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최고의 마술 ‘발효’... 김치가 이로운 미생물을 우리 몸으로
‘음식이 몸을 만든다’ 박건영 교수 마을자치 강좌②
음식-장건강-뇌건강 연결돼
미생물, 장과 뇌의 대화 도와
김치의 면역력 세계적 주목
김치 속 성분, 항암 효과도
[고양신문] ‘기후위기시대, 숲에서 길을 묻다’를 주제로 한 지난달 첫 강좌에 이어 두 번째 마을자치 강좌가 25일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강좌는 ‘음식이 몸을 만든다’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가 우리에게 주는 효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김치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음식이어서 오히려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김치의 효능, 특히 발표식품으로서의 항암기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후에는 김치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문이 활짝 열고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의 우수함을 전파하는 이가 있다. 이날 마을자치 강좌를 맡은 박건영 차의과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다. ‘김치박사’로 불리기도 하는 박건영 교수는 김치와 된장 등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함을 규명해내는 데 평생을 바친 학자다. 박건영 교수는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 박사, 하버드대학교 영양학과 교환교수를 마친 후 부산대 교수를 거쳐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4년에는 ‘한국김치협회’를 설립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양신문·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사과나무의료재단·건강넷이 공동주최한 이날 정건영 교수의 강좌를 정리해 지면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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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약 70조의 세포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숫자는 이보다 10배 많은 700조를 헤아린다. 즉 우리 몸은 70조의 세포와 700조의 미생물이 공생하는 덩어리인 셈이다.
미생물에는 박테리아(세균)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포함한다. 우리 몸속에서 박테리아가 가장 서식하기 좋은 곳은 영양분이 풍부한 큰창자(대장)다. 여기에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가 함께 서식하는데, 일반적으로 장 건강이 좋은 상태라는 것은 좋은 박테리아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있다. 장 건강이 좋아지면 피부상태, 뇌 건강을 좋게 하며 심지어 치매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장내 미생물과 뇌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연구를 거듭할수록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내가 먹은 음식물이 나의 장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그대로 나의 기분, 뇌 건강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치 1g에 1억마리 유산균 있어
바이러스도 우리 몸에 기생할 수 있는데, 이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 몸을 지켜내는 방어 시스템, 즉 면역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음식 중에서도 김치의 효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 부스케(Jean Bousquet) 프랑스 몽페리에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김치가 코로나19 면역력을 높이는 데 최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냈다.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은 장 속의 다른 유해균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치 같은 발효음식의 이점은 프로바이오틱스로 불리는, 몸에 이로운 미생물인 유산균이 있어 우리의 장건강을 좋게 한다. 김치에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그리고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발효산물인 ‘포스트바이오’까지 모두 들어있다.
발효는 여러가지 미생물에 의해 유기화합물이 분해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 이로운 미생물을 번식시킨다. 김치에는 락토바실라스, 류코노스톡, 와이세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유산균이 들어있고, 된장, 청국장에는 고초균 같은 유산균이 함유되어 있다. 김치 1g에는 이러한 이로운 미생물이 1억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만약에 300g을 먹게 되면 300억 마리의 이로운 미생물을 먹게 되는 셈이다. 김치만 잘 먹어도 요구르트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김치 유산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입증되고 있다. 김치에 있는 마늘, 생강, 고춧가루, 쪽파 등 양념이 들어간 김치를 발효시키면 발효시키지 않은 김치에 비해 암세포 성장 억제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천일염이 암세포 억제하고 식감 높여
김치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금이다. 이 소금이 발효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로운 미생물을 번식시키는 적당한 환경을 만든다. 소금농도가 낮고 기온이 높으면 김치는 빨리 발효되어 시어진다. 반대로 소금농도를 높이고 차가운데 보관할수록 김치의 발효가 억제되어 잘 시어지지 않는다.
김치가 익는 과정은 바로 미생물이 번식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유산균 숫자가 가장 많아졌을 때는 가장 오래 익은 신김치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유산균 수가 최고치로 올라갔을 때는 바로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었을 시기다. 김치가 익은 지 오래 되면 유산균의 활동에 필요한 당분이 부족해지고 이렇게 되면 유산균 대신 ‘산패균’이 활동하게 된다. 산패균들은 유산균이 만든 젖산을 이용해 번식하는 미생물로, 김치를 시어지게 만든다.
김치를 담글 때는 정제염보다 천일염을 쓰는 것이 좋다. 정제염은 미네랑 등 유산균의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다. 천일염에는 미네랄인 마그네슘, 칼슘이 일반 소금보다 더 많이 들어 있고, 김치 고유의 아삭한 식감을 내게 하는데도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김치의 암세포 억제 효과를 높이는 데도 천일염이 기여한다.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는 위암, 결장암 세포에 대한 증식 억제 효과가 일반 소금으로 담근 김치보다 더 뛰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항암효과로만 따지자면 죽염이 가장 좋다. 천일염을 손으로 대나무통에 다져 넣고 황토로 입구를 막은 다음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 구워낸 것이 죽염인데, 이것을 9번 반복한 9회 죽염이 항암효과에 가장 뛰어나다.
김치 속에 들어간 소금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금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5g 미만이다. 하지만 7~ 14g까지는 적절하다. 또한 김치 속 에 있는 칼륨, 유산균,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등이 나트륨 흡수를 방해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