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이 말하는 ‘면역력’은 몸의 조화와 균형입니다
『우리동네 한의사』 저자 권해진 한의사
코로나 시대 면역 특강 ’어디가 아프세요?’
덕양구보건소 & 삼송도서관 공동 주최
“신체적·사회적 약자 가장 먼저 돌봐야”
[고양신문]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살핀다는 권해진 한의사가 12일 삼송도서관에서 ‘코로나 시대 면역 특강-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주제로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우리동네 한의사』라는 책의 저자인 권해진 한의사는 고양에 거주하며 파주 교하에서 13년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에서는 도서관과 환경운동단체 등을 통해 활발히 지역활동에 참여해 온 권해진 한의사가 고양시 이웃들에게 인사를 전하게 된 데에는 덕양구보건소와 삼송도서관이 함께 마련한 운동+독서·필사 결합 프로그램인 ‘굿모닝 지덕체’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강의에서 그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염병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을 들려줬다. 아울러 한의학이 추구하는 건강과 면역에 대한 따듯한 조언들을 독자들에게 건넸다. 강의 중간중간 오미자, 진피, 천궁, 팔각회향과 같은 한약재들을 펼쳐 보이며 특징과 효능을 친절히 설명해준 것은 흥미롭고 살뜰한 팁이었다. 강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전염병과 함께 한 인류 역사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함께한 역사다. 고양을 대표하는 조선왕릉인 서오릉 익릉에 잠들어 있는 인경왕후(숙종임금의 비)는 20세에 천연두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영국은 19세기 초까지도 상·하수도가 분리되지 않아 콜레라균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했다. 그런가 하면 쥐에 의해 전염되는 흑사병(페스트)은 유럽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다.
하지만 감염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의학이 발달하며 오늘날 이러한 전염병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하루빨리 잦아들기를 기원하자.
역사를 살펴보면, 전염병의 위험이 닥쳐올 때마다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전염병의 책임을 덧씌우곤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에서도 중국인, 특정 종교, 성소수자에게 비난이 집중됐던 상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돌아보게 된다.
신체적 약자 위해 ‘예방접종’ 필수
새로운 전염병이 찾아왔을 때 어떤 태도로 대응해야 할까? 우선 그 전염병의 원인과 시작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염병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의학적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판단해야 한다. 전염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게 되면 덜 두려워진다. 아울러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사회의 약자들에게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서도 불안과 혼란이 식지 않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반응은 ‘나는 건강하니까 백신 안 맞아도 된다’는 태도다. 전염병의 대응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협력해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약자들을 지켜주기 위해 반드시 예방접종을 맞아주시기를 바란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차이
면역에 대해 말해보자. 누군가는 면역을 “내 것이 아닌 것을 우리 몸이 대하는 방식”이라고 멋지게 표현했다. 면역에는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이 있다. 선천면역은 코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재채기를 하고, 눈에 먼지가 들어오면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은 신체의 방어기능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콧물이 나거나 설사가 난다고 너무 빨리 약을 찾지는 말자. 정상적인 선천면역 반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천면역 반응이 정상적 범위를 벗어나면 당연히 의학적 처방을 받아야 한다.
선천면역은 외부에서 유입된 이물질이 무엇인가를 가리지는 못한다. 이와 달리 후천면역은 외부에서 유입된 침입자를 구분하고, 그에 맞춤한 반응 체계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예방접종은 소량의 외부물질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후천면역을 만들어서, 진짜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방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몸의 조화 스스로 돌보아야
이제 한의학적 관점에서 면역력을 얘기해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면역’이라는 단어에도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예방접종을 하고 면역이 생겼다”라고 말할 때는 앞서 설명한 의학적 후천면역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니 면역력이 생겼다”고 말할 때의 ‘면역력’은 우리 몸의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한의사가 말하는 면역력은 후자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 잘 하고, 배변도 순조롭게 해결하는 그 ‘면역력’이라는 말이다.
한의학의 기본 원리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이다. 오행(木·火·土·金·水)이 서로 맞물러 돌아가는 것을 상생이라고 말하고, 서로 부딪히는 것을 상극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사람 몸을 상생의 상태로 유도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한의사가 처방을 내리는 또 하나의 원리는 내외(內外), 한열(寒熱), 허실(虛實)이라는 3개 축을 기준으로 환자의 상태를 8강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렇듯 한의학의 목표는 “우리 몸의 음과 양이 화평하게 되는 사람”을 지향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5각형을 만들어보자. ▲심리적 안정 ▲적당한 운동 ▲숙면 ▲균형 잡힌 식생활 ▲원활한 배변.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각자의 몸을 스스로 돌보자.
제가 쓴 책 『우리 동네 한의사』의 부제는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이다. 내 몸과 건강에 대해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동네 가까이에 있는 ‘나만의 주치의’를 만나시기를 바란다.
❚권해진 한의사가 추천하는 책
▲『아무튼, 비건』 (김한민, 위고)
김한민씨는 본인이 채식주의자이지만, 타인에게 채식주의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채식주의자를 “아, 저럴 수 있구나. 채식주의에는 뭔가 이유가 있구나”라고 포용의 눈으로 바라봐달라고 요청한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꿈꿀자유)
코로나 초기에 엄청 화제가 된 책. 사람과 짐승이 공통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집약적 축산, 야생동물 영역 침범 등 인간의 오류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몸 오류 보고서』 (네이선 렌츠, 까치)
사람의 몸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내 몸이 완벽하기 때문에 통증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인간의 몸이란 원래 오류 투성이이니, 아플 수도 있는 거야”라는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게 좋지 않을까.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김영사)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자 한병철은 오늘날의 세상을 ‘고통을 밀어내려는 사회’라는 관점으로 분석한다. 굉장히 얇지만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신체의 오류, 타인과의 갈등이 늘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신체적 통증과 사회적 고통을 받아들이는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