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이 내쫓기지 않는 뉴타운 개발은 가능할까?

독자기고

2021-08-17     전민선 진보당 부동산투기근절특별위원장

[고양신문] 지난 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장이 국회의원을 만났고 곧 능곡뉴타운 지역의 사업절차에 서명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능곡2, 5구역 뉴타운개발 사업시행인가가 났다. 

얼마 전 지역구 국회의원이 걸었던 현수막이 생각났다. 능곡뉴타운 개발사업에 사업시행인가를 내주라는 현수막이었다. 이런 일에는 찬반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역 국회의원이 원주민을 내모는 민감한 사업에 속내가 어찌되었든 조합이나 투기세력이 할 법한 현수막을 내건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2008년 불어닥친 광풍으로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뉴타운개발 방식은 이미 국가에서도 실패한 사업으로 인정한 지 오래다. 경기도 또한 2010년 이후 구역해제를 추진해왔지만 정작 고양시는 50만 이상 도시로 단체장에게 해제권한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되어 왔다. 이곳저곳 눈치만 보던 전 시장과 달리 진정성 있게 억울한 주민의 편에 서준 현 시장은 “이 지역이 손바뀜이 여러 번 있었고 진짜 주민보다 투자자가 많기에 이 개발은 기존처럼 진행될 수 없다”라며 원주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조합의 소송과 행정심판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나 보다. 

조합은 그동안 지금까지 원주민 이주대책은 같았는데 그때는 허가를 내주고 왜 지금은 안 되냐고 한다. 그런데 그때 주민들은 단순 경기가 나빠서 반대했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괜찮은 걸까? 뉴타운이라는 개발방식은 원주민이 기본적으로 정착할 수도 그리고 제대로 된 보상가를 받을 수도 없는 구조다. 

현재 개발지역의 원주민 정착률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10억원 이상 책정되는 개발지역의 아파트에 어떻게 원주민 정착률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부동산가격을 잡는다고 9억원 이상의 대출을 막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의 시세라면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분양은커녕 이 지역에서 벗어나도 갈 곳이 없다. 더욱이 지역의 특성상 원주민들은 수십 년씩 또는 평생 이 동네에 거주하며 자신의 노후와 인생의 마감을 하고자 하는 영세한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분양가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정착해서 살기를 바란다. 투기가 아닌 정말 미래를 위한 고양시의 투자라면 적어도 내 고향, 내 마을에 원주민들이 정착해 살 수 있는 개발, 투기세력이 조합원 신분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지 못하는 개발을 통해 더 열악한 곳으로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투기세력 편에 선 국회의원, 마지못해 서명한 시장, 방관하는 시의회의 많은 의원들. 민주당은 과연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오늘도 이 더위와 싸우며 연로하신 나이에 생업을 제쳐두고 거리에 나와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하고 계신 원주민들. 이들의 주거생존권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찬반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뉴타운 개발에 맞선 주민들의 저항은 지극히 정당한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