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나의 힘, 삶의 원동력”
김정렬 관산동 새마을부녀회장
“남편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놓을 농산물을 정리하고 저는 5시에 일어나 준비해요. 지금은 깻잎, 호박잎, 고추 등 여러 가지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소량으로 생산하는 게 20여 가지나 돼요. 겨울에는 안 하고 4월부터 11월까지만 합니다”라며 하루를 농산물 출하로 시작한다는 김정렬 관산동 새마을부녀회장.
김정렬 회장은 농사를 짓는 파주의 한 집안 아들 넷, 딸 넷의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봐온 게 있어서인지 농사는 그에게 자연스런 일이었고, 탄현면 문지리 4H 지역 활동으로 이어졌다. 18살 때 4H 활동을 시작한 그는 동네 언니오빠들과 봉사활동을 익혔고, 경기도 농촌진흥원의 농기계 운전 교육을 받는 등 배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대 초중반에는 탄현우체국에서 근무를 했고, 탄현농협에도 다녔다. 애향심이 남달라 4H의 끈은 놓지 않았다. 재밌었고 형제와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26살 때 작은어머니의 소개로 관산동의 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했다. 서울 제약회사에 다닌 남편과 잠시 부천 역곡에서 신혼생활을 했고, 4년 뒤 남편의 고향인 관산동으로 돌아와 선마상회라는 그릇 가게를 시작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최적화하려고 스스로 노력했다.
장사는 평탄했다. LPG 가스 가게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지역 청년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고양시 이곳저곳에 가스를 공급했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역활동을 권유받았다. 첫 활동을 1998년 관산동 바르게살기위원회 총무로 시작했다. 크지는 않았지만 사업을 했던 터라 총무로서의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바르게살기 활동을 17년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때 지역을 알아가며, 봉사도 깊이 알게 됐어요. 그때 제가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부회장도 했고 회장도 했어요. 관산동 새마을지도자와 통장, 의용소방대장, 주민자치회장을 지낸 남편의 크고 작은 지역 활동도 저에게는 영향을 많이 줬어요. 당연히 주민들의 관심과 도움도 큰 영향을 줬고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2009년엔 관산동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해 나눔과 봉사를 이어갔다.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많아졌고, 다양한 봉사로 연결됐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물론이고 시와 구 단위의 봉사도 많았다. 그렇게 열심히 10년 이상을 부녀회에 몸담았고 올해 2월 관산동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았다. 그동안 몸은 피곤했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뿌듯함과 보람은 매번 새로운 힘이 됐다.
바르게살기·부녀회 23년 봉사
봉사 당연시하는 세태 아쉬워
코로나19 여파로 후원금 줄어
“단체 바라보는 시각 달라져야”
“지역 단체활동은 봉사가 빠질 수 없어요. 당연히 희생이라는 단어도 뒤따르고요. 내 만족도 있지만, 공동의 만족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공동체라는 나눔의 울타리가 만들어진 계기였어요. 그런데 그 봉사와 나눔도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희생과 봉사가 당연해졌고, 의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를 보는 시각이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원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부녀회원이 몸으로 부딪히며 희생을 하는데 경제적인 부분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라며 이제 관공서에서도 지역의 단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 새마을부녀회는 상하반기로 시보조금이 나온다. 하지만 운영에는 보조금이 많이 모자란다. 활동하려면 위축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는 행사 자체가 없고, 기업과 개인의 어려움으로 후원금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운영이 더 힘들어진 것이다. 고양시새마을부녀회 현황은 고양시 39개 동 중 27개 동만 구성되어 있다. 12개 동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지금의 코로나 시국과 관심의 부재라는 상황이라면 회원들이 더 줄어들 것으로 김 회장은 예상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지역단체 운영과 지원방식은 이제는 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새마을부녀회는 많은 봉사와 활동을 해왔지만, 대표적인 것이 경로잔치와 김장김치 나눔, 홀몸어르신을 위한 밑반찬 사업이다. 그중 해마다 해왔던 김장 나눔이 눈앞에 닥친 걱정이다. 오랜 코로나 침체기 이후 최근 추석 이후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김장 나눔에 얼마나 참여할지 걱정이 크다. 지역의 더 많은 어려운 분들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해 드려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동참 여부를 알 수 없어 더 그렇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줄어들어 경기도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이 서로 얼굴 보며 나눔을 할 날을 고대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12년 동안 고양시 새마을부녀회원들을 비롯해 관산동 새마을부녀회원과 한다복·노문영 전 회장님의 헌신하는 솔선수범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관산동 새마을부녀회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병하 관산동장님의 조력자 역할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주민과 단체와 교류를 아끼지 않으세요. 든든한 지원군이랄까요. 그리고 또 있어요. 정말 중요하신 분들이에요. 한씨 문중과 명륜진사갈비, 원기연 벽제공구 사장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라며 전임 회장과 회원, 관산동장과 단체,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정렬 회장은 시종일관 새로운 봉사와 나눔을 이야기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그의 봉사는 지역에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고, 주민들과 공유되며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