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현장이 희망의 자리가 되게 하소서”
고양YMCA-고양YWCA 공동예배
아픔의 현장 ‘고양 금정굴’ 찾아
시민 평화운동 새출발 함께 약속
[고양신문] 기독교 기반 양대 시민운동단체인 고양YMCA와 고양YWCA가 24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비극과 아픔이 서린 고양 금정굴 현장을 찾아 평화를 기원하는 공동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에는 두 단체의 임직원과 회원 20여 명이 참석했고 (사)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이현옥 사무국장과 유기수 이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황선범 고양YMCA 기록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에서 유재덕 전 고양YMCA 이사장이 함께 나누는 평화의 기도를 인도했다. 이어 ‘2021 세계 YMCA-YWCA 공동기도회 성서읽기’를 교독한 후 유형석 나들목일산교회 담임목사가 ‘분단과 예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은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소개한 유 목사는 “한국전쟁이 남긴 역사적 피해의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짚었다. 이어 누가복음을 인용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포로 된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포하신 예수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치유와 회복을 선사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만일 예수가 고양시에 오신다면 어디를 먼저 방문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 “고양에서 가장 슬픈 자리, 바로 이곳 금정굴 현장에 오셔서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실 것”이라면서 “지금 예수는 기독교인들에게 ‘너희가 나의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손길이 되라’고 요청하고 계신다”고 당부했다.
이어 “단단한 벽의 깨어진 틈을 통해 빛이 새어 들어오듯, 가장 아픈 상처가 올바로 치유될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통과 슬픔의 자리 금정굴이 빛의 자리, 희망의 자리가 될 때 비로소 고양시가 평화의 도시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예배 참가자들이 흰 국화꽃 한송이씩을 추모비에 차례대로 헌화하며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이현옥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사무국장이 금정굴 학살사건과 추모사업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 사무국장은 유가족들의 증언에 의해 밝혀진 몇몇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들려줬다.
이 사무국장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고양경찰서의 주도로 20여 일에 걸쳐 200여 명의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됐고 ▲40년 넘게 침묵속에 감춰져 있던 금정굴 사건은 1993년 ‘금정굴사건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진상규명 운동이 비로소 시작돼 ▲1995년 유족들 스스로 발굴을 개시해 153구의 유해를 발굴했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6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1999년 경기도의회가 ‘고양시 일산 금정굴사건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금정굴 양민학살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금정굴 사건이 경찰의 주도로 다수의 민간인을 불법 살해한 후 암매장한 사건이라는 결론을 냈으며 ▲2006년에는 정부의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금정굴 사건에 대해 ‘경찰 책임하의 불법 학살’로 인정했고 ▲법원도 금정굴 유족에게 국가 배상을 판결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후 ▲2013년 (사)금정굴인권평화재단이 창립됐고 ▲2018년 8월에는 ‘금정굴 희생자 지원조례’가 고양시의회에서 최종 통과됐다는 점을 짚었다.
이현옥 사무국장은 “이처럼 진실규명이 명백히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정굴에 대한 추모와 평화공원 추진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예배를 주관한 고양YMCA 오현숙 이사장은 “시민운동의 남매와 같은 두 기관이 함께 아픔의 현장에서 매우 뜻깊은 공동예배를 드렸다. 오늘의 예배가 고양지역 평화활동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고, 고양YWCA 윤정애 이사장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역사를 함께 되새기며, 시민사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자”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