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왔습니다
-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고양신문] 코로나 확진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도 했고, 이전에 했던 검사도 음성으로 나왔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 만나는 사람도 극히 드물었는데, 확진이라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저와 일상을 나눴던 집안식구들은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확진자 가족이라 2주간에 집안격리 통보를 받았습니다. 큰아들은 직장에 못 가고, 아내는 밖에도 못 나가 참으로 민폐를 끼쳤습니다. 며칠 동안의 동선이 머리 위에 그려졌습니다. 나와 만났던 사람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격리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엠브란스 차를 타고 임시생활치료센터로 옮겨졌습니다. 킨텍스 근처의 카라반이었습니다. 체온계, 혈압측정기,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테이블에 있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자가진단하여 사진 찍어 치료센터에 메시지로 보내야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지만 모두가 정상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삼시 세끼를 배달된 도시락을 먹으며 이틀간 지냈습니다.
평소에 고혈압과 당뇨로 약을 먹고 있었는데, 기저질환 환자로 판정되어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송될 병원이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적십자병원이었습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환자가 관내도 아니고 경기도도 아니고 경상북도까지 내려가야 한다니 참으로 기가 찼습니다. 경기도에 병실은 모두 찼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오후에 엠브란스를 타고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를 참아가며 3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심전도 검사를 마치고 병실을 배정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음압기가 설치되어 있는 1인 병실이었습니다. 보통은 4인 1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독방을 차지하다니 횡재일까요, 불행일까요? 음압기 작동소리는 아파트 보일러실에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우렁찼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 소음으로 신경쇠약에 걸려 병에 걸리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웠습니다. 임시로 휴지로 귀마개를 만들어 소리를 막았지만 별효과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8일간 이 병실에 격리되어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지내야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틀 동안은 소음으로 힘들었는데, 3일째 되는 날부터는 그 소리마저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 놀랍습니다. 소음과 함께 잠들 수 있었습니다.
검사를 받을 때에도, 확진통보 후에도, 임시생활치료센터에서도, 병원에서도 무증상으로 지냈습니다. 격리 후에 눕거나 일어날 때 약간 어지럽기는 했습니다. 병원에 간호사에게 이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격리 후에는 운동이 부족해서 자주 생기는 증세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눕거나 일어날 때 천천히 움직이라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덩치가 커서 맞는 환복이 없기에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입원생활을 했습니다.
가져간 책 5권은 모두 읽었습니다. 심지어 노트북으로 줌 수업도 했습니다. 4인실이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1인실이라 누릴 수 있는 복이었습니다. 삼시 세끼 배달되는 도시락을 남김없이 먹었습니다. 평소에 잠이 모자랐는데, 여한 없이 자봤습니다. 열흘 만에 퇴원하고 고양으로 돌아왔지만 집안식구는 2주간 격리기간이라 사흘을 도서관에서 다시 격리되어 지내야 했습니다. 이제 모든 격리기간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왔습니다. 몸무게가 5킬로나 빠졌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잠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격리기간 동안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보살핌을 받으며 잘 지냈습니다. 비용은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 나라 덕 톡톡히 봤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천천히 살면서 갚겠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