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두 스포츠 즐기는 고양시 도시브랜딩 전략 수립해야

고양시 도시마케팅을 위한 제언 ⑨

2021-09-26     송규근 고양시의원
2022WT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고양시 유치를 알리는 포스터

[고양신문] 지난 10일 고양시의회 제256회 임시회에서 ‘2022 고양 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 개최도시 협약체결 동의안’이 통과되면서 내년에 고양시에서 치러질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위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물론 심의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투자 대비 도시브랜딩 효과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 더구나 내년부터 특례시로 거듭나는 고양시에서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해 고양시의 위상을 만방에 알리자는 대의에는 이론이 없었다. 

세계 각국은 자국과 도시를 알리는 데 스포츠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한 바 있고, 2024년에는 청소년 올림픽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도시브랜딩을 위한 스포츠이벤트의 역할
그런데 과연 이러한 스포츠이벤트를 통한 도시브랜딩은 실질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질문에 앞서 본 기고를 통해 먼저 이렇게 자문(自問)하고자 한다. 우리는 진정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가? 그 과정에서 스포츠이벤트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할까. 우리 고양시는 이러한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가 명확해야 이를 위한 여정에 동원되는 최적의 수단과 방편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용편익과 효과분석을 통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도시의 명확한 목표와 가치지향도 없이 단순히 여러 스포츠이벤트를 관성적으로 유치하고 개최하는 것은 도시브랜딩에 있어 그 어떤 유의미한 효과도 견인할 수 없다. 오히려 도시의 역량과 미래상에 대한 냉철한 판단 없이 추진된 스포츠이벤트는 한 도시를 불황의 나락으로 전락시킬 수 있음을 우리는 몇몇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많은 국가와 도시지도자들은 관광산업이나 경제부흥과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외연적 목적과 자신의 정치적 자산 축적을 위한 내연적 목적으로 끊임없이 스포츠이벤트를 활용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도시는 과연 어떤 도시인가? 고양시는 스포츠라는 의제와 결부해 어떤 도시를 목표하는가?

스포츠 도시브랜딩인가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인가
스포츠를 의제로 한 도시브랜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스포츠 도시브랜딩(city-branding of sports)과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city-branding through sports)이 바로 그것이다. 스포츠 도시브랜딩이란 스포츠 자체가 직접적 교환을 통한 이윤창출과 브랜딩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한 도시를 떠올렸을 때 동시에 특정 스포츠 종목이나 팀이 연상되도록 마케팅하는 것을 말한다. 관람 스포츠와 참여 스포츠를 통해 더욱 많은 관중이나 방문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활동, 그리고 스포츠용품이나 시설 또는 프로그램 등을 판매해 세수확보에 나서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보다 광의적으로는 한 도시가 재화와 용역 등의 행정·제도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운동선수나 팀, 연맹, 협회, 스포츠 행사를 지원해 스포츠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연상의 강도와 타당성은 차치하고 대구-육상, 의성-컬링, 춘천-마라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은 스포츠가 한 도시의 PR(Public Relations-공중관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매개이자 도시 외부 방문객과 투자자에 대한 유인책으로 활용돼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특산품이나 도시 자체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브랜딩 전략은 한 도시에 있어 특정 목표로 택일 될 수도 있고, 또는 구분되어 양립할 수도 있으며, 또한 두 경계를 넘나들며 뒤섞여 복합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시브랜딩 측면에서 한 도시가 스포츠를 의제로 이 두 가지 트랙에서 무엇을 채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대로 제반 브랜딩 전략들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다시 묻는다. 우리 고양시는 ‘스포츠 도시’를 지향하는가? 스포츠의 도시, 고양시는 무엇인가? 도시의 내외부자들에게 특정 종목이나 팀이 우세하고 강하게 연상되는 그런 도시를 꿈꾸는가? 

도시브랜딩의 기본 3요소는 일관성, 차별성, 타당성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도시 고양시’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인가? 또한, 그 브랜딩은 타 도시와 비교해 차별적이고 타당한 것인가? 이러한 문제인식의 기반 위에 본다면 ‘2022 고양 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는 어떤 방편의, 또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 이벤트인가? 혹시 ‘스포츠 도시브랜딩’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인가? 그렇다면 또다시 묻자.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 전략 측면에서 ‘2022 고양 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과 수단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이벤트인가? 필자의 이러한 물음은 시정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모든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시책에 대한 체크 포인트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고양시, 건강한 스포츠인의 도시 돼야 
‘스포츠 도시 브랜딩’ 전략 측면에서 고양시가 특정 종목이나 팀으로 연상 특정되는 그런 도시로 거듭나거나, 또는 각종 스포츠이벤트가 다양하고 풍성하게 개최돼 관람문화가 활성화된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시가 모든 시민이 ‘스포츠 향유력’을 견지한, ‘건강한 스포츠인의 도시’로 성장하고 브랜딩 되기를 더 꿈꾼다. 고양시민 모두가 정기적으로 신체활동에 참여하고, 1인 1종목 이상의 스포츠를 즐기는 그런 도시 말이다.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스포츠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고양시, 이 얼마나 멋진가.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에서도 결과 혹은 승리지향, 엘리트 중심적 스포츠에 주목하기보다 우리가 잘 아는 ‘gymnasium’이라는 영어단어의 유래가 됐던, 고대 도시국가의 공공교육기관 ‘김나시온’에서 강조하고 추구했던 가치인, ‘arete’와 ‘kalokagathia’를 복원했으면 한다. 

아레테는 최고의 수월성 또는 덕으로, 최고의 기량을 최선의 방식으로 성취하고 발휘하는 것을 의미하며, 칼로카가티아는 아름다운 것을 올바른 방식으로 또는 올바른 것을 멋진 방식으로 성취함을 의미한다. 즉, 체육을 즐기는 시민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신체활동을 통해 땀과 자기단련이 주는 정직한 호혜와 가치를 배우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는 그런 사회에서, 체(體), 지(智), 덕(德)을 함양한 전인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런 도시이기를 소망한다.

스포츠이벤트를 또 하나의 시민 페스티벌로 
필자가 소망하는 그런 스포츠 도시를 향한 도시브랜딩 측면에서, 스포츠이벤트 활용 전략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통해 궁극적으로 시민의 스포츠참여 증가를 견인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올해 서스테인어빌리티(Sustainability)라는 학술지에 발표된 Potwarka와 Wicker의 ‘스포츠이벤트의 낙수효과 조건(Conditions under Which Trickle-Down Effects Occur: A Realist Synthesis Approach)’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먼저, 한 도시가 특정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스포츠참여율 증가와 저변확대라는 낙수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시 내부자인 고양시민에게 해당 이벤트가 또 하나의 시민 페스티벌로 인식되고, 이벤트 기간 동안 충분히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스포츠이벤트가 참가선수나 그 가족, 대회 관계자 등 외부 방문자들만의 행사로 축소되고 전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경기장 안에서 대회가 이루어질 때 경기장 밖 도시 곳곳에서도 각종 부대 행사와 시민 참여 이벤트로 그 기간 온 시민들이 최소한 해당 스포츠 종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해당 스포츠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확장 프로그램을 구상했으면 한다. 한 도시에 참여한 도시 내외부자들은 일반 비참여자들에 비해 이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의 차별적 호기심과 참여동기를 이용하여 참여자가 고양시민일 경우에는 이벤트 이후에도 고양시 생활체육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우처나 동아리 보조사업 등을 지원해 지속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도시 외부자인 방문객 역시 우리 고양시와의 인연과 참여경험을 지속 및 강화할 수 있도록 고양시가 생산하는 다른 미디어 매체에 노출하고 스포츠용품 등을 제공함으로써 추가 소비를 추동하고 고양시와 강하게 결속시켜 충성고객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셋째, 유·청소년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박지성에 매혹돼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김연아를 롤모델로 피겨선수가 되겠다고 열광했던 집단들이 바로 우리의 유·청소년 그룹임을 상기하자. 고양시에서 치러지는 스포츠이벤트가 성공적이라면 우리 청소년들이 그 대회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역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할 것이다). 멋진 선수들과 짜릿한 명장면에 우리 자녀들의 심장은 두근거릴 것이다. 단순한 소비자로서 그들을 머물게 하지 말자. 장기적 관점에서 스포츠 저변확대와 선수 육성도 도시의 몫이다.

긴 호흡으로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 전략 필요
마지막으로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통한 도시의 부가가치 상승을 살피려면 개최 전과 이후의 도시의 제반 지수 변동과 지속 안정성 추이가 더 중요하다. 국가 및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의 방편으로 스포츠이벤트가 활용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스포츠이벤트의 개최를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와 시민의 자긍심은 고양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이벤트의 낙수효과로 해당 도시가 진정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인지, 대내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도시로 변모했는지는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즉 살고 싶은 도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 투자하고 싶은 도시인지 면밀히 재진단해야 한다. 

따라서 스포츠이벤트 활용으로 해당 도시는 어떠한 효과를 달성했는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그리고 하드웨어적(도시 인프라 등), 소프트웨어적(사회적 소통, 공동체 응집력, 민주시민의식 등) 측면에서 비용편익분석과 함께 정교한 효과검증이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그 효과는 무엇 때문인지 원인 분석과 진단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송규근 고양시의원

어려운 주문임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 어려운 일을 완수해야 스포츠이벤트가 도시브랜딩에 효과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도시브랜딩은 마라톤이다. 긴 호흡으로 내가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를 더 달려야 하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지치지 않고 우직하게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고양시가 되기를 바란다.

송규근 고양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