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흔하지 않지만 발병 시 삶의 질 ↓···금연·금주·예방접종 필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공동 기획연재 암, 이겨낼 수 있다 ⑩ - 두경부암

2022-02-20     권구영 기자

구강·인두·비강·후두암, 침샘암 등
머리·목 부위에 발생하는 모든 암
흡연·음주·인유두종바이러스 원인
절개없이 로봇수술하면 회복 빨라 

(사진 왼쪽부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김지훈 교수, 성형외과 송준호 교수, 종양혈액내과 허자윤 교수

기획연재 순서 

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소개
② 유방암
③ 갑상선암
④ 폐암
⑤ 부인암
⑥ 대장암
⑦ 간암
⑧ 췌장암·담도암
⑨ 비뇨기암(전립선·방광·신장암)
⑩ 두경부암
⑪ 뇌종양
⑫ 위암
⑬ 혈액암
⑭ 암평생클리닉
※ 연재 순서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고양신문] 두경부(頭頸部)암은 글자 그대로 머리(頭)와 목(頸) 부분에서 생기는 모든 암을 말한다. 얼굴, 입, 목 등 발생 부위에 따라 통증, 혹, 코막힘, 출혈, 입속의 잘 낫지 않는 상처, 그리고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두경부암이 발생하면 음식을 먹거나 목소리를 내는 등의 기능에 치명적 영향을 끼쳐 영양섭취와 대인관계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보니 두경부암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병명이지만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50대 이상 남성이 두경부암 환자의 절반을 한참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위험요인인 담배와 술이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해 병이 진행된 두경부암종의 경우는 예후도 그리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두경부암은 대게의 경우 병증이 상당 수준 진행되고 나서야 진단 되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하고 치료를 하더라도 숨을 쉬거나 먹고 말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을 회복하기가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김지훈 교수, 성형외과 송준호 교수, 종양혈액내과 허자윤 교수를 만나 두경부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두경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익숙하지는 않은데, 인체에서 두경부의 해부학적 구조와 위치, 기능에 관해 설명해달라.
김지훈
두경부(頭頸部)는 한자로 머리 ‘두’, 목 ‘경’을 말하고, 영어로는 head and neck이라고 표현합니다. 해부학적으로는 쇄골 위쪽부터 뇌 아래쪽까지를 포함하는데 안구는 제외합니다. 이 부위는 호흡, 발성, 연하(음식물을 입을 통해 섭취하고 삼키기 좋은 상태로 씹은 다음 식도를 통과해 위의 입구까지 도착하는 과정) 작용에 필수적인 기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비강(부비동), 구강, 인두(비인두, 구인두, 하인두), 후두, 침샘, 갑상선 등이 포함됩니다. 

두경부암의 종류별 통계와 두경부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 [이미지 출처 = 분당서울대병원]

각 부위에서 발생하는 주요 암의 종류와 증상, 진단방법은.
김지훈
암의 성질에 따라 호흡기 계통에 생기는 암(구강암, 인두암, 비강암, 후두암)과 침샘암으로 분류합니다. 갑상선암의 경우에는 암의 성질이 다소 달라서 위치상 두경부 영역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두경부암과 구분해 분류하고 있습니다. 두경부 영역은 위치마다 특성이 조금씩 달라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을 특정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합니다. 

구강암의 경우 입술이나 혀의 한 곳이 계속해서 헐고 피가 나거나, 혀의 표면에 하얗게 백반증이 생기거나, 딱딱하게 덩어리가 지면서 튀어나오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두암의 경우 식사 시 이물감이 있거나 음식이 잘 삼켜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수가 있습니다. 후두암의 경우는 쉰 목소리가 장기간 지속할 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침샘암은 귀 앞쪽이나 아래쪽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고 통증이 있거나, 안면마비가 동반될 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두경부암은 목에 있는 경부 림프절로 전이를 잘하기 때문에 목에 멍울이 만져지고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점점 커진다면 전이된 림프절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죠.

이와 같은 증상으로 두경부암이 의심되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은 전처치와 금식이 필요하지만, 이비인후과 내시경은 마취 없이도 외래에서 바로 검사 가능합니다. 코나 입을 통해 내시경이 들어가고, 1분 정도면 목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암이 의심되면 CT나 초음파 검사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점막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률은 2~3% 정도로 매우 드뭅니다. 국내에서는 연간 50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일반인의 경우 이 부위에 암이 생긴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차 진료 기관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암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전문의로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2018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두경부암 발생률은 2.2%가량으로 매우 드문 암에 속합니다. 그중에서 구강암 0.68%, 인두암 0.64%, 후두암 0.46%, 침샘암 0.23%, 비부비동암 0.16%, 갑상선암 11.75%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로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등을 들던데, 인과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허자윤
두경부암은 술과 담배 같은 발암물질이 구강과 호흡기 점막을 지속해서 자극하면서 점막이 손상되고 변성돼 유전자가 변성되면서 발생합니다. 두경부암은 90% 이상이 점막에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종입니다. 음주와 흡연이 대표적으로 환경적 요인에 속합니다.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감염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김지훈 교수

김지훈 흡연과 음주에 노출된 기간이 긴 60대 이상에서 두경부암 발생률이 증가합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 비해 15배 이상 두경부암 발생률이 높습니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할 경우는 두경부암의 위험성이 30배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죠. 두경부암은 구강의 위생 상태나 보철물과도 연관이 많습니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틀니나 보철물이 혀나 구강 점막을 자극해 염증이 반복되거나 지속해서 물리적인 자극을 주면 암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인두 부위는 목의 뒤쪽 부위를 가리키는데, 코 뒤쪽을 비인두, 구강 뒤쪽을 구인두, 식도 입구를 하인두라고 합니다. 목젖 양쪽 옆에 보이는 편도 주변이 구인두 부위에 해당합니다. 이 부위에 발생하는 구인두암의 70% 이상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데 서구적인 식습관과 개방적인 성생활로 인해 바이러스가 구강으로 옮겨가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경부암과 마찬가지로 HPV16·18형이 주로 암 발생과 연관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 남자아이들에게도 HPV 예방접종을 권하고 있어요. 2021년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도 9~45세 사이의 여성, 9~26세 사이의 남성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HPV 양성 구인두암과 HPV 음성 구인두암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2016년 말부터는 HPV 감염 여부에 따라 HPV 양성 구인두암과 HPV 음성 구인두암의 병기 설정을 각각 나누게 되었습니다. HPV 양성 구인두암의 경우의 40~60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남녀의 비가 3:1입니다. 흡연이나 음주보다는 성관계 이력과 상관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원발암은 작지만 림프절이 크고 전이가 많아요. 림프절 전이가 흔하게 발견되지만 항암방사선치료에 반응이 좋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은 80~90%로 높습니다. HPV 음성 구인두암의 경우에는 60대 이상이 많고, 남녀 비는 3:2, 5년 생존율은 40~60%입니다. 

종양혈액내과 허자윤 교수

보건복지부의 ‘노담’ 광고를 통한 금연 캠페인이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허자윤
진료현장에서는 그런 금연 캠페인의 효과를 바로 느끼긴 어렵습니다. 특히, 두경부암 환자들의 경우 이미 20년 이상 흡연을 지속한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흡연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금연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훈 최근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뱃갑 경고 그림은 흡연의 시작을 막고, 2100년까지 27만명의 흡연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합니다.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것에 찬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적극적인 도입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주와 흡연은 명확하게 알려진 암 유발 물질입니다. 두경부암 수술을 받고 혀가 없어지고, 말을 못 하게 되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담배를 일찍 끊을수록 발암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발표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흡연한 과거력이 10년 미만이면 금연했을 때 발암 위험이 74%로 줄어들지만, 흡연한 지 40년이 넘는 경우 금연하더라도 발암 위험은 9%밖에 감소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흡연의 위험성을 전한 '담배와도 거리두기’편 TV CF [이미지 출처 = 보건복지부 국가금연지원센터]

로봇수술을 포함해 두경부암 수술 방법,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주요 치료에 대해 설명하면.
허자윤
초기(1~2기)에 발견된 경우에는 수술로만 암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고, 진행된 암(3~4기)의 경우 수술을 한 후에 항암방사선치료를 병행하거나 초기 치료로 항암방사선치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항암제는 다른 항암치료와 마찬가지로 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 약 6주간은 액상 음식 섭취와 수액을 병행해 영양을 섭취합니다.

김지훈 두경부암은 경부 림프절 전이가 흔하므로 일반적으로 원발부위 절제와 함께 경부림프절 절제술을 함께 시행하게 됩니다. 암을 절제할 때는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의 경계 부위에서 약 1cm 정도를 더 절제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암을 포함해서 제거하기 위한 것이죠. 진행된 혀암의 경우 혀를 절반 이상 절제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수술 후에 말을 하거나 음식을 삼키는데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 

송준호 그래서 절제한 부분만큼 자기조직을 재건한 인공 혀를 만들어서 혀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재건 수술이라고 합니다. 주로 환자 본인의 팔 안쪽 근육이나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서 자가 조직을 이용한 재건된 혀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혀암이 진행돼서 턱뼈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턱뼈를 일부 자르고 보형물이나 다리뼈를 이용해 결손 부위를 재건합니다.

김지훈 이비인후과 수술은 목구멍 안쪽에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턱을 가르거나 목에 큰 절개를 하여 내부를 노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구강을 통해 긴 로봇팔이 들어가서 내부에 있는 암을 외부 절개 없이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도 3차원의 확대 영상을 통해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는 정밀 수술이 가능하죠. 외부 절개가 없기 때문에 회복 기간과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성형외과 송준호 교수

성형외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것이 약간 의외로 보인다.
송준호
일반인들이 성형외과 하면 보통 눈이나 코, 턱 등 미용을 위한 성형을 떠올리는데, 성형외과의 중요한 진료 분야가 재건 성형입니다. 외상에 의해 발생한 안면의 결손 부위를 재건하기도 하고, 두경부에 악성 암과 같은 종양 절제에 따른 재건 역시 성형외과에서 담당하죠. 피부암으로 인한 광범위한 절제술이나 화상으로 인한 피부 회복 등 재건은 성형외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 치료에 있어 일산병원이 가진 차별성과 특징이 있다면.
김지훈
자동차는 바퀴 4개가 모두 잘 움직여야 속도를 낼 수 있듯이 두경부암 치료도 이비인후-두경부외과, 혈액종양내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각 분야 전문의가 협력해야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치료지침이 있지만, 환자마다 암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별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송준호 일산병원의 두경부암 진료팀은 젊은 교수들로 이루어져 있어 의료진 간 의사소통이 원활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협의해 큰 어려움 없이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있고 그렇게 최상의 컨디션 하에서 수술과 치료를 이어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로봇수술은 3차원 영상에 10배 확대된 수술 부위를 보면서 진행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로봇팔을 의사의 손처럼 움직일 수 있어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이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김지훈
두경부암은 조기 진단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암이에요. 암이 발생하면 말을 못 하고,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수술로 얼굴에 기형이 생기기도 하고, 목에 큰 상처가 남기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수술 후에도 평범한 일상에 대한 상실감이 다른 암에 비해 큰 편입니다. 두경부암이 흔하게 발생하는 암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회식 문화가 발달해있고, 폭음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만은 없는 암입니다. 더구나 두경부암 검진은 국가암검진사업의 항목이 아니므로 환자의 역할이 커요.

송준호 두경부암은 발생률이 높진 않지만, 한번 발병하면 먹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대인관계에도 큰 지장을 주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술과 담배를 줄이고, 구강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틀니나 보철물을 사용하는 때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허자윤 다른 암에 비해 두경부암 환자의 상당수는 1인 가구입니다. 지나친 술과 담배로 인해 몸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합니다. 가족에게 연락하면 심지어 ‘죽은 다음에 연락 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봤어요. 내 몸을 지키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금연 금주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