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신도시 경계 ‘화전 벌말’… 고양시, 창릉신도시 편입 요청 2년간 ‘쉬쉬’

2022-07-22     유경종 기자

2020마스터플랜회의에서 ‘추가편입’ 방침
작년 국토부에 질의 형식으로 공식 요청
‘벌말 예술마을사업’ 걸림돌 되자 포기키로
‘재생 취소’에 주민들 “뒤통수 맞았다”  

[고양신문]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으로 지정돼 창릉 3기신도시 개발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화전 벌말지역(화전동 9·10통)에 대해 고양시가 추가 편입을 국토부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13일 화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열린 ‘화전지역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변경을 위한 주민공청회’(이하 공청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고양시가 벌말의 창릉신도시 추가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추측은 지역에서 진작부터 나돌고 있었지만, 시 관계자의 말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벌말지역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3기 신도시 개발이라는, 이전 정부 국토부가 주도한 두 개의 굵직한 국책사업이 경계를 맞대고 충돌한 대표적 사례다. 이곳이 도시재생 사업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2017년 12월, 창릉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시점은 2018년 9월이다. 그러다보니 벌말이 개발구역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사방이 창릉신도시 개발예정지로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된 기형적 모습으로 남고 말았다.

원 안쪽이 화전 벌말지역. 도시재생사업지역인 이곳은 신도시 개발구역에 둘러싸인 섬 같은 모양이 됐다.

시 도시재생과가 주최한 13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화전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됐지만 수년째 집행이 미뤄져 온 ‘벌말예술마을 환경개선사업’(잔여 사업비 약 4억원 규모)을 포기하고, 대신 화전역 인근에 예술인들을 위한 공연시설을 만드는 방안이 발표됐다. 표면적 이유는 벌말지역에 침수피해가 반복되기 때문에 기존 정비계획을 시행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침수 우려는 명분에 불과했다. 진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벌말의 창릉신도시 추가 편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여태껏 환경개선사업 집행을 미뤄왔는데, 사업 종료 시점이 다가와 부득이하게 변경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답했다.

시 도시균형개발과 관계자는 이유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했다. 2020년 창릉 3기 신도시 계획 전반을 검토하는 마스터플랜 회의(국토부·LH·설계회사·고양시 참여)에서 이미 벌말지역을 신도시에 추가 편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2021년 2월에 고양시가 국토부와 LH에 벌말지역의 추가 편입 요청을 질의 형식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화전지역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변경안’은 추가 편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벌말 도시재생사업을 고양시 차원에서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고양시가 사실상 2년 전부터 벌말의 창릉신도시 추가 편입 방침을 정하고 있었다면, 그동안 왜 그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걸까. 시 관계자는 “고양시도 국토부도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책임있는 답변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더더욱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의 애매한 태도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벌말 주민 사이에서는 “추가 편입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 목적으로 지은 빌라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말이 돌고 있고, 인근 부동산에서는 가느다란 점선으로 표시된 벌말지역을 창릉신도시 구역 안에 포함시킨 지도를 자체 제작해 배포하며 “추가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고양시가 2년 넘게 함구하고 있었던 사항을 민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정보로 유통하고 있었던 셈이다. 

고양시의 벌말 추가 편입 방침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측은 벌말 예술마을 사업을 앞장서 추진했던 주민들이다. 지난 5년간 이 사업을 앞장서서 주도한 한선현 작가(벌말미적공동체 대표, 화전도시재생주민협의체  부대표)는 “시가 먼저 손을 내밀어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해 놓고, 상황이 바뀌자 아무런 해명 없이 희망고문만 지속하다가 이제 와서 뒤통수를 때리나”라면서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 작가는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사항을 통보하는 것이 공청회인가”라고 반문하며 “책임 있는 대화 자리를 다시 마련하라”고 시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