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80%는 60대 이상···고령층도 적극 치료하면 회복력 높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공동 기획연재 암, 이겨낼 수 있다 ⑧ - 췌장·담도암

2022-01-16     권구영 기자

스티브 잡스도 잠들게 했던 췌장암 
명확한 원인 알 수 없어 더 위험해  
수술기법 좋아지고 새 항암제 개발
고령환자도 예후 좋고 생존율 높아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직면했던 죽음을 극복한 후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십시오)’로 끝나는 명연설을 남긴 스티브 잡스. 결국 그도 2011년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jovanabanovic.com]

기획연재 순서

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소개
② 유방암
③ 갑상선암
④ 폐암
⑤ 부인암
⑥ 대장암
⑦ 간암
⑧ 췌장암·담도암
⑨ 비뇨기암(전립선·방광·신장암)
⑩ 위암
⑪ 두경부암
⑫ 혈액암
⑬ 뇌종양
⑭ 암평생클리닉

※ 연재 순서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고양신문] “1년 전쯤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에 검사를 받았는데 췌장에 악성 종양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그때까진 췌장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의사들은 그것이 거의 틀림없이 치료할 수 없는 종류의 암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 3개월 내지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 신변정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간접적인 표현이었습니다. (···) 나는 온종일 그 처방대로 살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마취상태였던 저에게 곁에 있던 아내가 말하기를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면서 의사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군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매우 희귀한 종류의 췌장암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다행히도 멀쩡합니다.”

신경내분비암은 예후가 좋은 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직면했던 죽음을 극복한 후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십시오)’로 끝나는 명연설을 남겼다. 그러나 그도 결국 2011년 하늘나라로 떠났고, 우리는 그를 역사상 전무후무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하고 있다.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스티브 잡스는 다행히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에 생기는 신경내분비암이었습니다. 췌장암의 일종이긴 하지만 5년 생존율이 약 50%로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죠. 하지만 이는 전체 췌장암의 10% 미만입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 하면 선암을 말해요.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암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암으로 알려져 있죠.” -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박병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보통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약 20%에 불과하다. 환자의 약 50%는 이미 간, 임파선, 폐 등으로 원격전이가 돼 있어서 수술이 불가능하고, 약 30%는 원격전이는 없지만 국소적으로 혈관 침범 등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운 경우”라며 “췌장암은 조기발견도 어려울뿐더러 이처럼 치료가 어렵다 보니 기대할 수 있는 생존기간이 짧았었다. 하지만 최근엔 수술 기법도 좋아지고 더 좋은 항암제도 많이 개발돼서 생존기간과 생존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화기능을 하는 소화기 간, 담도, 췌장 
간, 담도, 췌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간은 다양한 대사 기능을 통해 우리 몸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해독이나 살균 작용 등의 기능을 한다. 약 15cm 길이의 췌장은 십이지장과 연결돼 있고, 간에서 빠져나오는 관과 담낭(쓸개)에서 빠져나오는 관이 만나 작은창자로 들어가는 길이 담도인데, 담도 전체적으로는 나뭇가지 모양을 띠고 있다. 담도와 췌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췌장, 담도의 위치와 구조 [이미지 출처 = 국가암정보센터 암정보 https://www.cancer.go.kr] 

“담낭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이 농축된 담즙이 음식물과 섞여서 소화가 되도록 해주죠. 간 속과 간 밖을 연결해주는 담도는 이 담즙을 십이지장까지 운반하는 기능을 합니다. 췌장은 외분비기능으로 여러 소화효소를 만들고 췌관을 통해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하여 음식물의 소화를 돕습니다. 내분비 기능으로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을 혈액으로 분비합니다." -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서정훈 소화기내과 교수

“담도와 췌장이 기능은 서로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밀접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담도암 수술할 때 췌장을 절제하거나, 췌장암 수술할 때도 담도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연결돼 있다 보니 담도와 췌장은 물론 십이지장까지 절제해야 할 정도로 수술범위가 커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 서정훈 소화기내과 교수  

“장기들이 밀집돼 있고, 특히 췌장의 머리 쪽 암세포를 절제해야 한다면 병변이 있는 곳을 제거하고 소화기능에 필요한 담즙이나 췌장액 등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해서 수술도 힘들고 수술 후 환자가 회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췌장 꼬리 부분에 있는 암세포 제거 수술은 수월한 편이죠.” - 이진호 간담췌외과 교수

흡연, 음주, 비만 등 생활습관 바로 잡아야
췌장암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아직까지 췌장암의 원인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서다. 다른 암에 비해 암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뚜렷한 병변도 없어서 더 무서울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같은 생활습관이나 비만, 오래된 당뇨병, 만성 췌장염 등이 췌장암 발생을 쉽게 하는 요인이라 짐작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위험인자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일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하고 정기적으로 정밀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당뇨병을 진단 받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췌장암에 의해 발생한 당뇨병일 수 있으므로 특히 췌장암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2020년 12월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는 남녀를 합해서 연령대별로 70대가 31.1%, 60대가 26.2%, 80대 이상이 20.5%의 순으로 60대 이상이 약 80%를 차지한다. 보통 고령일수록 가족들의 반대로 수술을 망설이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크고, 일반인들은 ‘괜히 암세포를 건드리면 화가 나 암이 더 커진다’는 말도 흔히 하곤 한다. 

정재욱 간담췌외과 교수

“그렇게 망설이거나 버티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이야 수술을 안 하면 편할 수 있지만 암세포가 주는 고통은 점점 더 강해지고 말기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후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때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하면 완치될 가능성도 있고, 말기가 되어서도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80대 이상의 고령 환자라도 수술받을 수 있는 몸 상태라면 수술받고 항암치료를 잘 받으면 예후가 젊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재욱 간담췌외과 교수

담도암, 조기진단·수술 시 생존율 95%
담도암 역시 일반적으로 담관 선암종을 말하고, 췌장암보다 좀 낫긴 하지만 비교적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췌장암과 달리 건강검진을 하면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초기에 진단 받고 수술하면 5년 생존율이 95%나 되기 때문에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진호 교수의 설명이다.

“담도암은 담즙이 내려가는 길에 암이 발생하는 것이라 대부분은 황달 증상이 나타납니다. 통증이 동반되면 담석증인 경우가 많고, 통증이 없는 경우는 담도암인 경우가 많죠. 담도암이 발생하면 CT나 MRI 등을 통해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수술을 하던 항암치료를 하던 황달 치료가 먼저이고요, 내시경 시술 등을 통해 담즙이 내려가는 길을 열어주고 그 이후에 외과와 상의해서 수술을 할 것인지 항암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최소 침습 복강경·로봇수술 회복 빨라
췌장암은 아직까지 혈액검사로도 발견할 수 없고 조기 진단도 어렵기 때문에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주변 장기로 번져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약 20% 정도만이 수술이 가능한 경우인데, 최근에는 침습을 최대한 줄이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로 개복수술에 비해 환자의 회복 시간이 두 배 가량 단축되고 그러다 보니 적극적인 항암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진호 간담췌외과 교수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같은 최소 침습 수술법은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정말 심각한 암 수술을 받은 거 맞나’ 싶을 정도로 회복이 빠릅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음식 양 조절을 안 하고 과식을 하면서 탈이 나는 경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웃음) 수술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 3D 화면을 보면서 하기 때문에 시야가 좀 더 확보되고 내 손목을 직접 움직이는 것처럼 정교한 수술도 가능합니다. 수술 피로도가 적고 그러다 보니 좀 더 섬세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 정재욱 간담췌외과 교수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의 장점과 로봇 수술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수술 이후에 내과 선생님 등과 협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아무리 잘 했어도 추적 관찰을 꾸준히 하면서 제대로 항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진호 간담췌외과 교수 

일산병원, 암 환자 치료에 최적 환경 갖춰
일산병원은 2016년 6월 경기 북부지역 의료기관으로는 최초로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기를 도입해 다양한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몇 개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복잡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후유증이나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일산병원은 2017년에 경기북부에서는 최초로 복강경 수술로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실질적인 다학제 통합진료로 암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로봇수술은 몇 개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복잡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후유증이나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저희 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암 환자가 치료받기에는 최적의 환경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모든 전문의들이 평소 늘 소통하기 때문에 결정이 빠르고 병원이 아닌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이어갑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호스피스 병동과 연계해서 마지막 과정까지 돌봐드리죠.” - 서정훈 소화기내과 교수  

“췌장·담도암은 고령 환자일수록 더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수술 기법이 좋아졌고, 좋은 항암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예전보다 항암치료 환자들의 생존율도 증가하고 있어요. 빅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 고령자 항암치료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예후가 좋게 나오고 있어요. 요즘은 80세가 넘으신 분도 신체가 건강한 분이 많잖아요. 꼭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박병규 소화기내과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췌장암, 담도암 치료 의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