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위해 남긴 땅… 치유숲·청년창업·문화예술 공간 어때요?
‘킨텍스 C4부지’ 임시활용계획 주요내용은?
시정연구원 미래용지 임시활용방안 연구발표
단기·중장기 활용계획 및 국내외 사례 제시
시민자치·실험공간, 친환경체험시설 제안 눈길
다양한 운영주체 합의, 거버넌스 구축 보장돼야
[고양신문] “킨텍스 지원부지 중 마지막으로 남은 C4부지를 미래세대를 위해 30년간 매각하지 않겠다.”
민선7기 출범 2년째를 맞이한 2019년, 이재준 시장이 ‘고양시 미래용지 지정관리 조례’를 제정하며 선언했던 내용이다. 킨텍스 C4부지는 대화동 2605번지 등 3필지로 면적은 축구장 7.7배 수준인 5만5303㎡ 규모의 도시지원시설 용도 토지다. 추정가격이 약 2600억원에 달하는 이 부지는 킨텍스 지원부지 중 아직 민간에 매각되지 않은 유일한 땅으로 인근에 GTX역과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개발압력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C4부지를 ‘미래용지’로 지정해 30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조례로 명시했던 것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기존의 도시개발방식의 새로운 전환시도를 의미했다. 실제로 미래용지 지정 목적에 대해 이 시장은 “그동안의 도시개발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만 토지를 매각해 왔다”며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인 ‘보존’의 개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C4부지를 미래용지로 보존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앞으로 30년간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고양시정연구원에서 C4부지 임시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시활용 국내외 사례, 관련법규 분석, 유관기관 인터뷰, 정책제안 등 120페이지로 구성된 해당 연구보고서를 통해 C4부지의 미래를 대략적으로 그려봤다.
친환경 시설 주차장 등 단기 방안 마련
C4부지가 위치한 대화동 2605번지 주변은 킨텍스 3전시장 개발사업, CJ라이브시티, 장항공공주택사업,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등 고양시 주요 개발 사업이 한꺼번에 몰려있는 지역이다. 또한 도보 20분 거리에 3호선 주엽역이 자리해 있으며 오는 2023년 개통예정인 GTX킨텍스역 또한 인근에 설치되는 등 교통요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휴부지 중 드물게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덕분에 다양한 활용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주변 환경을 토대로 SWOT분석을 통한 C4부지 활용전략 4가지를 도출해냈다. 첫 번째로 주변 개발사업을 고려해 증가할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의 복합화와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 두 번째로 주변 개발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일종의 장소성을 형성할 것, 세 번째로 코로나 등 감염병에 대비한 공간 및 주차장을 마련할 것, 마지막으로 추진과정에서 주변시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주민만족도를 제고할 것 등이다.
이를 통해 보고서는 C4부지에 대한 단기적 활용방안 및 중장기적 활용방안을 각각 나눠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단기적 활용방안으로 시민공간과 친환경 시설이 포함된 주차장 공간, 플리마켓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한 야외공간 등 3가지 공간으로 나눠 운영하는 안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주차장의 경우 현재 킨텍스 3전시장 건립에 따른 주차장 수요해소를 위해 C4부지 일부를 활용하는 대신 태양광발전설비를 함께 설치해 친환경 녹색도시를 위한 상징적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꽃밭, 텃밭 등 시민들이 즐기는 공간 외에 야외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정광진 부연구위원은 “중장기 활용방안의 경우 예산확보와 논의기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단기 활용방안을 제안했다”며 “시설물 설치 필요가 없도록 시민공간은 꽃밭, 텃밭 등으로 조성하는 한편 플리마켓 등 야외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야외공간과 공영주차장 및 태양광시설 등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치유·청년·문화 공간 3가지 제시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C4부지에 대한 중장기 임시활용방안이다. 보고서는 이곳을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용지로서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핵심모토 또한 CITIZEN FOR C4부지, 즉 ‘시민들을 위한 시민쉼터’다. 정광진 부연구위원은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용지로 지정된 곳인 만큼 이곳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시민에게 환원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핵심 목표”라며 “도시재생센터, 지식정보산업진흥원, 국립암센터, 청년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활용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본개념을 통해 제안된 활용방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치유공간 활용방안의 경우 인근 국립암센터 등과 연계해 주민과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유숲과 치유텃밭, 허그하우스 등 휴식공간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으로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쉼터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활용방안은 청년들을 위한 창업공간이다. C4부지의 경우 JTBC, EBS, 빛마루 등 방송 관련 시설과 인접해 있고 인근 지역의 높은 청년비율 로 이용률이 기대되는 만큼 관련시설을 마련할 경우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활용방안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인근 조성예정인 CJ라이브시티 등과 연계해 소공연장, 야외공연장 등 문화예술 향유 공간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현재 고양시에 주민들을 위한 소규모 문화시설이 부족한 만큼 이 부지를 활용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두고 있다.
3가지 활용방안 외에 보고서는 C4부지에 대한 공통 활용방안도 함께 언급했다. 주요 내용은 ▲시민들이 이용-운영-관리를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도심 내 공유지, 실험공간으로서 시민자치공간 ▲인근에 조성되는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등 주요 산업단지의 홍보·전시·체험 공간 ▲친환경에너지 시설 및 환경관련 교육시설 등 환경인식 제고 공간으로서 친환경 시민체험공간 등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C4부지 활용방안 수립을 위해 앞으로 시민들의 수요파악과 관계기관과의 거버넌스 구축, 운영주체와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또한 시설물 설치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되 기본적으로 친환경 공간, 시민 자치 및 시민 체험 공간을 운영해 미래용지의 목적에 맞게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C4부지, 유휴부지 임시활용 모델될까
C4부지와 같은 도심 내 공유지, 유휴공간을 임시 활용한 사례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민간운영 성공사례로 꼽히는 커먼그라운드, 농부시장 마르쉐 사례를 비롯해 문화예술공간 플랫폼 창동61과 위례 스토리 박스, 창업·메이커스 공간인 팹랩 서울과 언더스탠드 에비뉴, 커뮤니티 공간인 대방동 무중력지대와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런던 낙후지역을 ‘전 세계 트렌드 1번지’로 거듭나게 한 런던 박스파크 쇼디치, 첨단 기술 스타트업들을 위해 조성된 암스테르담 스타트업 빌리지, 임시 기숙사로 활용된 암스테르담 키트보넨 등도 거론된다. 이들 경우는 모두 공통적으로 도심 내 공유지, 유휴부지를 임시 활용해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킨 사례들이다.
정광진 부연구위원은 “도시계획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이러한 형태의 임시공간 활용방안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유휴부지에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지속적인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래용지라는 의미를 잘 반영한 활용계획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C4부지에 대한 임시활용계획이 실제로 수립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담당부서인 시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부서 내부적인 검토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조례에 명시된 미래용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정식으로 활용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며 “예산도 아직 책정되지 않았고 코로나 문제 등으로 인해 당장은 논의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