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도 안되는 거리에 ‘원당교’가 3개?… “황당하네”

2022-06-21     유경종 기자

같은 이름의 다리 3개, 주민들은 혼란
‘원당교’ 원당동에 2개, 사리현동에도 1개
시 담당자, 상황 알면서도 ‘나 몰라라’

[고양신문] 최근 파주에 사는 최모씨는 공릉천 생태조사를 위해 네비게이션에 ‘원당교’를 찍고 찾아갔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 최씨와 지인들이 집결하기로 한 곳은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자리한 원당교였는데, 네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원당교였기 때문이다. 엉뚱한 곳에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최씨는 다른 앱을 이용해 다시 검색을 시도하다가 또한번 깜짝 놀랐다. 주변에 ‘원당교’라는 동일한 이름의 다리가 무려 3개나 됐기 때문이다. 

전국에 같은 이름을 가진 다리 이름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서로 다른 지자체에 속한 경우라, 최씨처럼 헷갈릴 가능성이 적게 마련이다. 하지만 ‘원당교’라는 이름은 고양시에만, 그것도 직선거리로 채 2km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3개가 모여 있어서 적잖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최씨는 “어떻게 같은 이름의 다리가 세 개나 되는지, 너무 황당했다”라며 무성의한 행정을 질타했다. 

사리현동의 원당교①. 아래로는 원당천이 흐르고, 뒤편으로 쥬쥬테마파크 간판이 보인다. 

편의상 ①②③ 숫자를 붙여서 하나하나 살펴보자. ▲최씨가 잘못 찾아간 원당교①(일산동구 사리현동 648)은 고양시청에서 벽제교로 이어지는 원당로에서 쥬쥬테마파크로 들어서기 위해 원당천을 건너는 다리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네비게이션에서 ‘원당교’를 찍으면 이 다리를 안내한다.

원당교②. 관산동마을과 원당동을 잇는 공릉천 다리다.  

▲반면 원당교②(덕양구 원당동 1046-1)는 관산동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한 관산동마을에서 공릉천을 건너 원당동을 연결하는 다리다. 세 개의 원당교 중 인근 주민들의 이용도가 가장 높은 다리이기 때문에, 관산동 주민들은 ‘원당교’ 하면 대부분 이 다리를 떠올린다.

원당천과 왕릉골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놓여있는 원당교③. 

▲마지막으로 왕릉골천과 원당천이 합류하는, 호국로 하부 신촌길에 또 하나의 원당교③(덕양구 원당동 340-3)가 위치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세 다리의 직선거리는 무척 가깝다. ▲원당교①->원당교②의 거리는 1.3km ▲원당교②->원당교③ 거리는 1.7km ▲원당교③->원당교① 거리는 1.6km에 불과하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도 15분 남짓이면 세 다리를 모두 찍을 수 있다.

이름이 같은 3개 원당교의 위치와 거리.

행정담당자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을까? 고양시 도로관리과 구조물관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원당교가 3개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떤 이유로 같은 다리 이름이 3개나 붙게 됐는지를 질문하자 “도로와 시설물은 대부분 엘에치(LH)에서 만든 후 시에서 넘겨받아 유지관리를 하게 되는데, 그때 이름도 그대로 넘겨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도 다리 이름을 새롭게 조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 담당자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주민 불편이 특별히 크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아무런 검토 없이 중복되는 이름을 붙인 것도, 사후 개선책을 고민하지 않는 모습도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