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건설비리… 부도덕한 기업, 무능한 공무원 ‘합작품’

요진와이시티 특정감사, 어떤 내용 담겼나?

2021-09-13     이성오 기자

고양시 일산 '요진와이시티' 건설비리 의혹
특정감사 후 '공무원 5명' 검찰 수사의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와이시티.

 

[고양신문] “일산 백석동 요진와이시티 건설사업은 수익 추구에 혈안이 된 부도덕한 기업과 무능한 공무원이 유착해서 만든 합작품입니다. 잘못된 결탁과 유착으로 인해 고양시에는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입혔고, 민간 기업에는 큰 이익을 안겨줬습니다.”

약 2년간 요진와이시티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고양시 공무원의 총평이다. 요진와이시티 건설비리는 과거 10여년간 수많은 의혹만이 제기됐을 뿐 속시원히 문제를 들여다보고 결과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이번에 요진과 관련된 종합적인 감사결과가 나왔다. 전임시장인 강현석과 최성 전 시장 때의 행정절차들이 감사대상이었는데, 60페이지가 넘는 감사보고서에는 2008년부터 2017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소상히 기록돼 있다. 시는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고양시 공무원 5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백석동 요진와이시티는 원래는 1조1000억원대 사업으로 계획됐으나 2012년 고양시가 건설사업계획을 두 차례 승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매출 추정치는 2조1800억원으로 약 1조원이 늘어났다. 요진와이시티를 2조원대 건설비리라 부르는 이유다. 어떻게 요진개발은 고양시와 협약을 맺고 몇 개월 만에 두 번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매출액이 약 1조원이나 상승하게 됐을까. 요진개발의 로비가 통해서일까, 아니면 무능한 공무원을 탓해야 할까. 고양시에 2조원대 매가톤급 건설사업이 어떻게 벌어지게 됐는지, 또 그 과정에서 행정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보고서의 내용을 간추려봤다.

 

6일 공개된 '요진 와이시티' 관련 고양시의 감사보고서.

 

요진와이시티 비리 의혹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해당 개발사업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문서를 살펴야 한다. 하나는 2008년 고양시가 발주한 ‘부지 활용방안 연구용역’이고, 다른 하나는 2009년 요진개발이 직접 작성한 ‘주민제안서’다. 이후 진행될 사업은 고양시의 부지활용 용역과 요진이 제출한 주민제안서에 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주민제안서는 협약서에 준하는 지위를 갖지만 공무원들을 이를 오히려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고양시의 피해를 키웠다.


부실한 최초협약
기부채납 규모도 담기지 않아

고양시가 요진과 맺은 1, 2차 협약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성이 없다는 거다. 강현석 전 시장이 퇴임 5개월을 앞두고 2010년 1월 맺은 최초협약에는 기부채납 받을 업무빌딩의 규모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결국 이런 부실한 협약이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당시 협약서에 업무빌딩 규모인 연면적 8만6300㎡가 빠진 것은 큰 실수였다.

이후 고양시 담당 공무원들은 업무빌딩의 규모를 1200억원 상당, 연면적 2만평으로 규정짓고 협상하지만, 실제로 요진이 제출한 주민제안서의 뒷부분에 표로 만들어진 건축계획에는 8만6300㎡(약 2만6000평)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즉 2만6000평이라고 주장해야 할 업무빌딩을 최근까지도 공무원들은 2만평이라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왜 2만6000평이 아닌 2만평을 담당 공무원들이 주장해왔는지 모르겠다”며 “1차협약 뒤로 아무도 공무원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이가 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설명했다.

고양시의 2008년 부지활용 용역에는 요진개발이 가져갈 개발이익을 분석해 기부채납할 토지를 전체부지의 49.2%로 규정해 놨다. 이에 대해 요진개발은 기부채납할 토지를 32.7%까지 대폭 줄이고, 대신 업무빌딩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고 2009년 주민제안을 하는데, 업무빌딩의 건축비용을 1200억원으로 명시했다. 다시 말해 토지를 더 가져가는 대신 업무빌딩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고양시는 그 교환가치를 세밀히 분석하지도 않고 협약을 체결한다. ‘고양시가 포기하는 토지가 1200억원의 가치밖에 없나’를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토지감정평가 없이 1차 협약을 체결한 것.

사후 감정평가에 따르면 요진이 추가로 가져가는 토지의 가치는 1519억원으로 1200억원보다 319억원이 많다. 즉 고양시는 319억원의 손해가 나는 협약을 맺게 된 것이다.
 

 

1차협약 일주일 뒤
아파트용지 대폭 늘려준 고양시

1차협약의 파급력은 부실한 협약내용에만 있지 않다. 협약 일주일 뒤에 고양시는 곧바로 지구단위계획 변경고시를 통해 주상복합(아파트)용지의 규모를 대폭 늘려준다. 2008년 고양시 부지활용 용역에는 주상복합 용지가 4만5000㎡였으나 1차협약 직후엔 6만6000㎡으로 늘어났다.

부지활용 용역에 따르면 백석동은 주상복합과 함께 업무시설을 마련해 영화·영상, 소프트웨어, 디자인산업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상복합만을 늘려주게 되면 자족도시로서의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요진개발에게는 수천억원 이상의 사업수익을 올려줄 것이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런 처리가 이뤄졌다.


“학교용지 사실상 포기”
2년뒤 맺어진 2차협약

1차협약 이후 특혜의혹이 제기되자 최성 전 시장은 2012년 2차협약을 맺는다. 하지만 2차협약은 1차 때보다도 더 부실한 협약으로 평가된다.

고양시가 2차협약을 맺은 이유는 1차협약을 보완하고, 보완된 2차협약을 토대로 사업승인을 내주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사업승인이 이뤄졌지만 고양시 입장에서 협약의 내용이 더 후퇴하면서 법적분쟁의 빌미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2차협약에는 학교용지를 요진개발 소유의 휘경학원에 넘겨준다는 내용이 담기는데, 이는 매우 큰 패착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부채납은 사법상 ‘증여’와 유사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합의를 통해 계약서만 잘 쓰면 되는데도 고양시는 법적근거를 들어 ‘학교용지를 고양시가 소유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학교용지를 포기해버렸다, 즉 2차협약을 통해 무상으로 학교용지가 휘경에 넘어가면서 당시 고양시로 가져올 수 있었던 학교용지를 한참 뒤인 올해 2월 받아오게 된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학교용지는 휘경에 줄 수 없는 거였다. 그런데도 우리 재산을 오히려 넘겨줬다. 또한 당시 사립학교가 안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했지만, 요진의 말만 믿고 사립학교 추진을 허락했다. 협약서만 보면 ‘그때 고양시는 학교부지를 포기했다’라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라고 밝혔다.

기부채납 받을 업무빌딩에 대해서도 고양시에 불리한 내용이 2차협약에 담긴다. 이미 1차협약 직전에 제출한 요진의 주민제안에는 연면적 8만6300㎡라고 쓰여있는데도, 그 내용을 2차협약에 담지 않고 대신 ‘추후 조례에 따라 결정한다’라고 오히려 1차협약을 무력화시켰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이런 문구를 추가한 것은 업무빌딩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과 같다고 해석했다.

시 관계자는 “1차협약에 연면적 2만평이란 말도, 8만6300㎡ 말도 없기 때문에 그것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2차협약을 했는데,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협약서의 부속서류인 주민제안서가 법적지위를 가짐에도 2차협약에서도 주민제안에 준하는 내용을 전혀 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요진와이시티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용도별 '연면적' 및 '세대'수, '수익' 증가현황. [자료=고양시 감사보고서]

두번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1조 사업이 2조원으로 껑충

요진와이시티 사업이 날개를 단 때는 2012년 2차협약 직후다. 2차협약 6일 뒤에 최초 사업승인이 이뤄지고, 곧바로 5개월 뒤에 연달아 2차 승인이 진행된다. 고양시가 그해 요진개발에 내어준 두 번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인해 요진은 백석동 개발로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사업으로 인한 매출액을 추정해 보면, 2008년 고양시의 부지활용 용역으로는 총 사업비 1조700억원, 매출액은 1조1876억원이다. 그런데 1차 사업계획 승인으로 매출액은 1조79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차 승인에선 2조1800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매출액이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양시가 사업성을 그만큼 증가시켜줬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세대수를 당초 계획보다 2배 가까이 늘렸고, 계획에 없던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했다. 자족도시를 계획했던 고양시 입장에선 오피스 시설이 매우 중요했는데, 2차 사업계획 승인에서는 오피스 시설은 0이 된다. 즉 자족도시 개발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포기한 것이다.


3차협약, 준공 내주기 위한
억지협약에 불과해

2016년 요진와이시티 준공 직전에 맺은 3차협약에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준공을 내주기 위한 억지협약”이라고 평가했다. 시는 실제로 협약 3일 뒤인 2016년 9월 30일 전체사용검사(준공)를 처리했다.

요진 입장에선 2012년 고양시가 내어준 사업계획승인으로 수익이 대폭 증가해 환호를 질렀고, 2016년 준공처리로 홀가분하게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어찌보면 고양시 공무원들이 요진이 원하는 대로 착착 움직여준 셈이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3차협약은 정말 이상한 협약이다. 이유는 이렇다. 부실한 2차협약으로 인해 기부채납 대상인 업무빌딩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요진과 고양시가 서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당시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준공허가를 더 늦출 수 있었음에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선 업무빌딩 규모는 소송으로 해결하자고 결론을 짓는다.

시 관계자는 “보통의 협약이 소송을 가지 않기 위해 합의를 하는 건데, 3차협약은 반대로 소송으로 해결하자고 협약한다. 소송으로 해결할 거라면 협약을 맺을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쇼를 한 거다. 준공을 내주기 위한 억지협약”이라고 3차협약을 평가했다.

3차협약의 가장 큰 문제는 준공허가다. 준공허가를 내줌으로써 고양시는 요진과 상대할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어버렸다. 준공 전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약속(1, 2차협약)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후 고양시는 ‘학교용지’에 대해서만 올해 2월 고양시 소유로 만들 수 있었고, ‘업무빌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법적분쟁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수익률재검증을 통한 추가공공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고양시가 현재로선 한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 감사관실은 “1, 2차협약에 수익률검증에 대한 문구가 들어갔지만 그 문장만 보면 너무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후에 고양시가 구체적으로 검증절차를 요구하거나 이행하지도 않았다”며 “애초에 구색 맞추기로 넣은 문구라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