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왼손잡이야

<손의 신비> (존 네이피어 / 지호)

2001-07-11     장석봉
“오른손으로 글을 쓸 수 없다면, 단지 그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통계상으로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들 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일찍 사망한다. 이것은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왼손잡이가 아닌 사람들 위주로 사회가 움직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들이 계속해서 진화 과정에 남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다윈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권리라는 게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의 일부이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억압이나 따돌림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쪽은 수적으로 소수들이다. 소수민족, 동성애자, 장애인, 왼손잡이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고, 그래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패닉의 노래, ‘왼손잡이’) 그렇다. 단지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세상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다름’은 악이 아니다. 악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들의 편견과 폭력이다.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윤구병 지음/푸른나무)라는 책제목처럼 세상이 모두 똑같이 획일적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답답하고 어두컴컴한 곳이 되겠는가?

왼손잡이에 대해 궁금한게 있다면, <손의 신비>란 책의 “오른손은 왼손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장을 펼쳐보길 권한다.
이 책에 실린 사실 하나. “부모나 선생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오늘 태어난 100명의 어린이 가운데 34명이 왼손잡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왼손잡이로 자라는 아이의 수는 많아야 서너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