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사랑하는 시민들 “둑방길 걸어봤더니 한숨만…”
반환경적 하천정비공사 현장 답사
구간별 실태와 문제점 직접 확인
파주환경운동연합, 공사 반대 퍼포먼스
[고양신문] 공릉천 하구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현장 답사 행사가 열렸다. 23일 진행된 ‘함께 걸어요, 공릉천 하구’ 행사에는 과도한 하천정비공사로 생태적 위기에 처한 공릉천 하구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자 모인 파주와 고양의 시민 2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1시, 송촌교 남측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공릉천 좌안을 따라 송촌배수장~청룡두교~영천배수장을 지난 후 영천배수갑문 앞 신설 교량을 이용해 공릉천을 건넜다. 이어 공릉천 좌안을 따라 갈현배수장~진구배수장~법흥배수장을 지나 송촌교를 건너 3시간 30분 만에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총 길이 7km 구간을 걷는데 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까닭은 눈여겨 살펴보고 짚어봐야 할 구간들이 연이어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포인트에서는 참가자들의 자발적 설명도 이어졌다.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는 현장 곳곳에서 공사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시민과학자 남인우씨(전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는 공사현장과 바로 인접한 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이야기를 설명했다.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본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시멘트도로 포장과 유(U)자형 수로까지 마무리된 상부구간과 아직 공사가 덜 진행돼 기존 제방이 남아있는 하부 구간의 풍광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공릉천친구들 박종일 회장은 15년째 공릉천 하구를 이웃주민들과 산책하며 직접 목도한 생태계의 변화를 들려줬다.
한 참가자는 “수목이 우거진 흙길을 걸을 수 있었던 과거의 공릉천 둑방길이 너무도 그립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죽음의 수로와 시멘트 포장도로를 까는 사업이 어떻게 환경친화성을 높이는 정비사업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답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파주환경운동연합에서 준비한 공릉천 지키기 퍼포먼스에 동참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국방부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집행자들 복장을 입고 청개구리로 상징되는 공릉천 하구 생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습을 함께 연출했다.
참가자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려면 해가 뜰 무렵에 공릉천 하구를 찾아야 한다”는 박종일씨의 제안에 호응해, 다음달 5월 모임을 이른 아침에 갖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