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획] 선거 때마다 ‘자족도시’ 공약… 고양시민들 “기업·일자리 유치, 목마르다”
고양시장 ‘6·1지방선거 이것만은 해결하자 ①일산동구·일산서구
자족도시실현 30년간 도돌이표
150만평 ‘JDS 개발’ 성공해야
“혐오시설 이전 언제쯤 될까”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 확충
[고양신문] 1기 신도시인 일산은 대선 이후 인수위의 ‘부동산정책 입장 번복’에 혼란을 겪고 있다. 용적률 500% 공약에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집값이 들썩였는데, 인수위가 이런 분위기에 황급히 대선 때 들고나온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일산 신도시 주민들은 인수위의 이런 발표에 한마디로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이다.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과의 가격 격차가 정상화되는 정도의 가격오름을, 인수위가 시장 혼란을 가져올 정도의 위기로 인식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기 신도시 중 대선 부동산공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지역 역시 일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지난달 말 기준 ‘일산·분당·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시가총액 증가율을 따져봤는데, 올해 2월 대비 증가율이 일산은 0.76%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같은 기간 분당은 0.29% 올라 일산과의 격차는 컸다.
이처럼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에는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노리는 일산지역 아파트 주민들의 기대감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부동산 이슈 외에 일산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 이슈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방선거를 통해 해결했으면 하는 지역 민원과 이슈를 정리한다. <덕양구는 다음호에서 다룰 예정-편집자주>
일산신도시 이후 30년
기업·일자리 유치 실패
고양시가 100만이 넘는 대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산신도시 덕이 가장 크다. 하지만 100만 특례시를 ‘발전’이라 표현하기 어색한 부분도 있다. 그동안 인구만 늘었지 일자리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유치다. 일산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높은 임금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은 지금까지도 전무하다. 중견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라 대부분의 직장인은 서울 출퇴근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출퇴근 길마저 고통스럽다. 3호선은 멀리 돌아가고, 경의선은 역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운행횟수가 적다. 출퇴근길 자유로는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힌다.
해결방법은 자족도시 만들기다. 다른 말로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베드타운과 대립하는 ‘고양시 자족도시’라는 표현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했다. 20년 전 고양신문을 들춰봐도 ‘자족도시 실현’이라는 헤드라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구호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도시의 발전이, 적어도 일자리 부분에서만큼은 멈춰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형 도시개발 몰린 일산
이번엔 기업유치 성공할까
신도시 건설 30년이 지난 지금의 일산은 제2의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기업이 들어올 넓은 땅을 마련해 부지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2~3년 뒤면 각 기업들이 빌딩을 건설할 부지가 완성되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고양시 자족용지 건설은 대부분 일산에 몰려 있다. 특히 킨텍스 인근과 호수공원 건너편인데 이곳에는 일산테크노밸리와 CJ라이브시티, 방송영상밸리가 부지 기반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고양시에 유일하게 진출한 대기업은 CJ다. ‘CJ라이브시티’ 유치는 지자체의 노력이 있었다기 보다는 과거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최근에야 세부 설계안들이 마무리됐다. 아레나는 이미 착공에 들어갔고, 88층 초고층빌딩도 확정이다. 초고층빌딩 확정과 CJ ENM 일산 이전 계획 등은 현 이재준 시장의 역할이 컸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되고 있는 ‘일산테크노밸리’다. 올해 부지착공에 들어갔는데 기업유치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해법인데, 국가기관인 암센터를 제외하면 이름있는 기업이 들어오겠다는 신호를 보내진 않고 있다.
방송영상밸리도 주거단지(주상복합) 개발은 확정됐지만, 방송국 유치는 제자리걸음이다. 지역 국회의원인 홍정민·이용우 의원이 KBS유치 가능성을 밝혔지만 1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교통·자족 새희망, ‘JDS’ 개발
JDS지구(장항, 대화, 송산·송포지역) 도시개발사업이 13년 만에 공공개발로 재추진된다는 소식이 지난해 말 발표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도시개발로 인해 주택공급이 늘어난다는 우려보다는 도시기반시설과 함께 교통이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특히 20년간 교통소외지역으로 불편을 겪어온 가좌마을 주민들은 3호선 연장과 트램 건설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서호철 가좌동 주민자치회장은 “그동안 경제성이 낮아 철도연장에 진전이 없었는데, 대화동과 가좌마을 사이가 개발되면 지하철 연장이나 트램 건설이 수월해진다”며 “계획보다 더 광범위하게 도시개발을 진행해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부지도 추가로 개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3호선 급행, 버스노선 확충
서울 출퇴근을 주로 하는 일산주민들에게 교통에 대한 불만은 끝이 없다. 교통이 그나마 나은 중앙로 인근 주엽동 주민들도 3호선의 답답함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원일 주엽2동 주민자치회장은 “일산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3호선은 종로나 강남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불편함이 많다”며 “급행열차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출퇴근이 많은 여의도행 직행버스가 오히려 사라지면서 불편이 크다”며 “여의도행 노선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버스노선은 광역버스와 함께 시내버스 노선에도 불만이 많다. 대화동과 가좌동, 덕이동 등 도시 외곽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은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노선확충과 배차시간 단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별반 소득이 없었다”며 “다음 고양시장은 버스노선 확충에 큰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항주택지구 ‘연결도로’ 걱정
장항1동 주민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현재 2차로인 ‘장항로’다. 장항주택지구(1만2000세대) 건설이 시작되면서 아파트단지와 연결되는 기존 도로(장항로)가 곧 확장공사를 하게 되는데, 설계상 도로개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거세다.
유재신 장항1동 주민차지회장은 “지금도 막히는 장항로와 장항굴다리가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된다고 하지만, 4차선으로는 나중에 교통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6차선으로 늘려야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지금 우리동네 최대 이슈는 장항로 확장이다. 아파트가 건설된 뒤 나중에 추가비용을 들여서 장항로를 확장할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용절감에도 유리하다”며 “주민들은 장항로 확장에 의지를 보이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라페·웨돔 특색있는 거리조성
고양시 최대 상가 밀집지역인 라페스타, 웨스턴돔에 대한 개선사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CJ라이브시티를 거점으로 관광도시를 꿈꾸고 있는 고양시로선 지금의 라페·웨돔으로는 외지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특색있는 테마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관 주도로 해볼 수 있는 사업은 한계도 분명하다.
이상봉 장항2동 주민자치회장은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거리의 모습과 음식 등이 골목마다 특색을 이루는 그런 동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고양시의 가장 큰 관광자원이자 시민들의 쉼터인 호수공원도 이제 30년이 됐다”며 “호수공원이 조금씩 더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레미콘공장 어떻게 안되나요?”
식사동(위시티) 주민들은 지역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본인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관철해오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재준 현 시장과는 ‘트램 유치’ 성공으로 맞손을 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버스노선에 대한 불만으로 ‘아파트 자체 셔틀버스’를 운행했는데, 이를 고양시가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현 시장과의 사이가 멀어졌다.
식사동은 트램 유치가 확정됐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단지 안쪽으로 더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서오선 식사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트램을 쟁취해내긴 했지만, 동국대사거리(트램 정차 예정지)는 너무 멀다”며 “트램 접근성을 올리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혐오시설 이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서 회장은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레미콘공장, 폐건축물 수거시설, 폐차장 업체가 있고 시립공동묘지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이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풍산동’ 일산과 연결해주세요
풍산동의 지역 이슈는 ‘고립’이다. 고립은 경의선으로 인한 일산신도시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바로 옆 동네라 할 수 있는 중산동과 식사동과의 연결성도 매우 떨어진다. 풍산동 주민들은 중산·식사동 보다는 3호선과 중앙로가 있고 각종 기반시설이 풍부한 일산신도시와의 연결을 선호하고 있지만 지상 전철인 경의선으로 인해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다.
최근 경의선 옆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풍동2지구 개발)이 시작되면서 도시 연결성이 올라갈 듯 보이지만 오히려 주민들은 일산신도시와의 도로교통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인연 풍산동 주민자치회장은 “풍동2지구 개발로 인해 도시화가 이뤄진다는 점은 좋지만, 단절된 환경을 극복하는 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며 “풍동2지구를 개발하면서 경의선 위에 새롭게 다리를 하나 더 놓는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새로 입주할 4600세대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기존 풍동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선된 도로교통을 다음 시장이 새롭게 수립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산동’ 식사동 트램 연장하라
중산동의 가장 큰 이슈는 교통이다. 특히 트램은 식사동이 성공을 거두자 중산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버스노선도 문제다. 경의선 너머에 있는 학원가로 가는 버스가 적어 학생들의 불편이 크다. 고양대로 ‘자유로마트’ 건너편에 공터로 남아있는 부지에 대한 민원도 적지 않다. 롯데가 마트 건설을 위해 땅을 사뒀지만 공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박응상 중산2동 주민자치회장은 “그곳은 여름이 되면 물이 고여 썩고 해충이 발생해 냄새까지 난다”며 “펜스를 쳐놔서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차라를 펜스를 걷어내고 평탄화 작업을 해서 깨끗하게 유지관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산주민들은 지역개발과 교통 이슈 외에 민생정책에도 관심을 보였다. 탄현1동 조경순 주민자치회장은 “이재준 시장이 펼치고 있는 반값등록금 지원사업이 확대됐으면 한다”며 “우리지역에 고양시립대나 한예종 등 새로운 종합대학이 신설되거나 유치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산1동 윤재성 주민자치회장은 “일산1동 주변에는 행정적으로 잘 챙겨드려야할 소외된 분들도 많이 살고 계신다”며 “이분들이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