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첫 시집 낸 최종복 시인

“오래 걷다보니 다리가 아프지만 너덜해진 길을 털어 볕에 말린다”

2004-06-11     편집국
70세에 첫 시집을 낸 시인이 있다. 10여년이 넘게 엮어 온 시들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펴 낸 한권의 시집에는 세월만큼 깊고 담담한 아름다움이 배어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아오다 일산 문화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최종복 시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차곡차곡 쌓아온 감성을 하나하나 꺼내 시로 엮었다. 작은 꽃들과 산과 들, 오솔길… 산새와 아이들. 시의 소재는 늘 자연과 작은 생명체들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예찬들 사이사이엔 세상 살며 겪을 수밖에 없는 힘겨움도 간간히 묻어있다. 아이들의 맑은 눈으로 세상을 누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 세월의 흐름을 그는 아쉽지만 시인한다. 그러나 시인은 세상사의 달고 쓴맛을 모두 보내고 세상 이치를 좀 들여다볼 수 있게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걸어오다 보니 다리가 아프지만 지나왔던 너덜해진 길을 털어서 봄볕에 말린다. 물집 터지는 발가락 사이로 흩어진 세월의 향기로운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알 것 같다”
70세, 고희의 공간에서 시인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때로는 잃어버린 길에서 끝이 보이지 않아 헤맬 적이 많았지만 그 그림자를 털어내면서 생각을 가슴속에 묻고 사는 것은 다행” 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시인은 비록 헤매게 될지라도 다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최종복 시인은 “일흔이 되어서야 시집 한 권을 펴내니 더 설레는 것 같다”며 “40여 년 동안 교단에 섰던 내 인생의 길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세월은 다름 아닌 길을 따라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길이란 주제로 시집을 엮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집 ‘길을 따라가는 세월’에는 모두 125편의 시가 담겨있다. 10여 년 동안 써 내린 300여 편의 시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들을 선택하고 이를 4개의 작은 주제로 나누었다고 한다. 4개의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열리는데 시 못지않게 사진에 열중 해 온 최종복 시인의 작품이다.
세상사는 흔적과 자연에 대한 감동을 글과 사진으로 부지런히 엮어내고 있는 시인은 여전히, 열심히 길을 걷고 있었다. 일흔에 첫 시집을 내고 일흔이지만 젊은 시인들과 술잔을 나누며 문학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부지런한 행군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열매인듯 하다.
출판기념회는 6월 18일 오후 6시 백석동 퀸스 웨딩홀에서 고희잔치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