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부활을 소망하며
-높빛시론-
[고양신문] 공릉천을 살려주십시오!
공릉천은 한강이 서울을 관통해 북서 방향으로 흘러 북한땅이 바라보이는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못 미친 지점에서 한강 하류로 흘러드는 한강의 지천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챌봉에서 발원해 고양과 파주를 지나 한강과 합류할 때까지 곳곳에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특히 하류 5㎞ 구간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절경을 자랑합니다. 서해 바닷물이 하루 2번 들고 나는 여세를 받아 공릉천 하류 수위도 오르내립니다. 조류에 실려온 고운 펄흙이 쌓이고 공릉천 물을 만나 굽이굽이 검게 반짝이는 물골을 이룹니다. 둔치는 너른 갈대 초원, 둑길 주위엔 다양한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랍니다. 주변은 너른 논 지대로 모를 내고 한여름까지는 푸른 양탄자, 가을엔 황금 물결을 이룹니다. 논은 인간과 자연이 협력해서 서로 이익을 나누는 습지의 일종입니다. 멸종위기종 뜸부기, 맹꽁이와 수원청개구리도 공릉천 주변 논과 도랑에서 살아갑니다.
인터넷에서 공릉천을 검색하면 수도권의 숨은 명소로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글과 사진이 넘쳐납니다. 공릉천 S자 물길과 멀리 북한산을 배경으로 새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돋이 풍광도 제방 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연 관찰, 특히 탐조 활동의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공릉천이 위기에 처한 현실은 지난 2월 초 저희 시민탐조클럽이 겨울철새 조사 활동을 하러 가면서 알게 됐습니다. 하류에서 공릉천 남쪽 제방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데 1년 전과는 모습이 사뭇 달라져서 불안했습니다. 둑 가장자리와 비탈에 자라던 풀 나무는 싹 잘리고 베어졌습니다. 둑마루는 원래 폭이 5m쯤에 잔돌 깔린 흙길이어서 이따금 지나가는 차도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둑을 돋우면서 폭을 7m로 넓히고 시멘트로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공릉천 제방이 넓어진 포장도로가 되면 속도를 내서 달리는 차가 늘어나게 됩니다. 흙길 걸으며 자연 풍광을 만끽하는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둑을 넘나들던 게와 개구리 두꺼비를 비롯해 야생동물은 차에 깔리게 됩니다.
영천배수갑문 쪽에 높직한 다리가 새롭게 공릉천을 가로질러 놓였습니다. 위로 돋우고 옆으로 불리며 칼로 깎은 듯한 제방 비탈 아래로 U자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길게 입을 벌리고 함정처럼 누웠습니다. 어른도 빠지면 못 헤어나올 정도로 깊고 폭도 깊이만큼 넓습니다. 원래 흙 제방은 하천과 농경지 사이를 이어주는 생태통로인데 이런 함정을 무슨 이유로 만들었을까? 수상한 공릉천 훼손의 경위를 알아보니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입니다. 원래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란 국가 기관이 계획을 세워서 2016년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본격적인 공사는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이른바 ‘종합 물관리 정책’에 따라 하천에 관한 모든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올해부터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사 시행 관청이 된 겁니다. 환경을 지키는 기관인만큼 공릉천 정비사업이 자연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다시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서 바로 잡았어야 마땅합니다. 아쉽게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연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할 때는 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합니다. 법과 제도는 갖췄지만 원칙대로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와 사업의 근거가 되는 ‘공릉천권역 하천기본계획보고서’를 정부 사이트에서 찾아내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허술한 부분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특히 함정이나 다름없는 콘크리트 수로를 왜, 어떻게 만드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북한군 탱크를 막기 위해서 국방부가 요구했다고 관계자들은 실토하는데, 경위를 제대로 밝혀야 마땅합니다. 자연환경 조사 부분에서도 단 하루, 그것도 겨우 5시간 동안에 한 사람이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를 한꺼번에 조사할 수 있을까요? 보고서에는 야생조류가 34종이라고 적었지만, 공릉천에서 새를 꾸준히 관찰한 고양의 고1 학생은 145종을 찾아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비용(C)대비 편익(B)을 따진 투자효율(B/C)이 0.00 ~ 0.07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본전도 못 건지는 사업의 예산은 195억원, 우리의 피땀 어린 세금입니다.
토목 전문가인 김진홍 중앙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차라리 그 돈으로 제방 주변 논을 사서 ‘홍수터’를 갖추는 게 자연 생태나 경제 측면에서나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이미 국가 하천 정책에서 제시한 방향이건만 현장에선 외면하는 관행을 깨뜨려야 합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생태와 환경을 망치고 예산을 허비하는 공사를 즉각 중지하고 사업 경위와 내용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국가 기관이 우리의 세금으로 우리 공동의 자연 자산을 훼손하는 작태를 더는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합니다. 죽어가는 공릉천을 살려내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