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피임약, 광고만 보고 고르시나요?
[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다양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경구피임약
호르몬 분비 혼란 등 부작용도 적잖아
꼭 필요하면 전문가 상담 후 선택해야
[고양신문] 계절적으로 볼 때 경구피임약은 여름 휴가철 즈음에 가장 많이 판매된다. 피임이라는 본래의 용도 외에 휴가지에서의 컨디션 관리나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생리주기를 조절하려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 스포츠 등으로 인한 생리주기 조절 목적이 피임목적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외에도 피임약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생리가 불규칙한 경우 생리주기를 조절하거나 생리통, 생리전증후군 등 질환의 치료를 위해, 특정 성분의 것은 여드름이 많거나 얼굴에 체모가 많은 여성에게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생리주기 지연 효과에 있어서는, 최소 생리 예정일 7일 전에는 피임약 복용을 시작하고 원하는 날까지 계속 이어서 복용하여야 한다. 휴가를 다녀온 후 복용을 중단하면 늦추어졌던 생리가 시작된다. 피임 효과도 동시에 보려면 생리 시작 첫날부터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알씩 복용해야 한다.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두는 것이 좋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자다가 일어나서 복용하기는 어려우므로 여행지의 시차도 고려해 복용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편리하다. 피임약 복용을 하루 잊었다면, 생각난 즉시 잊은 한 알을 복용하고 다음 날부터 원래 복용하던 시간에 계속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경구용 피임약의 사용이 여성에게 도움이 되기만 하고 부작용은 없는 건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피임약의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부종, 구역 증세이다. 이외에도 약간의 어지럼증, 복통, 부정출혈, 두통, 피부 트러블,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간 복용 시 골밀도를 낮추고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의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통계가 있다. 가장 유의해야 할 부작용 중의 하나가 혈전 유발 가능성이기 때문에 35세 이상의 여성과 흡연 여성, 빈혈이 있는 여성, 혈전 성향이 있는 여성(평소 멍이 잘 든다)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몸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바쁜 생활 속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 누적은 생리를 불규칙적으로 만들고 심지어 ‘무월경’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피임약으로 주기를 맞추거나 인공적으로 생리를 유발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아니다. 또한 20세 이전의 어린 여성이 생리주기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미용의 목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은 자궁을 약하게 만들 수 있고, 마치 환경호르몬이 인체에서의 자연스런 호르몬 분비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본인의 약국을 자주 이용하던 젊은 여성의 사례가 있다. 평소에 피임약으로 생리주기를 자주 바꾸기도 하고 피임의 목적으로도 꾸준히 피임약을 사용하였는데 결혼 후 임신이 잘 안되어 마음고생을 하였다. 이후 소식은 알 수 없으나 당시에 필자도 같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약국에는 성분에 따른 여러 경구용 피임제들이 있고 일부는 의사 처방전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 의외로 여성들의 피임약 선택은 대다수가 광고, 친구나 지인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꼭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건강상태나 목적에 맞는 피임약을 선택하여야 하고,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면 이로 인해 몸에서 소실되는 비타민 B1, B2, B6, B12, 비타민 C, 엽산, 마그네슘, 셀레늄, 아연 등과 같은 영양소와 자궁에 좋은 오메가3, 감마리놀렌산 등을 충분히 보충해주면 좋겠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