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마지막 통신

2021-12-16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수와 존시. 아가씨 화가입니다. 미국 뉴욕 워싱턴 광장 서쪽 어느 작은 동네. 그곳 벽돌집 3층 꼭대기에 살림집과 화실을 마련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뉴욕에 폐렴이 번졌습니다. 존시가 폐렴에 걸립니다. 의사는 간호하는 수에게 말합니다. 존시가 “살아날 가능성은 열에 하나”라고요. “열둘, 열하나, 다시 열….” 존시는 벽돌집 빈 벽에 자라는 담쟁이덩굴을 창밖으로 보면서 남은 잎사귀를 셉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가는 거야.’ 몸이 쇠약해진 존시는 생명을 포기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집니다.

화가 버먼 노인. 1층에 사는 예순 넘은 실패한 주정뱅이 화가입니다. 40년 동안 그림을 그렸고 걸작을 남기겠다고 말하는 괴짜 화가입니다. 수는 버먼 노인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존시 이야기를 합니다.

밤새 진눈깨비, 차가운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존시는 다음 날 아침, 커튼을 올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담장에는 담쟁이덩굴 잎새 하나가 여전히 매달려 있습니다. 다시 밤이 오고 북풍이 세차게 불어온 뒤 날이 밝았습니다. 존시는 수에게 커튼을 올려달라고 명령하듯 말합니다. “수프 좀 갖다줘. 그리고 우유에 포도주를 조금 타서 갖다줘….”라고 얘기합니다.

미국담쟁이덩굴. 손 모양 겹잎으로 나타난다.

오후에 의사가 와 존시 진찰을 끝낸 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자, 아래층에 있는 환자를 보러 가야지. 이름이 뭐 버먼이라던가…. 역시 폐렴이야. 늙고 허약한데다 급성이야.” 결국 버먼 노인은 이틀 만에 죽고 맙니다. “벽에 붙어 있는 담쟁이 잎새, 바람이 부는데 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지 이상하지 않아?” 수와 존시가 나눈 대화입니다.

소설 「마지막 잎새」 줄거리입니다. 존시에게 희망을 준 ‘마지막 잎새’는 미국담쟁이덩굴 잎입니다. 나무껍질은 짙은 갈색이고 공기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에 달라붙습니다. 손 모양 겹잎입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작은 잎은 5개이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담쟁이덩굴은 포도과 잎떨어지는 덩굴성 나무입니다. 담장이나 벽 등 다른 물체에 붙어 자라서 이름이 왔습니다. 흡착판이 나와 쉽게 달라붙습니다. 긴 가지의 잎은 갈라지지 않는데 짧은 가지의 잎은 3갈래로 갈라집니다. 잎이 세 장씩 모여 나는 3출엽도 눈에 띕니다. 잎자루는 매우 깁니다. 열매는 10월쯤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소나무에 달라붙어 자라는 어린 담쟁이덩굴.

일산호수공원은 나무 공부 입문자에게 수목원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수공원이 수목원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사철 변화하며 맞이하는 150종이 넘는 나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우리가 다가가야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가까이 호수공원이 있고, 나무가 있는 그런 공간을 거닐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참으로 고마워할 일입니다.

일산호수공원을 셀 수 없이 걸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무 산책도 여러 번 했고,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달 말 고양시 일산을 떠나 새로운 곳, 낯선 곳 수원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아내가 손녀딸 육아를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산호수공원을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증상도 겪었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달마다 한 번씩 ‘호수공원 통신’을 쓰느라 마음 고생이 많았습니다. 글쓰기는 항상 어려웠지만 글을 마치면 편안했습니다. 그동안 호수공원 통신을 읽어주시고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일산 호수공원 설경. 2016년 사진이다. 호수공원 산책을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