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속 오래된 친구 '미생물'이 건강을 좌우한다
마을자치강좌⑤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고양신문]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이 24일 ‘내 안의 숲, 미생물’이라는 주제로 다섯 번째 마을자치 강좌를 펼쳤다. 현직 치과의사이기도 한 김혜성 이사장은 구강미생물 연구에서 시작해 우리 몸속의 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해왔다. 미생물 공부가 재미있어 계속 연구하면서 세 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김혜성 이사장은 이번 강의를 통해 인간과 함께 하는 미생물을 통해 병이 아닌 건강을 이야기했다. 미생물은 박멸하기보다 우리 몸과 균형을 이뤄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번 강좌는 참석자들에게 우리 몸속 미생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주엽동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열린 마을자치강좌는 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와 함께 하는 만큼 임현철 창릉동주민자치회장, 이미선 삼송1동주민자치회 부회장도 참석했다. 고양신문·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사과나무의료재단·건강넷이 공동주최한 이날 김혜성 이사장의 마을자치강좌를 정리해 지면에 옮긴다.
건강한 사람 폐 속도 세균 있어, 미생물은 박멸 아닌 공존 대상
한 사람의 입안에 있는 세균 숫자는 100억개 정도다. 특히 치석의 전 단계인 플라크는 우리 몸에서 세균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대장은 우리 몸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신체기관이다. 한 사람의 대장에 있는 세균의 숫자는 보통 38조개라고 보는데 어떤 학자는 100조개까지 추정하기도 한다. 입안, 대장뿐만 아니라 손, 얼굴, 다리, 성기 등 우리 몸 전체에 세균이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건강한 사람의 폐에도 세균이 살고 있다. 폐 속에 어떠한 세균이 사느냐에 코로나의 증세가 달라진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나이, 기저질환 등 코로나 증세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있지만 폐 속의 세균도 영향 요인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유방이나 모유, 심지어 건강한 산모의 자궁과 태반에서도 세균이 발견된다.
세균은 주로 입을 통해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요양병원이나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입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의 입안 상태는 곧 그 요양병원의 서비스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구강의 유해 세균을 제거하면 알츠하이머까지 고칠 수 있다. 요양병원을 2년 동안 지켜봤더니 환자들의 입안 관리만 잘해도 사망률이 3분의 1로 떨어진다는 결과도 있다.
사람의 몸은 그렇다치더라도 우리가 밟고 있는 흙은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의 보고라고 할 만큼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지구 전체가 어떻게 보면 미생물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지구상 생물들의 전체 총량(무게)에서 식물이 80%를 차지한다. 2위는 13%를 차지하는 박테리아, 3위는 2.2%를 차지하는 곰팡이, 4위는 1.3%를 차지하는 고세균, 5위는 0.7%를 차지하는 원생생물이다. 2위부터 5위까지 모두 미생물이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 6위가 바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인데, 겨우 0.4%이다. 인간은 0.01%로 미미하다. 지구에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미생물은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예전에는 병을 일으키는 것만을 세균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병을 일으키는 것 외에도 훨씬 많은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과학이 밝혀냈다. 20세기가 항생제(antibiotics)로 미생물을 죽여 병을 압도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항생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미생물을 통해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시대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건너오며 미생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우리 몸 자체는 미생물 천지이고, 미생물은 박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몸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는 우리 몸은 ‘통생명체(holobiont)’라 볼 수 있다.
항생제 사용 줄이고 유익미생물 많은 김치 먹어야
현대인과 중세인을 비교해보면 입안 미생물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세인에 비해 현대인의 입안 미생물은 다양성에서 떨어진다. 입안이 건강한 사람은 충치나 잇몸병을 가진 사람에 비해 오히려 전체 세균 양도 많고 세균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입안에 유해균 수는 충치나 잇몸병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다.
인류 역사에 있어 최근 몇십년만큼 질병의 사례가 급증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심장병, 당뇨, 동맥경화, 비만, 암, 아토피 등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음식이다. 음식의 변화에 따른 세균의 변화, 그리고 세균을 죽이기 위한 과도한 항생제의 사용이 병을 양산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세균들이 오랫동안 인류와 공존해온 친구였지만, 이제 음식 변화로 세균이 사라져 가기 때문에 우리 몸에 탈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속 유익한 세균까지 박멸해버리는 항생제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세균을 박멸하기보다 우리 몸과 세균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생활패턴을 바꿔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프로바이오틱스 음식을 먹는 것이다. 가장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는 바로 건강한 사람의 똥이다. 미국에서는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있는 건강한 사람의 똥을 캡슐에 담아 먹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김치와 된장을 많이 먹는 것을 권한다. 이러한 음식은 가장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음식이다. 요컨대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바로 내 몸의 생명에너지와 함께 해온 오래된 친구인 미생물과 공생하는 것이다.
이 강좌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열렸습니다.