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통신선이 복원되었다!
-높빛시론-
[고양신문] 지난 7월 27일 남북의 통신선이 복원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작년 6월 9일 끊어졌으니까 실로 413일 만에 다시 연결된 셈이다. 통일부는 앞으로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통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발표하였고, 다음 날에는 군통신선도 복원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특히 이번 통신선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주체적으로 이루어낸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이 남북 간의 신뢰를 하루 속히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날은 남북이 배제된 채 참전국의 일방적인 합의에 의해 체결된 정전 기념일이라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고 예견하는 소위 대북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주장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먼저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책임 있는 언급이 없다는 것을 전제한 그들은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없는 북핵 문제를 첫째로 꼽으면서 북한 내부의 심각한 경제난과 보건 위기를 인도적 지원 등으로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판에 끼어들어 가식적인 평화 공세를 펼침으로 진보 세력에 훈수를 보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통신선 복원을 통해 한국 정부가 북미회담이나 대북제재 완화에 도우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미국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공식적으로는 지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지금 도발을 해도 미국이 뭔가 줄 것 같지 않고 한국 대선까지 몇 개월 남지 않아 대화로 가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발언을 보면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기야 처음부터 대화보다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던 바이든 정부이고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견해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럴 수도 있다. 노동신문에 실린 것처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통제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북제재 영향 등으로 지금 북한이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마파람에 호박꼭지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무슨 일이 그 첫 시작부터 방해를 받아 그릇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통신선 복원이 의미하는 것 가운데 가장 분명한 것은 두 정상이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해보자고 이룬 성과물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평화통일은 대화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화는 통일로 가는 관문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경제적 여건이나 군사적 우위를 떠나 같은 눈높이에서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 특히 상대를 배려하고 여건이나 입장을 이해해야 성취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8월 중순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한미군사연합훈련이야말로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방어적이라고는 하지만 훈련은 상대가 있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그 총구가 어디를 향할 것인지는 뻔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북에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한다는 것은 엄동설한에 외투까지 껴입은 사람이 상대에게 벌거벗으라고 겁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몰염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통일의 주체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다. 남과 북이 당사국이다. 따라서 우리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과 협의할 사항이라는 말로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훈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연기가 아니라 영원히 이 땅에서 종식시켜야 한다. 사실 미국이 그토록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그 훈련의 본질이 우리를 방어하겠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날마다 그 세력을 넓혀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게 더 크지 않은가. 그런데도 주권국가인 우리가 그에 동조하여 훈련을 실시한다면 이는 통일의 디딤돌은커녕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통일이란 투쟁하지 않으면 결코 혼자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이제 남북 통신선은 복원되었다. 복원된 이상 대화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곧 관계가 회복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들릴 게 틀림없다. 어디 그뿐이랴. 남북 정상들의 만남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통신선이 다시 끊기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