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국가암검진 통한 조기검진과 치료기법 발달로 완치율 높아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공동 기획연재 암, 이겨낼 수 있다 ⑫ - 위암

2022-03-21     권구영 기자

위의 주요 기능은 저장과 분해
잘라내도 생존에는 영향 적어
위암 발생해도 대부분 무증상
근치적 절제술로 종양 없애야
 

이용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02년부터 만 40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게 되면서 암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은 낮출 수 있었던 것을 임상현장에서도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 출처 = 대한위암학회 25년사(1996-2021) 도전과 성취의 사반세기]

기획연재 순서

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소개
② 유방암
③ 갑상선암
④ 폐암
⑤ 부인암
⑥ 대장암
⑦ 간암
⑧ 췌장암·담도암
⑨ 비뇨기암(전립선·방광·신장암)
⑩ 두경부암
⑪ 뇌종양
⑫ 위암
⑬ 혈액암
⑭ 암평생클리닉
※ 연재 순서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고양신문] 얼마 전 일 때문에 만난 김모 씨는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어르신이다. 그는 9년 전 위암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위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이왕 얼마 못살 거라면 좋아하는 걸 원 없이 먹고 떠나겠다’라고 결심했다. 평소 술을 즐겼던 그가 선택한 것은 막걸리였다. 수술 이후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할 때면 늘 거르지 않고 한 병 정도씩 마셨다. 그렇게 마셔온 막걸리가 지금까지도 멀쩡하게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왕성한 사회활동을 가능케 해준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그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물론 담당 의사에게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비밀이었다. 

최서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정확한 병기를 알 수는 없지만, 그분 같은 경우는 아마도 암이 위 전체에 퍼져 있었고, 그래서 위전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라면서 “10년 가까이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오신 ‘비법’은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인 암을 제거하는 수술치료를 성공적으로 잘 받았기 때문일 거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열심히 살아오신 만큼 수술 후 다행히 운도 많이 따랐던 것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고 강력한 위산으로 살균하는 역할을 하는 위는 위쪽으로는 식도와 연결돼 있고 아래쪽으로는 십이지장과 연결된 장기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용강 소화기내과 교수, 최서희 위장관외과 교수를 만나 위가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 위암 발생 현황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위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면.
이용강 위는 기본적으로 자루 모양으로 생긴 장기입니다. 위의 주된 기능은 저장과 저작입니다. 즉, 물건을 잠시 넣었다가 뺄 수 있는 주머니처럼, 위에 음식을 담고 있다가 음식을 잘게 부수어 십이지장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위가 영양소를 흡수하는 역할은 사실 크지 않습니다. 다만 알코올 같은 경우는 30% 정도가 위에서 바로 흡수되기도 합니다. 

음식물의 이동경로 [이미지 출처 = 국가암정보센터]

위가 없어도 생존에는 큰 지장이 없는 건지.
이용강 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관이지만, 간이나 심장처럼 없으면 당장 생명을 잃는 기관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영양소 저장과 에너지의 생성을 하는 것은 간이예요. 따라서 최악의 경우 위가 없어도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위절제술을 해도 별로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최서희 위의 상부에 암이 있으면 전부를 잘라내는 위전절제술이 표준수술 방법이고, 최근에는 조기위암의 경우 위의 하부를 40~50% 정도 남긴 후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고, 소장과 남은 위를 문합하는 수술방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위 전절제 수술 후에는 장기적으로 비타민B12 결핍이나 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영양관리와 보충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니 위암 5년 생존율이 90년대 43.8%에서 2014년 이후 77%로 33% 이상이나 증가했는데, 국가암검진 등 조기 진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봐야 하는지.

이용강 소화기내과 교수

이용강 물론입니다. 2002년부터 만 40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게 되면서 암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은 낮출 수 있었던 것을 임상현장에서도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위암뿐만 아니라 전 국민 대상 5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이 시행되고 있고, 2019년 하반기부터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폐암 검진과 대장내시경을 통한 대장암 국가검진 타당성 평가 시범사업 등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서희 외과 전문의 시각에서 보면 국가검진으로 인한 조기발견에 더해 첨단 수술 장비의 개발과 도입, 암세포와 림프절 절제 등에 있어 점점 더 고도화된 수술 기법 적용 등 기술적 진보 역시 생존율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수술 후 최소 7~14일이 지나야 퇴원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4~5일만 지나도 퇴원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이렇게 수술 기법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는 무엇인가. 
이용강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위암 발생률이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고 헬리코박터균 감염까지 동반되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염, 위궤양 등 위 관련 질환과 짠 음식이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된 붉은 육류 과다 섭취, 음주, 흡연 등 좋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위암의 관련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암이 발병하면 나타나는 증상은.
최서희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약간 불편함을 느껴도 일반 위장 질환과 구분이 어려워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는 크기가 커서 암이 생겨도 음식물이 내려가는 걸 막는 것 같다는 증상을 느끼기도 어렵죠.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꼭 정기적으로 내시경 등을 통해 검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구토, 토혈, 위통, 혈변, 체중 감소, 빈혈, 복수에 의한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위내시경을 통해 진단하나. 
이용강
가장 정확한 것은 위내시경입니다. 내시경으로 병변을 직접 관찰하면 95% 이상 진단이 가능하고, 내시경상 의심되는 병변이 보이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도 함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장기 침범 여부나 림프절 전이 등의 확인을 위해 CT 촬영 등 추가적인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요즘 수면내시경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정확하게는 잠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제를 투입해 의식을 진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즉, 기억을 못 할 뿐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의료진이 응급상황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요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면.

최서희 위장관외과 교수

최서희 초기일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암 조직을 떼어내는 치료부터 원격전이로 인해 암이 너무 퍼져 있어 항암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해야 경우 등 각 병기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암의 위벽을 얼마나 깊이 침윤·침투했는지, 위 주변 림프절이나 타 정기에 얼마나 전이 됐는지 등 병기의 진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되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위암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해내는 것입니다. 보통은 조기 위암이나 타 장기에 전이가 없는 경우 근치적 절제 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요즘은 개복술보다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듯한데.
최서희
지난 20년간 위암에 대한 최소 침습 수술방법이 빠르게 발전해서 대부분 수술이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행해지고 있고, 최근 개복과 복강경 수술의 치료성적을 비교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의 결과 복강경 수술이 합병증이 적고 재발률에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현재는 진행성 위암에서도 가능한 병변의 경우 복강경 수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기존 개복술에 비해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로 위절제 수술을 시행하면 상처 크기도 작고, 수술 후 통증이 덜하면서 회복 속도가 빠르고 예후 역시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특히, 최근 복강경의 단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수술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로봇수술의 시행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진행성 위암 수술과 위 전절제 수술, 비만 환자의 수술 등 복강경 기구로는 힘든 수술의 경우에는 로봇 수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