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끼임 사고로 인한 사망·재해 예방에 모든 역량 집중할 것”
새인물 – 김인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공채 3기 입사 안전보건 외길
현장경험·이론적 공부도 병행
지역특화 예방활동 발굴·전개
경험·노하우 후배에 전수하고파
[고양신문] 지난 추석 명절연휴 이후 온 나라가 ‘아빠찬스’ 덕분에 불과 몇 년을 일하고 퇴사하며 받은 50억원 논란으로 인해 허탈해 하던 와중에 가슴을 도려내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근 첫날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유리창 청소를 하다가 추락 사망한 20대 노동자 관련 뉴스였다.
추정되는 원인은 간단했다. 작업용 밧줄이 끊어질 경우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안전 장비인 보조 밧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가장 기본적인 수칙만 지켜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지난달 29일 만난 김인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도 인터뷰 내내 “기본만 갖춰도 생명을 지킬 수 있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1일 정식 개소를 앞두고 김 지사장으로부터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그동안 해 온 사회활동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안전 관련 업무에 종사하게 된 계기와 해온 일, 초대 고양 파주지사장으로서 갖는 각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대학 졸업 후 공공부문에서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1992년 공단에 입사 한 후 약 30년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처음 입사해 본부에서 프레스 설계 업무를 시작으로 산업안전을 전담하는 사업총괄본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경북·강원 등 일선 기관에서도 현장 실무를 수행했고, 10월 1일 새롭게 문을 여는 고양파주지사의 지사장으로 보임 받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양파주 지역에서는 매년 2200여 명의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고, 이중 20여 명은 안타깝게도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8월까지 잠정적으로 16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예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중심으로 집중적 예방활동을 펼치되 위험 타겟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고 개선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적용하며 지역적 특성에 가장 걸맞은 활동으로 지사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그간 겪어온 안전보건공단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전체적인 평을 한다면.
공단은 울산에 있는 본부를 포함해 4개의 산하기관과 30개의 일선기관에서 2100여 명이 근무하고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이다. 공단 설립 당시(1987년) 산업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재해자수) 2.66% 사망원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수) 3.29%였던 것이 2020년 기준 각각 0.57%와 1.09%로 크게 낮추는 데에 있어 공단이 그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특히 일터에서 사망사고만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특히 추락, 끼임 등 악성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더불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업체가 많은 고양, 제조업체가 많은 파주 등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요 산재의 특성이 조금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양, 파주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요 산재 발생 현황과 주요 원인,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든다면.
2020년을 기준으로 고양파주지역의 주요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재해자는 2545명(전국 전체 중 2.3%), 사망자는 35명(전국 전체 중 1.7%)이다. 제조업종의 98%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파주는 LCD클러스터와 인쇄 출판산업단지가 특화돼 있고, 고양은 덕은지구 등 5개 택지지구와 GTX-A 등 12개 SOC 현장이 있어 도시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공단에서 고양파주지사를 개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 공통사항은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현장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추락이 37%, 끼임이 11% 비율로 두 위험요소가 사망사고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 역시 이 두 유형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는 데 사업을 집중할 예정이다. 고양파주지역의 특성상 건설현장의 추락 위험통제 사업, 인쇄산업의 끼임 사망위험 개선 사업을 중점 추진할 작정이다.
특히 고양지역에서는 성사혁신지구,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CJ 라이브도시, 킨텍스 제3전시장, 창릉신도시, 고양시 새청사건립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산재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한 방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고양지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57%가 추락사였다. 따라서 패트롤 차량을 이용해 현장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설현장과 연계한 각 본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컨설팅을 실시하는 특화사업을 각 현장별로 전개하려고 한다. 고양파주지사의 제한된 인력이 모든 현장을 100% 지도·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네트워킹하며 모범 현장의 노하우를 타 사업장에도 전수하고 제대로 실행하는지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 지 불과 1년에 만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6일 제정됐고, 내년 1월 27일부터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 법률의 시행에 따른 공단의 활동계획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서 사업주 등이 조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안전보건 특성상 포괄적인 내용이 너무 많고 정부의 예방 책무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다 열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은 행정집행기관이 아니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전문기관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적인 예방업무는 우리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고양파주지사에서도 이러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지역특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이전보다 강화되긴 했지만, 사후처벌에 불과해 안전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하며 노동현장의 근본적 문제해결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데 반해, 경영계에서는 사업주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너무 넓고 처벌 수위도 너무 강해 경영 의욕을 꺾는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한 공단의 전반적인 입장과 대응 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가진 이견은 모두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이나 제도만으로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노·사·정이 합심해 재해 예방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 자율적 예방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안전보건은 처벌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나.
세월호 사건, 이천물류센터 화재,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전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대’에서 ‘안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형식적 규제에 의한 소극적 안전에서 실질적 규제에 의한 적극적 안전이라는 큰 물줄기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사망사고는 특정 집단이나 특정 사망사고에 집중돼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더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안전에 대한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필수이지만, 단기적으로도 특정 타겟에 대한 단기간 집중전략을 통해 연간 사망자수를 주요 선진국 수준인 500명대로 줄이며 공단의 미션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삶의 소망과 업무적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현재 하고 있는 안전행정공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끝까지 마쳐서 이론적 바탕도 튼튼히 하고 싶다. 업무적으로는 “의사는 사고가 난 후 목숨을 살리지만, 우리는 사고를 예방해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 더 보람 있는 일 아니겠냐”고 늘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렇게 쌓은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의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잘 전해주고 싶다. 그런 일들이 우리 공단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보람도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