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세대들이여, 반란하라
-높빛시론-
한때 진보였던 반진보 개발주의자들
[고양신문] 지금 뜨거운 더위만큼이나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이다. 7월 말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 합쳐 20명 정도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이제껏 한국의 정치사에서 이렇게 많은 후보들이 난립(?)한 적은 없었을 듯하다. 대체로 자신이 당선되려는 목적으로 출마를 하지만, 선거는 시대적으로 절박한 의제를 주류화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고, 그 주장을 언론이 반복적으로 주목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선거판이 그렇게 다양한 주장을 하는 후보들이 견해를 펼치면서 국민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정치축제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앞으로 남아있는 9개월여 정치적 빅쇼(Big Show)를 통해 묻혀있던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목소리가 주목을 받는 더 나은 민주주의의 잔치가 되길 기대하지만, 아쉽게도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을 듯하다.
80년대 민주화를 이끌었던 세대들이 현재는 정치의 주류가 되었고 특히 민주당의 중심인 586의 위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언론을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들의 지도력을 고의로 더럽히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80년대 민주화 세대들은 진보적 미래의 과제를 더이상 자신의 의제로 책임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민주주의는 아직 미완의 목표이지만, 현재의 사회적 과제는 과거의 87년의 그 민주주의가 다가 아니다. 스스로 진보라고 했지만 기후환경문제 앞에서는 좌나 우나 똑같이 성장주의자이고 개발주의이며 직선적 발전주의자들임을 확인한다. 그들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하고, 가덕도와 제주신공항을 개발하겠다고 하며, 원전을 지지하고 나서고 있다. 20여명의 후보 중에 어느 누구도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생태환경문제의 해결을 절박한 자기의제로 주장하는 후보가 없고 심지어 한때 민주화를 외쳤지만 지금은 성장론자와 개발주의자로서 손색없는 사람도 있다.
기성세대들이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
대체로 50대 이상 세대는 현재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자들이다. 산업화과정에 많은 고생을 했고 민주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지만, 그들은 이전 수천년간 살아온 선조들과 비교할 수 없이 최상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데 성공한 최초의 세대이다. 그러나 비극적으로 그 풍요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이제 후손들이 자신들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50대 이상 (사실은 40대 이상)은 바로 풍요의 최대 수혜자이지만, 그 편리는 바로 미래세대 후손들에게 오염의 피해를 떠넘기고, 비인간생물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키면서 누리는 풍요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보와 성장은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빼앗고 뭇 생명들의 희생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10대 20대 젊은 세대들은 ‘그저 태어났을 뿐이다.’ 태어난 죄밖에 없음에도 세상에 나오자마자 평생을 전지구적 위기라는 크나큰 위협과 두려움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었고, 앞세대들이 버린 엄청난 쓰레기와 오염된 지구를 치우면서 살아야 하는 공포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세대가 되었다.
모든 인류가 지구자원을 평등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음에도, 오늘날 이른바 선진국의 50대(40대) 이상세대는 가난한 나라와 미래세대, 뭇 생명이 쓸 자원과 자연을 착취, 수탈하며 그들의 미래를 빼앗아 왔다. ‘당신들이 감히(Dare)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분노가 정당한 이유이다.
세대간 갈등은 더욱 커져야 한다
현재 권력과 자본의 주도권은 대체로 50~60대들이 갖고 있고 40대는 아마도 그들을 지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껏 자원을 이용하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물질적 안락과 풍요를 극단적으로 누린 세대들이며 그래서 기후위기와 오염에 책임있는 세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현재 사회와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꾸고 전환할 수 있는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능력있는 세대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자본을 소유하고 있고, ‘파국을 맞을 것인가, 전환을 할 것인가’의 자기결정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국내외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는 중심 세대이다.
지금의 50~60대는 인류역사의 절체절명의 갈림길에서 이토록 큰 결정권을 가져 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염을 떠안게 되는 10~30대 세대들은 지금 아무런 권력와 자본, 네트워크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기성세대에게 당신들의 빼앗긴 미래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추궁하고, 전환을 위한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라.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동력은 결국 피해받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당신들에 의해 미래 변화의 동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러분 부모세대에게 반란하라.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추궁해야할 기성세대들은, 바로 사랑하는 아들딸인 그대들의 편안과 안락을 위해 온몸을 불살라왔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당신들을 위한다는 그들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당신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어리석음이었음을 이해하라. 그래서 되돌릴 시간이 남아있는 지금 그들이 명확히 책임을 지도록, 실질적인 해결을 하도록, 잘못된 발전을 중단하고 방향을 틀도록 추궁하는 일을 해야하며, 동시에 여러분은 기성세대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고, 다른 가치의 대안적 삶을 모색해야한다.
산업화, 민주화세대를 뛰어넘어
지구화세대가 되어주길
세대경쟁이 낡은 586을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페미로 인한 피해에 징징대는 이대남이 되거나, 위악은 참으면서 위선을 못 참아내는 옹졸한 박탈감이어서는 안된다.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출현이 당신들 젊은 세대의 발언권을 높여 주류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환영할 만하지만, 당신들의 중심의제는 ‘공정과 경쟁’이 아니다.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호에서 의자와 단상의 공정한 배치를 말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급한 것은 침몰하는 배를 구하는 것이며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살려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배의 조타수를 잡고 있는 기성세대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당신들 자신이 미래의 희망이 되도록 스스로 대안적 모범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 모두를 뛰어넘는 지구화의 세대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