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민간인 28명 사상 "남북협력 통해 지뢰제거 나서야"

특별인터뷰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2021-10-18     남동진 기자

 

장항습지 지뢰사고 1차 책임 ‘국방부’
북한에서 떠내려 온 목함지뢰 추정
2001년 후방지역 지뢰 제거 작업
아직까지 2842발 제거되지 않아

[고양신문] 지난 6월 장항습지 환경정화 작업을 벌이던 한 활동가가 지뢰폭발로 한쪽 다리를 잃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작년과 올해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에서 발견된 유실지뢰만 무려 4개. 게다가 최근 국감에서 민홍철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김해시갑)을 통해 제기된 ‘후방지역 미제거지뢰 현황’에 따르면 현재 고양시에 확인되지 않은 지뢰 수는 무려 136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뢰로 인한 인명사고에 있어 고양시도 더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국내 대표 지뢰전문가인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사진>은 “민간인 피해만 양산하는 비인도적인 대인지뢰를 남북한이 힘을 합쳐 즉각 제거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DMZ지뢰 제거작업에 참여한 계기로 지뢰문제와 인연을 맺은 김 소장은 전역 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뢰문제를 다루는 민간연구소를 설립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성사동에 살고 있는 고양시민이기도 한 그는 고양시 한강하구 지뢰발견 초기부터 유실 지뢰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왔던 인물이다.  

 지난 6월 장항습지 지뢰사고에 대한 경찰수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그전부터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에 유실 지뢰 다수가 발견되면서 장항습지에도 위험성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책임은 발주자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환경정화작업이 꼭 필요했다면 지뢰탐지활동과 병행해서 발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군 당국의 책임은 없는가.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지뢰는 설치·관리를 모두 군이 담당해왔고 그 때문에 국방부는 지금까지 지뢰제거와 관련해서 전적으로 군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지뢰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군에 있다고 본다. 안전관리 책임은 2차적인 부분이고 일단 지뢰가 확인됐거나 예상되는 지역이었다면 관할 부대장이 경고판을 설치하거나 접근금지를 시켜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군의 적극적인 대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유실지뢰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고양시가 군에 지뢰제거 작업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수색하고 탐색하는 활동을 했어야 했고 당장 안된다면 폐쇄조치도 군이 앞장서서 했어야 한다. 지자체가 요청하니 마지못해 지뢰를 찾는 시늉만 하고 인력부족을 이유로 고양시에 접근하지 말라는 서면통보만 한 것은 책임방기라고 본다.  
 

 왜 유독 고양시 한강변에만 유실지뢰가 발견되는가.
한강 수중보를 기점으로 밀물과 썰물이 충돌하면서 소용돌이가 생기는 지점이 고양시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집중폭우 등으로 인해 전방에서 떠내려온 유실 지뢰가 쓰레기와 같이 장항습지 등으로 쓸려 내려오는 것 같다. 서울 한강구간은 유속이 세다보니 아무래도 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낮다. 
 

 장항습지에서 인명사고가 났던 지뢰의 정체는 무엇인가.
얼마 전 사고당한 피해자를 직접 뵌 적이 있다. 아직까지 추정단계이긴 하지만 폭발 규모가 훨씬 크고 피해 정도도 심각한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쓰는 M14대인지뢰는 아닌 것 같다. 사고부위와 피해 정도, 그리고 사고 당시 증언 등을 토대로 볼 때 목함지뢰나 혹은 북한 수지재(PMN) 대인지뢰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지역에 매설된 지뢰도 임진강 물줄기를 타고 만조 때 넘어올 수 있고 혹은 강원도 전방지역에서 한강을 따라 떠내려 올 수 있다. 
 

 최근 국감을 통해 ‘후방지역 미제거지뢰’ 현황이 지자체별로 처음 공개됐다. DMZ외에 후방지역에 지뢰가 매설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방부 합참에서 발표한 후방지역  지뢰매설 지역 40개소는 미사일, 통신기지 등 방공진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약 6만여 발의 지뢰가 매설됐는데 60년대 김신조 사건 당시 절반가량이 묻혔고 나머지는 80년대 올림픽 앞두고 북한군의 도발 방지를 위해 매설한 것이다. 
그러다가 98년 당시 부산 중미산에 화재진압 중 소방관이 지뢰사고를 겪는 문제가 발생했고 당시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후방지역 지뢰제거 작업이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1년 군 당국이 후방 지뢰지대에 대한 전략적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2006년까지 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계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5개소는 완전 제거됐지만 아직 후방지역에 3000여 발의 지뢰가 남겨져 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이 직접 가져온 M14대인지뢰 샘플. 미국에서 개발된 대인용 발목 지뢰로서 플라스틱으로 제조돼 탐지가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미제거지뢰 대다수는 이 모델이다. 

 고양시에도 아직 136발의 미제거 지뢰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벽제지역의 개명산·고령산 인근 대공부대 주변에 묻혀있던 지뢰가 아직 다 제거되지 않은 것이다. 이곳에 총 872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는데 98년 대규모 산사태가 나면서 지뢰가 유실됐고 이후 수차례 제거작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지뢰가 136발이다. 전국적으로 유실지뢰가 100발 이상 되는 후방지역이 총 7군데인데 그중 한 곳이 고양시인 셈이다. 유실지뢰 문제가 골치 아픈 것은 현재 어디에 묻혀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예 바다로 떠내려갔을 수도 있고 지뢰지대 근처에 있을 수도 있고…. 10㎝이상 땅속에 묻혀있으면 탐지기계 같은 장비로도 찾지 못한다. 실제로 올해 국방부가 공병부대 34곳에 전문교육을 진행해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찾은 지뢰는 45발이 전부다. 

 민간인 피해 현황은 어떤가.
2015년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피해자 신고를 받아봤더니 보상을 심의하거나 보상받은 인원이 1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2010년 이후 집계를 해보니 군인 20명, 민간인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민통선 근처에 지뢰사고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후방지역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가 훨씬 크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지뢰가 남아있는 한 지뢰사고는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재래식무기인 대인지뢰를 사용금지한 국제협약에 남북이 동시 가입하고 같이 손잡고 DMZ에 있는 대인지뢰부터 다 제거하는 데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일명 오타와국제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다만 부비트랩 방지, M14지뢰 방지 협약에만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이미 약속한 M14대인지뢰에 대한 제거작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묻힌 살상용 금속지뢰는 이미 80%이상 기능을 상실했고 군사작전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지뢰는 거의 유명무실한데 정작 국제협약에 가입한 M14지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이 안타깝다.  
 

 최근 제뢰 등 제거에 관련 법률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 지뢰가 분포되어 있지만 정확히 어느 지역에 몇 발의 지뢰가 묻혀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현재 남아있는 지뢰 중 84%가 어디에 묻혀있는지 모르는 상황인데다가 대부분이 민간인 사유지 내에 존재하다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국방부에서 2007년부터 민간인이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이번이 3번째 발의요청이다. 그전까지는 지뢰제거 비용을 민간에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부결시켰는데 이번 법안은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지뢰제거를 민간인이 직접 비용부담해서 하도록 했기 때문인데 이번 법안은 국가가 비용부담 하는 것이 핵심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안을 통해 이제 지뢰제거를 군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전문교육을 통해 민간 전문가 양성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정부가 연간 예산책정을 통해 특정지역에 지뢰제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한다. 고양시에서도 도시공사 차원에서 지뢰제거작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지뢰가 묻혀있는 지역은 지역사회가 가장 잘 안다. 이제는 지자체, 지역주민, 군 등이 협력해서 지역에 지뢰대책위원회를 편성해서 조사하고 거기에 대한 제거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거기에 따른 사고예방 홍보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민간인 피해를 양산하는 대인지뢰를 제거하는 데 나서야 한다. 지뢰제거 없이는 진정한 평화통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쟁 당시 묻힌 지뢰보다는 오히려 7·4남북선언 직후 매설된 지뢰가 더 많다.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발표한 지금 이남지역부터 지뢰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고 민간인들이 지뢰사고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아울러 후방지역 또한 군사상 꼭 필요하지 않은 대인지뢰에 대해서도 민관군 협력을 통해 즉각 제거작업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장항습지 지뢰문제의 경우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유실 지뢰가 떠내려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거작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이동경로에 데크를 설치해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그 지역만 다니게 하는 방법 정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