치매도 오고 다른 치매도 올 수 있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딱~ 끊으시더라고요. 좋은 말 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원장님은 건강이나 생활습관은 어떻게 관리를 하시나요? 
저는 의사니까 규칙적인 운동을 하려고 해요. 먹는 것도 가능한 한 가려서 먹으려고 신경을 써요. 과식하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오늘 탄수화물을 많이 먹잖아요. 그러면 내일 탄수화물 양을 줄인다든지. 그리고 지방이 너무 과한 음식은 피한다든지…. 이런 기본적인 것들에 항상 관심을 두고 생활해요. 고양시에 ‘창안센터’라는 게 있거든요. 제가 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것을 하면서 혜택을 본 사람이 나라고 그랬어요. 왜냐하면, 그전에는 이런 저런 창의적인 생각을 별로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바꿔볼까? 무슨 아이디어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창의력을 갖게 하는 연습이 되더라고요. 나도 뭘 하나 제안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만 하라고 하지 말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연습을 하고 훈련이 돼서 창의력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기 위한 조언을 들려주세요.
저도 조언할 처지는 아니고요. 같이 해나가는 것이겠지요. 우선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남을 욕하거나 흉보지 말고 칭찬하고 자꾸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오! 잘해, 잘해’ 해야 못 하던 사람도 힘이 나듯이 언어 사용부터 긍정적인 쪽을 하고요. 긍정마인드를 갖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분이 몸에 좋은 게 뭐냐고 물어보면 내가 하는 말이 뭐냐면, 나쁜 걸 드시지 마세요. 나쁜 걸 피하세요. 좋은 것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우선 나쁜 걸 피하세요. 술 담배 안 좋은 걸 왜 계속하세요? 나쁜 걸 피하시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해요. 그다음에는 사회적인 관계예요. 혼자는 안 되니까 여럿이서 모여서 우리 한번 이렇게 해보자. 이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어르신들 활동에 제약이 많으신데 어떻게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요?
가만히 있는 분하고, 활동하는 분하고, 머리를 쓰는 게 차이가 큽니다. 기분도 가만히 있으면 우울하지만, 밖에 나가서 떠들고 친구 만나면 재미있고. 서로에게 기대가면서 살아간다는 게 큰 에너지를 주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우선 생활습관을 건강한 방향으로 빨리 바꿔가야죠. 건강습관도 마찬가지로. 치매도 마찬가지예요. 책도 읽고 암기도 더 많이 하고 머리도 많이 생각하고.

환자분들이 오시면 제가 “노래도 하세요. 기분 좋게 하세요. 그림도 그리시고 얘기도 친구들이랑 많이 하세요. 깔깔깔 웃고. 약만 드신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이런 것을 같이 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가만히 있어 보세요. 치매가 오면서 우울증 증상도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냥 내버려 둬보세요. 얼마나 급격하게 나빠지겠어요. 그런데 그분이 나와서 활동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이게 훨씬 더 나아지죠. 

심욱섭 원장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을 요즘 새삼 실감한다고 한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 같다고.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 타러 오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막막하고 돈을 못 버니 잠이 오지 않는다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가족들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고 수면제를 처방해 드리면서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긴 코로나 터널에 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줄기 빛처럼 다음과 같은 희망의 말을 전한다.

“코로나의 답은 백신이거든요. 지금은 우리가 백신이 부족하니까 힘들지만, 백신만 맞으면 돼요. 백신 효과가 떨어지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백신 맞으면서 사망률 떨어지고 중증 환자가 줄잖아요. 코로나하고 싸워서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감염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중증으로 안 가고 사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까. 예전에 신종플루 겪어보셨잖아요. 그때도 어땠어요? 결국, 독감에 대한 백신이 나오고 나서 끝났잖아요.”


노미화 건강넷 / 심리상담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