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에 빨려 들어간 선거, ‘지역’은 없었다
양당독점정치에 소수정당 전멸, 무투표 당선까지.
거대양당 독점 고양특례시의회
정책 아닌 정쟁대결만 생길 우려
지역일꾼 대신 ‘내 사람’ 공천 횡횡
독자성·다양성 위한 지역정당 논의 본격화
[고양신문] 이번 6·1지방선거를 두고 중앙정치에 예속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에 이은 중앙정치 바람이 지방선거 표심까지 좌우한데다가 ‘하향식 공천’으로 인한 갈등도 여지없이 터져 나왔다. 양당구도가 심화되고 소수정당이 힘을 잃으면서 고양시에서도 전례 없는 ‘무투표 당선’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정치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정치 독립성 실종, 중앙정치 종속
“다양성이 더 보장되어야 할 기초의회 선거에서 양당기득권이 오히려 심화되어 버렸다. 특히 일산지역의 경우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선출직이 사실상 거대양당 정당공천에 의한 임명직으로 전락했다. 매번 상향식 공천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지역위원장의 내려꽂기식 공천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평가다. 새로 출범하는 9대 고양시의회 구성은 국힘 17대 민주 17. 중대선거구제 전면도입이 무산된 가운데 거대양당간의 의석 나눠먹기 결과로 마무리됐다. 양당 간 동수로 구성된 시의회는 얼핏 균형과 견제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서로간의 정쟁만 반복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식물의회’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두 당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제 3의 정치세력’ 존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거대양당 공천=당선’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난 것도 문제다. 선거 불과 한 달을 앞두고 선거구가 획정된 데다가 중앙이슈가 선거판을 지배한 탓에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반면 거대양당 후보들은 2인 선거구에서 각각 1명씩, 3인선거구에서는 번갈아가며 나번까지 사이좋게 당선됐는데 심지어 이 과정에서 자선거구와 차선거구는 ‘무투표 당선’이 결정돼 유권자의 최소한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천과정에서도 유독 잡음이 많았다. 풀뿌리 지역정치의 독립성이 실종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2년 뒤 총선을 바라보는 소위 ‘내 사람 심기’공천이 횡횡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현역 시도의원들 뿐만 아니라 풀뿌리 지역정치활동을 해온 후보들 또한 합당한 사유 없이 탈락하거나 뒷 순번 공천을 받아 낙선하기도 했다. 이춘열 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은 “비단 공천문제 뿐만 아니라 선거공약을 봐도 지방의제, 자치내용이 다 실종됐다. 지방선거가 얼마나 중앙정치에 종속됐는지 여실히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양당정치 극복 대안, 지역정당 화두
“양당제가 고착화되면 굳이 정책경쟁을 하기 보단 상대정당 흠집내기에 더 몰두하게 된다. 정치가 더 무능해질 수밖에 없고 정당 간 야합과 기득권 챙기기도 심화된다. 때문에 독자적 비전을 가진 정치세력들 간에 연합정치를 할 수 있는 다당제 체제가 필요한데 이러한 구조를 지역정치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치개혁운동에 앞장서 온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의 이야기다. 하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지역정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외국의 선진민주주의국가들 가운데 한국처럼 지역정치의 독자성과 다양성이 거세된 곳은 찾기 힘들다”며 “근본적 원인은 중앙집권적 정치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지역정당이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정당은 유럽 주요국가 뿐만 아니라 양당체제인 영국·미국에서도 꽤 익숙하며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가나가와네트워크 운동 같은 다양한 지역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2014년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지역정당 이름으로 937명의 당선자(16.88%)가 배출돼 사민당에 이어 2당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역순환경제운동을 하고 있는 양준호 인천대 교수 또한 “단순히 양당구조를 깨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에 기반한 문제의식을 갖고 정책과 비전을 내는 정치세력과 지역일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표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지역정당이 10년 넘게 집권하면서 공공부문 민영화를 막고 주택문제 해결과 지역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당시 제정된 정당법으로 인해 현재 지역정당 설립이 불법화된 상태다. 정당을 표명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중앙당을 두고 5곳 이상의 시도당을 두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당을 추진 중인 ‘직접행동영등포당’에서 헌법소원을 내 현재 진행 중인 상태다.
하승수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개혁 차원에서 지역정당 합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 정치결사체뿐만 아니라 소수진보정당과 시민사회, 풀뿌리운동까지 함께 결합하는 연합정치체로서의 지역정당 모델도 모색해 볼 만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