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85%는 흡연이 원인, 금연이 바로 치료의 첫걸음’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공동 기획연재 암, 이겨낼 수 있다 ④ - 폐암
폐, 소리 없이 생명위해 일하는 존재
흡연·유전적·환경적 요인이 폐암 유발
정기검진·조기진단만 잘하면 완치 가능
원래 일상복귀가 근본 치료 목적 돼야
기획연재 순서
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소개
② 유방암
③ 갑상선암
④ 폐암
⑤ 부인암
⑥ 위암
⑦ 대장암
⑧ 간암
⑨ 췌장암·담도암
⑩ 비뇨기암(전립선·방광·신장암)
⑪ 두경부암
⑫ 혈액암
⑬ 뇌종양
⑭ 암평생클리닉
※ 연재 순서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고양신문] 인간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숨 쉬는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필수적인 호흡기 기관이 바로 폐다. 공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공급해주고, 혈액이 운반한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폐의 중요한 기능이다. 공기는 긴 대롱처럼 생긴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데, 기관지의 끝에는 3~5억 개의 ‘폐포’라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 크기의 작은 공기주머니가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폐에 이렇게 엄청난 양의 폐포들이 있는 이유는 최대한 공기와 접촉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다. 따라서 유독성 물질이 폐로 들어가면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들이마시게 되는 흡연이 폐에 해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배에는 7000종가량의 유해물질이 있고 이 가운데 60여 종 이상은 발암물질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고, 의학적으로도 폐암의 약 85%가 흡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폐암 발병 여성의 상당수는 비흡연자라는 사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위는 절제해도 불편만 감수하면 살 수 있고, 간은 잘라내도 대부분의 경우 재생하기 때문에 절제수술 등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폐는 몇 개의 엽으로 나뉘어 있어 절제술을 할 수는 있지만, 간처럼 재생되지 않아서 절제할 경우 폐기능이 저하돼 삶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폐암 의심 환자들의 검사와 진단부터 수술에 이르기까지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를 도입해 폐암 치료 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한창훈 호흡기내과 교수, 배미경 흉부외과 교수, 박영민 가정의학과 교수 등 의료진으로부터 폐암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먼저 폐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한창훈 폐는 가슴을 보호하고 있는 갈비뼈 안쪽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만, 무게는 가볍습니다. 많은 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스펀지처럼 생겼기 때문이죠. 성인의 폐에는 하루에만도 1만 리터 이상의 공기가 이동합니다. 우리는 이런 공기 이동을 통해 산소는 마시고, 이산화탄소는 내뱉는 호흡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호흡이 특히 더 중요한 이유는.
한창훈 우리는 음식 섭취를 통한 영양소에서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이 산소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즉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산소를 취해야 하고 이산화탄소는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크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폐에서 짧은 시간 동안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엄청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거죠. 폐는 소리 없이 우리 생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주된 원인이 흡연으로 알려져 있지만, 흡연하지 않는 여성인데도 폐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창훈 폐암의 원인은 약 85%가 흡연 때문이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통 폐암을 흡연인구 비율이 높은 남성에게 더 흔하게 발생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이유죠. 하지만 흡연여성의 경우에는 남성에 비해 1.2~1.7배나 폐암이 더 발생하는 것에서 보듯 흡연여성은 남성보다 폐암에 더 취약한 편이에요. 약 15%의 폐암은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생기는데, 대다수가 여성들입니다. 흡연 외에도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이 폐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연 외에 다른 위험인자는 주로 무엇인지.
배미경 담배가 주된 원인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아직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내재적 요인이 있습니다. 특히 유전적 요인이 폐암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가족 중에 폐암이 있는 경우 비흡연자여도 폐암 발생율이 2~4배 정도 높아집니다. 간접흡연, 석면, 라돈, 비소, 카드뮴, 니켈 등의 금속과 방사선 노출, 폐 섬유증도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의 폐암 발생 현황과 생존율은 어떠한가요.
한창훈 2020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국내에서 243,837건의 암이 새로 발생했는데, 그중에서 폐암은 남녀를 합해 28,628건, 즉 전체 암 중에서 11.7%로 3위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19,524건으로 남성 암중 2위, 여성은 9,104건으로 여성암 중에서도 5위였어요. 연령별로는 70대가 34,5%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8.6%, 80대 이상이 19.2% 순으로 60대 이상이 82.3%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종 중에는 선암이 48.4%, 편평상피세포암이 21,3%, 소세포암은 10.6%로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5년 상대생존율은 과거에 비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프 참조>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배미경 세포 형태에 따라 크게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구분하는데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소세포 폐암이 치료법과 예후 면에서 다른 종류의 폐암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이를 잘 일으켜 전신에 영향을 주기 쉽기 때문에 수술보다 항암치료가 주된 치료입니다. 비율적으로는 약 80%가 비소세포암입니다.
폐암의 진단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한창훈 폐암 환자 중 대략 30%가량이 수술 치료를 하는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서 검사를 통해 폐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수술하기 힘든 환자가 많습니다.
박영민 저희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공단에서 50세 이상 된 분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폐 CT검사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흡연자나 직업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위험요인에 노출된 분들이나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발병여부만 체크해서 조기에만 진단하고 수술 치료를 잘하면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배미경 폐암을 진단하는 데 있어 영상의학과나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과의 다학제 협진도 중요합니다. 정확한 판독과 조직 채취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에 따라 수술과 치료 등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산병원이 그런 면에서는 타 어느 병원보다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수술적 치료법과 항암치료에 대해 설명하면.
배미경 수술은 접근방법에 따라 개흉술, 흉강경 수술, 로봇 수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흉강경 수술이 약 80% 정도를 차지하는데, 개흉술에 비해 단순히 미용적 측면뿐 아니라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있어서 항암치료를 끝까지 잘 마치는 비율이 더 높아 장기적으로 더 나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흉술과 흉강경술의 장점을 접목한 로봇수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창훈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항암화학요법 등의 다양한 항암요법이 있는데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면서 예전에 비해 예후가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치료경과에 차이가 많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고 표적항암치료를 잘 이어오다가 갑자기 폐렴으로 인해 돌아가신 고령의 어르신이 있습니다. 환절기 노인들의 주된 사망원인도 폐렴이라고 하던데 폐렴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영민 폐렴은 우리나라 감염병 가운데 사망원인 1위로,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환입니다. 나쁜 세균이 폐에 감염을 일으키면서 기침, 가래, 고열, 호흡곤란 등 급성증상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특히 노인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당뇨, 심혈관 질환 등 여러 기저질환을 앓고 있으면 폐렴이 더 잘 걸리고 중증으로 진행되며 급기야는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창훈 과거에 폐암이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알려졌던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치료방법이 발달해 새로운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이 적용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검진을 통해 조기진단하고 완치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금연입니다. 흡연은 일종의 질병입니다. 폐암에 있어서만큼은 치료의 첫걸음은 금연입니다. 폐암뿐 아니라 모든 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위험까지 덩달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금연을 실천하세요.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게 되실 겁니다.
배미경 폐암은 조기에만 진단되어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 후 일주일 정도면 일상복귀가 가능할 정도가 됐습니다. 폐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고 공기 좋은 산골로 들어가겠다는 분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먼저 건강검진을 잘 받으시고, 폐암으로 진단돼도 의료진을 믿고 잘 따라오시면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영민 폐암뿐 아니라 어떠한 질병에 걸리더라도 체중이나 건강관리가 잘 돼 있으면 치료경과가 좋게 나타나는 것을 임상현장에서 수없이 봐왔습니다. 특정한 건강기능 식품이나 영양제, 비타민 등 각종 ‘카더라’ 통신에 귀를 쫑긋 세우기보다는 평소 먹는 음식과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